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LPBA투어 데뷔 7년 만에 '62전 63기' 첫 우승…임정숙에 '리버스 스윕' 대역전극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10-26 19:09:14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뒤지다 4-3 역전

[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김보미(NH농협카드)가 임정숙(크라운해태)을 상대로 극적인 '리버스 스윕'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여자프로당구(LPBA)투어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 투어를 제패했다. 

 

▲ NH농협카드 챔피언십 우승자 김보미(사진: PBA)

 

김보미는 25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7시즌 5차 투어 ‘지금 잘 사는 방법 zgm NH농협카드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임정숙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4:11, 10:11, 4:11, 11:9, 11:8, 11:2, 9:5)으로 승리,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2019-20시즌 프로당구 출범과 동시에 프로에 데뷔한 김보미는 이번 우승으로 7년 4개월(63번째 투어) 만에 감격의 우승을 맛봤다. 

 

그간 세 차례 결승전에 올랐으나 번번이 고배를 들었던 김보미는 3전 4기만에 프로당구 19번째 ‘퀸’이 됐다. 우승상금 4,000만원과 20,000점의 랭킹포인트를 더한 김보미는 종전 시즌 랭킹 24위에서 단숨에 3위(23,800포인트)로 뛰어올랐다.

 

대회 한 경기에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200만원)은 64강에서 애버리지 2.273을 기록한 한슬기(하나카드)가 차지했다.

 

결승전 경기 초반에는 임정숙이 기선을 잡았다. 후공으로 시작한 임정숙은 2이닝 하이런 7점을 쓸어담아 9:3으로 앞선 데 이어, 3이닝과 4이닝에서 각 1득점을 뽑아 4이닝만에 11:4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2세트서도 2:10으로 밀리던 5이닝에서 하이런 6점으로 단숨에 8:10으로 쫓은 후 7이닝에서 남은 3점을 뽑아내 11:10 역전,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갔다.

 

임정숙은 여세를 몰아 3세트도 승리를 거두고 우승까지 바짝 다가섰다. 김보미가 세트 내내 장타 없이 연속 득점에 실패하는 사이, 임정숙은 차곡차곡 득점을 쌓아 올려 12이닝 끝에 11:4로 따내 세트스코어 3:0으로 달아났다.

 

패배에 몰린 김보미가 한 세트를 만회하며 추격의 서막을 알렸다. 김보미는 1이닝 하이런 6득점으로 빠르게 리드했다. 선공 임정숙은 5이닝에서 5득점으로 한 때 8:6 역전까지 이뤘지만, 김보미가 곧바로 8:8 동점을 맞춘 후 6이닝에서 11점에 선착해 11:9로 승리했다. 김보미는 5세트에서도 8이닝 접전 끝에 11:8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3:2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김보미는 집중력을 되찾은 듯 6세트도 첫 이닝 하이런 9점을 터트리며 단숨에 격차를 벌린 후 5이닝에서 뱅크샷으로 남은 2득점을 채워 11:2로 6세트를 승리, 세트스코어 3:3 동률을 맞추며 기어코 승부를 7세트로 끌고 갔다.

 

마지막 7세트 1이닝에서 김보미가 4득점을 올리자 임정숙이 3득점으로 받아치며 팽팽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임정숙의 뒷심이 아쉬웠다. 임정숙이 5이닝 2득점에 그친 데 반해, 김보미는 4이닝 2득점 이후 이닝 마다 1득점씩 쌓아 올리며 결국 7이닝에서 9:5로 마무리했고 세트스코어 4:3 경기를 마무리했다.

 

▲ NH농협카드 챔피언십 우승자 김보미(사진: PBA)

 

김보미는 우승 직후 “이전에는 당구 선수를 하면 당구를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당구가 너무 싫은 적도 있었다. 연습할 때 정말 힘들었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번 우승이 내가 지금까지 훈련하고 해왔던 것들이 보상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김보미 우승 기자회견 전문

 

◆ 우승 소감.

= 너무 정신이 없고, 꿈만 같다. 속이 시원하다(웃음).


◆ 초반에 3세트까지 무기력하게 졌다.

= 0:4로 지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니 한 세트만이라도 이기자는 생각이었다. 한 세트만 가져가면 내 당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마인드컨트롤을 최대한 하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 세트스코어 0:3으로 뒤지다가 4세트를 이기고 나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 4세트를 이기고 나서 ‘(0:4 패배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다음 세트도 지금처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은 언제 들었나?) 마지막 공을 치는 순간 마저도 우승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 그렇다면 4세트부터는 무엇이 달랐던 것인가.

= 마음을 내려놨다. 상대 선수 공을 보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데 집중했다. 상대의 실수가 나오면 기회를 잡자는 생각만 했다.


◆ 다른 동료 선수들이 김보미 선수를 우승 후보로 꼽아왔다. 우승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지만, 매번 우승 직전 넘어졌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 돌이켜보면 결국 실력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강한 멘털을 가진 선수라도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는 떨리기 나름이다. 그걸 이겨내야 우승을 할 수 있다. 멘털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실력이 바탕이 되야 한다. 과거의 나는 많이 부족했다.


◆ 이번 우승 전까지만 해도 준우승만 3번 기록했다. 이번 우승이 본인의 당구 생활에 있어 어떻게 기억될 것 같나.

