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김종범 기자] 서울 강남 소재 4000억원대 빌딩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 사건 기록 가운데 핵심 증거 240여건이 누락된 채 판결이 내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원고 측은 법원의 증거 누락으로 인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해 재심을 청구하는 한편 최근 우리은행이 승소한 관련 소송 판결의 ‘기판력’(확정 판결의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에 나섰다. (본지 9월16일자 보도 참조)
문제의 빌딩은 서울 서초동 소재 에이프로스퀘어(구 바로세움3차)로, 해당 빌딩의 원소유주이자 시행사인 시선알디아이는 “과거 손해배상 소송 진행 과정에서 건물 소유권 등기의 무효를 입증할 핵심 증거 240여건이 법원 온라인 사건기록 목록에서 삭제됐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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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초동 소재 에이프로스퀘어 빌딩. |
실제로 법원 사건기록 열람 화면을 보면, 제출된 서증 목록이 ‘갑49’에서 곧바로 ‘갑290-1’로 뛰어넘어 중간 번호가 통째로 사라졌다.
누락된 증거에는 등기국 업무시간 이후인 오후 6시43분에 등기가 수리된 정황이 담긴 서류를 비롯해 수 차례의 등기 각하 결정문,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의 불일치 내역, 서초구청의 확인서, 피고들의 ‘매매대금 0원’ 계약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누락된 증거가 부동산등기법(제29조 제2호) 및 집합건물법(제1조의 2, 제20조) 위반에 따른 무효 등기임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라는 것이 시선알디아이 측의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민사부는 앞서 지난 9월10일 시선알디아이가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 명의의 이전 등기를 말소하라고 선고하면서도, 현재 등기상 소유주인 우리은행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과거 서울지법 제30민사부가 내린 판결문의 기판력을 인정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시선알디아이 측은 제30민사부 판결이 핵심 증거 240여건이 누락된 상태에서 내려졌고, 본안 소송이 아닌 추가재판(2021가합1495-1)에 대한 절차적 판단에 불과해 기판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최근 소유권 소송에 제출했던 판결문은 서울지법 제30민사부(판사 정찬우)가 진행한 손해배상(2021가합1495-1) 소송에 대한 것이다.
이 소송을 이른바 ‘1495-1’이라 부른다. 본 소송인 손해배상 소송의 사건번호는 1495다. ‘다시 1(-1)’이 붙은 이 사건은 본 소송의 추가재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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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온라인 사건기록 열람 화면 갈무리. [사진=시선알디아이] |
이 추가재판은 원고인 시선이 본 손해배상(1495) 사건에서 핵심 쟁점인 무효 등기에 대해 재판이 누락됐다면서 다시 신청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재판부는 앞서 ‘1495 손해배상’ 1심에서 판단됐기 때문에 ‘소송 종료’를 선언했고, 이를 대법도 인용했다. 즉, 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추가 재판에 대한 판결만 있는 것이라는 게 시선알디아이 측의 주장이다.
시선알디아이 측은 ‘집합건물법을 위반해 구분건물이 미성립된 상태에서 한 등기는 무효이고, 그에 기초한 공매와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다’라는 대법원 판례(2008마696 결정 등)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대근 시선알디아이 대표는 “시선알디아이가 소유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과거 핵심 증거를 누락한 채 등기 무효 여부에 대해 단 한 줄도 판단하지 않은 판결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헌적 판결이다”며 “우리은행의 등기에 대해 기각한 판결에 대해서도 무효임을 밝혀내기 위해 항소심에서 끝까지 다툴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시선알디아이가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만큼 향후 진행될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전심 판결의 기판력 인정 여부와 누락된 증거의 실질적 효력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부동산등기법상 최초의 소유권 이전 등기가 무효로 확정될 경우 이후 이뤄진 후행 등기는 모두 원인무효가 된다는 점에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소유권이 순차적으로 이전됐을 경우 후순위 등기를 말소할 수 있는 지와 무관하게 전 순위 등기의 말소 절차를 이행하라고 명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에이프로스퀘어는 지난 2011년 완공 이후 시행사인 시선RDI와 시공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간 소유권 분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건물 주인은 3번이나 바뀌었고, 지난 2022년 4월 JR자산운용이 인수해 현재 우리은행이 등기상 소유주다.
해당 빌딩의 실질적 소유주인 JR자산운용은 최근 최고가 경쟁입찰을 통해 빌딩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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