[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4년 만에 돌아온 연극 ‘오펀스’가 신선한 캐스팅과 함께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재의 티오엠(TOM) 1관에서 연극 ‘오펀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태형 연출을 비롯해 ‘해롤드’ 역의 박지일, 우현주, 양소민, ‘트릿’ 역의 정인지, 문근영, 최석진, 오승훈, ‘필립’ 역의 김시유, 김주연, 최정우, 김단이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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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4년 만에 돌아온 연극 ‘오펀스’가 신선한 캐스팅과 함께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사진=레드앤블루) |
‘오펀스’는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으로, 필라델피아 북부를 배경으로 중년의 갱스터 해롤드와 고아 형제 트릿, 필립이 우연한 동거를 통해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8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연을 올린 작품은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왔으며, 알렉 볼드윈, 알 파치노 등의 대배우가 참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2017년 초연되어 2019년, 2022년 공연까지 매진을 기록하는 등 약 10년 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 연출은 “이 작품이 단순한 유사 가족 이야기 그 이상으로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작품이 됐다”며, “어른들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내 다음 세대에게 내가 갖고 있거나 겪었던 것들을 전달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거꾸로 누군가 나를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김 연출은 “작품은 고립되어 있고, 일반적인 사회 질서에 편승하지 못해 소외된 약자를 어떤 식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안전망이 많이 사라진 사회에서 그 안전망에 걸러지지 못하고 탈락한 자들을 어떻게 들여다볼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2017년 초연부터 참여해 4번째 시즌까지 빠짐없이 ‘해롤드’ 역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지일 역시 “‘오펀스’를 10년째 하고 있는데 저한테는 굉장히 감격스럽다. 어떤 작품보다도 제 이력에 명예로운 작품과 역할로서 남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지일은 “10년 전 ‘오펀스’를 처음 했을 때는 흔한 할리우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토리로 이해하고 작품을 했는데, 첫 공연을 마쳤을 때 관객들이 줄을 서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 어른한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격려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저는 스타 배우도 아닌데 꿀차와 사탕을 제 호주머니에 넣어주면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을 많이 만났다. 관객분들이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기 위해 고통과 고난의 삶을 겪어야 했던 제게도 격려와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아서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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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레드앤블루 |
한국의 ‘오펀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별에 구애되지 않는 젠더 프리 캐스팅을 재연 시즌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등장하는 세 배역 모두 여성 배우를 포함해 캐스팅을 꾸렸다.
김 연출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무대 위 에너지가 너무 흥미진진했는데, 이걸 여자 배우들이 해보면 어떨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했다. 원작자님한테 허락을 구했지만, 처음에는 반대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면서, “원작 대본과 초연 대본은 여성 혐오적인 농담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정리하고 대체하면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여성 배우가 무대에 오르면 해롤드와 트릿, 필립은 모두 여성이 된다. 해롤드는 시카고 갱스터 고위 간부까지 올라간 여성이며, 트릿과 필립은 자매이지만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서로를 형제처럼 대한다. 이는 외부의 폭력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한 이들의 생존 방식이다.
김 연출은 “트릿이 강도, 소매치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여성성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남성과 다를 바 없는 움직임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세팅했다. 그런 트릿, 필립과 똑같은 삶을 살아온 해롤드가 만났을 때 이 자매에게 좀 더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저한테는 여성 배우들이 이 공연을 할 때 이야기 겹이 더 쌓여있는 느낌을 받았다. 아픔과 힘겨움을 드러내는 장면이 좀 더 울림있게 오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젠더 프리 캐스팅을 직접 소화한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우현주는 “여차하면 너무 엄마처럼 보이기 쉽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또 여자로서 남장을 하고 갱스터로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살아남기 위해 남자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굳이 남자 목소리를 내야 하나에 대한 의견도 있었지만, 만약 무리하게 보였다면 무리함도 연기에 포함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정인지는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접근했다. 인물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보니 성별은 부차적으로 붙게 되는 부분이었다. 같은 캐릭터를 맡은 친구들끼리 인물을 이해해서 행동으로 표현되기까지의 과정에 좀 더 설득력이 있기 위해 더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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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레드앤블루 |
특히 이번 시즌은 문근영의 연극 복귀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9년 만에 무대로 복귀해 폭력적이고 거친 ‘트릿’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꾀하며 첫 젠더 프리 캐스팅에 도전한다.
문근영은 “대본이 주는 위로와 메시지가 굉장히 와 닿았다”며, “트릿이라는 역부터 젠더 프리라는 지점까지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거의 매일 밤 대본을 읽었고, 한 번 도전해서 어떻게든 해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이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한 노력으로는 “아주 간단한 걸로는 칼 돌리는 연습을 많이 했고, 잠깐 나오는 액션도 허술하지 않게 하려고 연습했다. 또 제가 욕을 잘 못해서 처음에 욕이 욕처럼 안 들리는 걸 주변 동료들한테 도움을 받아 가면서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박지일은 ‘오펀스’가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전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말했다. 그는 “세대 간의 불화가 있고,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온라인의 세상에 어깨를 토닥거려 준다는 건 만나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라면서, “지금 우리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필요한가 싶다. 특히 어른이 내 다음 세대를 경쟁으로 내몰아서 각박하게 살게 만들지 않고,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대 간의 소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작품이라서 사회적 의미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펀스’는 오는 5월31일까지 대학로TOM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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