= 당연히 큰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당구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는 당구 선수를 하면 당구를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당구가 너무 싫은 적도 있었다. 연습할 때 정말 힘들었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주변에 선수인데도 당구를 즐기면서 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느꼈다. 주변 사람들처럼 당구를 즐기면서 치자고 생각했다. 이번 우승이 내가 지금까지 훈련하고 해왔던 것들이 보상처럼 다가오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 아버지인 김병호 선수가 2019-20시즌 우승 당시 김보미 선수가 정말 많이 울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어느 순간이 더 기쁜가.

= 기분이 더 좋았던 것은 아버지의 우승이 더 기뻤다. 사실 지금 아직은 실감이 잘 안나고 얼떨떨하다. 아버지의 우승 당시에는 정말 많이 울컥하고 감동적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또 지금 경기가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힘들다(웃음).


◆ 아버지와 함께 대구에서 상경했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했다.

= 당구 하나만 바라보고 대구에서 많은 걸 포기하고 서울에 왔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때의 기억이 지나가서 울컥했다.


◆ 정수빈 선수가 지난 대회 우승 후 김보미 선수에게 ‘잘 좀 해’라는 발언이 화제였다. 본인에게도 자극이 됐나.

= 느껴보지 못한 자극이었다(웃음). 3차 투어(에스와이 챔피언십)에서 박정현(하림) 선수가, 4차 투어(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선 정수빈(NH농협카드) 선수까지 나보다 어리고 경력이 짧은 선수들이 우승하는 걸 자극이 됐다. 경기도 많이 챙겨봤다.


◆ 임정숙 선수가 SK렌터카 시절에 같이 고생한 사이라서, 준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일찍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임정숙 선수와 팀리그 첫 시즌에 SK렌터카에서 함께 뛰었다. 다들 팀리그가 처음이라서 낯설기도 했는데 임정숙 선수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정말 잘 챙겨주셨다. 임정숙 선수는 가장 존경하는 선수다. 결승전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 올해 앞선 대회에선 성적이 빼어나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이었나.

= 이번 시즌에 앞서 몇몇 디테일을 잡아가는 시도를 했다.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말을 들었다. 팀 리더인 조재호(NH농협카드) 선수에게도 당구 레슨을 받았고, 아버지에게도 몇 년 만에 당구 레슨을 들었다. 가지고 있는 걸 고치고 바꾸는 과정에서 마음대로 안 될 때도 있었다. 고쳐나가는 것들을 완벽히 내 것으로 가져가기 위해선 1~2년 정도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생각도 했다. 시즌 초반에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점점 엉킨 실타래들이 풀려가고 있다고 느꼈다. 이번 대회에서 연습한 것들이 드디어 제대로 나온 것 같아서 기쁘다.


◆ 아버지와 애증의 관계인 것 같다. 세월을 돌이켜보면서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나.

= 아버지도 정말 힘들었을 거다. 당구를 싫어하는 딸을 억지로 시키려 했으니 정말 힘들었을 거다. 아버지가 생각한 만큼 잘 못 따른 것 같다.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하면 일찍 우승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하셨을 것 같다. 옛날에는 아버지께서 모지게 말을 하시기도 하셨지만, 최근에는 아버지께서 나를 존중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잔소리는 하시지만 나를 믿어준다는 게 느껴진다. ‘하던 대로 해라’고도 하신다. 아버지께서도 모진 말을 참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신다. 감사한 마음이다.


◆ 어쩌다가 김병호 선수가 김보미 선수에게 당구를 시킨 건가.

= 공부를 못한다고 당구를 시켰다(웃음). 또 어릴 때 무용이나 태권도처럼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아버지께서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당구를 시켰다. 갑자기 당구를 억지로 하려니 쉽지 않았다. 처음 당구를 시작할 때 스트로크만 몇 개월 동안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당구를 치면서 아버지와 관계가 소원했을 때도 있었다. 성인이 되고 많이 싸우기도 했고, 몇 년 동안 말을 안 하기도 했다.


◆ 그런 상황에서 당구를 포기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연습하고 훈련하는 건 싫었지만, 또 경기는 재밌었다. 또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아마추어 시절에는 여자 선수가 많지 않아서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당구를 계속 잡고 있었다.

 

 

▲ NH농협카드 챔피언십 우승자 김보미(사진: PBA)


◆ 그러면 당구를 계속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것인가?

= 옛날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컸지만, 지금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버지가 최근에 먼저 전화를 하셔서 나에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직접 잡아주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셨다. 화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정말 예전에는 화를 많이 내고  엄하게 가르치셨다. 아버지께서 그 말을 하셨을 때 아버지를 믿고 다시 레슨을 받았다. 그래도 살짝 짜증을 내신 적은 있다(웃음).


◆ 아버지께서 워낙 선수들을 잘 가르치기로 유명하다. 먼저 ‘아버지께 공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지?

= 그런 적은 없었다. 가족이랑 무언가를 같이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예전에는 아버지가 아닌 선생님이란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화를 너무 많이 내셨다. 그래서 조재호 선수를 비롯해 다른 남자 선수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배우기도 했다.


◆ 우승 직후 아버지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나.

= 칭찬을 정말 많이 하셨다.평소 아버지와 친한 분들께서 “아버지가 내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고 하시는데, 나에게 직접 칭찬을 해준게 처음인 것 같다.


◆ 경기 도중 아버지께서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한 걸 알고 있나.

= 경기 막바지에 아버지가 안절부절하시는 걸 봤다.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나도 똑같다. 아버지 경기를 보면 그래서 잘 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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