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극 중 나현우가 맡은 배역은 사회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 ‘에반’이다. 소심하고 위축된 에반을 연기하게 된 그는 외형적으로도 에반처럼 보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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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에스앤코 |
“오디션 때 키도 속여서 넣고, 체중도 10kg 넘게 뺐는데 뭘 해도 큰 건 큰 거니까 겁을 많이 냈죠. 다행히도 별 얘기가 안 나오고 그냥 ‘큰 에반이네’ 정도의 반응이어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공연 내내 몸을 웅크리고 있다 보니까 다음 날은 무조건 담이 와요. 그래서 공연 다음 날은 항상 병원 예약을 해놓죠. 감내해야 할 일이에요. (웃음) ”
6년 전과 달리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소화하게 된 만큼, 나현우에게도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그가 더욱 깊게 에반이라는 인물을 탐구하며 짚게 된 핵심은 다름 아닌 ‘가족’에 있었다.
“이전에 ‘디어 에반 핸슨’을 좋아했을 때는 좋은 넘버를 가졌고, 표현해야 할 것이 많으면서도 명확한 인물 정도로 생각했어요. 근데 배우로서 연기하다 보니까 단순히 눈에 보이는 ‘파란색 카라티’, ‘너드’, ‘불안장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핍이 비롯된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우선시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죠.”
에반과 그의 어머니인 하이디의 이야기는 나현우가 캐릭터와 한층 더 동기화되는 연결고리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는 “저도 에반처럼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정말 바쁘셨다. 그러다 보니 에반과 하이디가 싸우는 대사가 저한테는 많이 겪었던 학창 시절”이라고 말하며 작품을 준비한 과정을 떠올렸다.
“에반과 하이디의 대화에서 저를 돌아보게 하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실제로 연습 중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내가 처음 엄마한테 반항했을 때, 처음 싸웠을 때 어땠는지를 물어보기도 했어요. 엄마의 기억을 오랜만에 들으면 저한테는 되게 별거 아녔는데, 엄마한테는 되게 오래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저를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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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에스앤코 |
또 나현우는 ‘디어 에반 핸슨’이 지닌 이야기가 자신에게는 오로지 따스한 위로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레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저와 조금 떨어져서 본다면 이 이야기는 큰 위로를 건네고 있는 이야기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에반으로서 있다 보니까 제가 위로받는 건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보통 ‘디어 에반 핸슨’이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많이 말하는데, 저는 그걸 쉽게 말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에반을 연기하는 저한테 있어서는 이 작품이 현실적으로 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아프게 느껴져요. 그러면서 동시에 위로가 되고 공감받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게 예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을 대하면 대할수록 저한테는 좀 더 상처로 닿아 있는 부분이 많은 이야기라는 게 더 보이는 것 같아요.”
그동안 다른 캐릭터를 분석하면서는 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많이 해봤지만, 에반만큼은 너무 사랑하는 채로 연기하다 보니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 그는 극 중 에반이 저지르게 되는 일들을 모두 이해하면서 연기하는 것과는 별개로, 에반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습 전에 에반끼리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만 정확하게 하면 되고, 그 이야기에 대해 관객들이 갖는 감상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죠. 어느 정도는 포기한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웃음) 물론 에반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게 중요하지만, 꼭 에반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의 다양한 지점에서 각자가 공감할 부분이 있을 거라 믿기로 했어요.”
따라서 나현우가 작품을 준비하며 어려움을 느낀 지점은 기능적인 부분에 있었다. 오랜만에 무대에 올라 뮤지컬의 문법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는 그는 개막하기 2주 전 성대 결절이 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그를 애먹였던 넘버 중 하나는 에반의 거짓말이 모두 들통나버린 상황에서 부르는 ‘워즈 페일(Words Fail)’이다. 오히려 배역과 너무 동기화가 되다 보니 넘버를 소화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제가 진심이고 눈물이 막 나면 노래가 안 되더라고요. 감정을 쏟아내는 건 쉬운데, 거기에 노래까지 잘해야 하니까 너무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빼고 노래만 잘하는 건 뮤지컬이 아니잖아요. 특히나 ‘워즈 페일’은 그런 넘버가 아니니까 그게 정말 어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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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에스앤코 |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그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에도 ‘워즈 페일’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나현우는 “지금도 이 넘버를 부르는 걸 상상만 해도 너무 좋다”면서 애정을 보였다.
“연습 때 그 넘버를 부르고 나니까 장현성 선배님이 제 등을 두드리시면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배우한테 정말 귀한 거야. 현우야 마음껏 해봐’라고 해주신 게 너무 마음에 남았어요. 내가 이렇게 감정을 다 토해낼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싶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워즈 페일’이 제일 소중해요.”
나현우와 이번 시즌을 함께한 또 다른 에반, 박강현과 임규형은 초연 때 먼저 에반을 경험한 선배로서 그를 이끌어주었다. “셋이서 엄청나게 친해졌다”라고 밝힌 그는 “꿈이 있다면 셋이서 한 번 더 같이 공연하고 싶다”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규형이는 원래 친한 친구였는데 엄청 많이 도와줬어요. 강현이 형은 밥을 진짜 많이 사주세요. 이렇게까지 많이 사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두 에반을 많이 챙겨주셨죠. 그리고 제가 진지하게 연기나 노래와 관련된 부분을 물어봤을 때는 영상 통화를 1시간씩 하면서 알려준 적도 있어요.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니까 뭐랄까 충성심이 생기더라고요. (웃음)”
하루하루 에반과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나현우에게 에반의 미래에 관해 묻자, “평범하게, 좀 더 괜찮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람이 아픔이나 큰 일을 겪으면 성장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본인의 경험을 함께 말하기도 했다.
“전 배우라는 직업이 제 삶과 너무 붙어 있어요. 나현우라는 사람과 배우라는 직업을 따로 보는 게 안 되는 사람이라서 배우로서 일이 진척이 되지 않을 때 너무 힘들어했죠. 그러다 보니 저를 더 채찍질하게 되었고, 남한테도 저 스스로에게도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결과를 내는 저를 보니까 모든 과거의 실패들이 지금 좋은 일들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했던 거구나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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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에스앤코 |
오래전 적어두었던 ‘디어 에반 핸슨’이라는 버킷리스트를 지운 나현우에게 아직 남아 있는 버킷리스트에 관해 묻자, “너무 많은데 말하면 안 된다. 말하면 안 이루어지더라. ‘디어 에반 핸슨’도 다 내려놓으니까 이루어졌다”라는 초연한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의지는 확실히 보여주었다. 여전히 목표는 올라운더 배우인 셈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원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보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아직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의 초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커요. 공연 공백기도 이번처럼 6년까지 벌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적어도 1, 2년에 공연 하나씩은 꼭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죠.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꿈도 여전히 갖고 있어요.”
나현우는 이번 ‘디어 에반 핸슨’이 자신의 마지막 에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작품에 임하고 있는 그는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한 무대를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오디션장을 나가기 직전에 ‘제 인생에서 에반이라는 인물로 말을 뱉을 수 있는 순간은 이 오디션, 합격하면 이번 시즌이 끝일 것 같습니다. 정말 사랑하고 잘할 수 있습니다. 한 번만 믿어주시면 정말 잘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 마음은 지금도 같아요. 이렇게 혼을 다해서 또 연기를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열심히 하고 있어서 많이 보러 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편 ‘디어 에반 핸슨’은 오는 11월 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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