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조형균이 5년 만에 펜과 칼을 쥔 낭만 검객 ‘시라노’로 돌아왔다.
‘시라노’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실존 인물인 에르퀼 사비니엥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각색한 뮤지컬로, ‘록산’을 중심으로 한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의 삼각 로맨스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극 중 ‘시라노’ 역을 맡아 활약 중인 조형균은 최근 서울 서초구 소재의 예술의전당에서 SWTV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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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음엔터테인먼트 |
2007년 뮤지컬 ‘찰리 브라운’으로 데뷔한 조형균은 이후 ‘렌트’, ‘여신님이 보고 계셔’, ‘헤드윅’, ‘하데스타운’ 등 중소극장부터 대극장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2019년 ‘시라노’ 재연에 이어 올해 돌아온 삼연에도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5년 전 ‘시라노’ 역을 처음 맡았던 조형균은, 그해 열린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처음으로 주연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조형균은 “‘시라노’라는 작품 자체를 좀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것 같고, 조형균이라는 사람이 뮤지컬 배우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좀 더 많이 알릴 수 있었던 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이라는 건 배우의 인생에서 어마어마한 것이고 너무 감사한 일이다. 제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다는 확신을 많이 줬던 좋은 계기였다. 뮤지컬 쪽에서는 상이라는 걸 받으면 이런 배우가 있다는 게 알려지게 되니까 이름을 알리는 부분에서도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동시에 이 상만으로 안주할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5년 만의 ‘시라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에 대해 조형균은 본인이 맡은 시라노가 아닌, 함께 삼각 로맨스를 이루는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캐릭터 변화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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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CJ ENM |
“크리스티앙은 왜 가스콘에 입대했고, 왜 록산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추가됐고, 록산도 지난번보다 좀 더 주체적인 역할로 많이 바뀌었다. 그중 예로 작품에서 15년 후의 시점을 다룰 때 지난 시즌 록산은 뜨개질을 하면서 죽은 사람을 추모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은 좀 더 나아가서 아이들에게 검술을 가르치면서 세상에 대한 부조리함을 놓지 않고 세상과 맞서 싸우는 캐릭터가 첨가됐다. 그러다 보니 공연을 하면서 시라노와 록산이 닮았다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들게 되더라.”
따라서 이번 시즌 조형균이 연기하는 시라노도 바뀐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캐릭터 설정에 맞춰 미묘하게 변화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밝히며 지난 시즌의 시라노를 회상해 감을 잡아갔다고 설명했다.
“반복해서 공연할수록 디테일하게 보이는 게 있다. 흔히 ‘로딩’이라 하는 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전에 놓쳤거나 새로 생긴 디테일이 마구마구 생긴다. 저도 지난 시즌 ‘시라노’ 마지막 공연을 많이 생각하면서 첫 연습에 들어갔다. 장면 연습을 하면서 그때 가지고 갔었던 시라노만의 디테일이 뭐가 있었는지 찰나마다 생각이 났던 것 같고, 새로운 배우들이 주는 리액션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록산의 소꿉친구이자 크리스티앙의 상사인 시라노는 두 인물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짝사랑 상대인 록산의 사랑을 맺어주기 위해 여자 앞에서만 서면 굳어버리는 크리스티앙을 코칭하고, 러브레터를 대필하는 등의 해프닝은 ‘시라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조형균이 꼽은 극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라노가 록산에게 크리스티앙을 대신해서 처음 고백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록산의 집에서 진행되는 장면에서 넘버가 총 3개가 있는데 이 장면에서 관객들이 시라노의 마음도 엿볼 수 있고, 크리스티앙으로 착각해 사랑에 빠진 록산의 훌륭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과 동시에 그걸 지켜보고 있는 크리스티앙을 보면 굉장히 기분이 이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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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CJ ENM |
뛰어난 시인이자 군인인 시라노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콤플렉스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큰 코다.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코 분장이 더욱 크고 뭉툭해졌는데, 이에 대해 조형균은 “물론 저도 관객, 팬분들 모두 코 좀 지난번처럼 바꿀 수 없냐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이번 코 분장의 방향성을 정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번에 시라노를 맡은 세 명의 배우, 제작사와 코 모양에 대해서 회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번에는 물론 코가 크고 길지만, 거리감이 있는 객석에서 봤을 때는 콧대가 부각이 되다 보니까 오히려 잘생겨 보이는 효과가 많았던 것 같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어글리하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의견들이 모여서 그렇게 나온 것 같다.”
시라노의 약점인 큰 코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조형균에게는 되레 힘을 북돋아 주는 아이템이다. 그는 “저는 지난 시즌, 이번 시즌 모두 제 코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분장의 버프를 굉장히 많이 받아서 코를 달고 있으면 연기하기가 훨씬 편하고, 호흡에 방해되는 것도 없어서 노래도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만족을 표했다.
시라노의 시인으로서의 기질은 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조형균은 ‘시라노’의 텍스트가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 ‘고전의 맛’이라 일컫고 2025년 주류 감성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 작품의 매력을 어필했다.
“주변 지인이나 관계자분들이 ‘시라노’를 보러 오시면 이렇게 느리고 고전적인 작품 진짜 오랜만이라는 이야기를 가끔 하신다. 요즘 시대가 굉장히 빠르지 않나. 작품들도 점점 런타임을 축소해서 짧고 굵게 끝내야 하고, 신나고 리드미컬한 게 굉장히 많은데, 그런 작품들 속에서 천천히 서정적으로, 대사나 말투도 현대어가 아닌 고전적인 말투를 쓰는 것 자체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옛것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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