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글로리' 차주영, '중독'된 최혜정을 그리기까지

노이슬 / 기사승인 : 2023-03-27 17:00:55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최혜정이 이렇게 차분하다니. 배우 차주영의 첫 인상은 '반전'이다. 스튜디어스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스스한 파마머리 최혜정은 없었다. 긴 생머리에, 세상 차분하고 침착한 차주영만 존재할 뿐이다. 

 

그녀가 '더 글로리'의 최혜정을 그려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차주영이 출연한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감독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최혜정 役 차주영/넷플릭스

 

파트2가 공개, 2주차에도 1억 2359만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TV부문을 통틀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 글로리'는 명대사가 담긴 영상들이 밈으로 탄생, 2022년 12월 말부터 지금까지도 꾸준히 화자되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차주영은 "사실 아직도 어색하다. 최근 공항 씬을 찍는데 진짜 스튜어디스분들이 지나가면서 '어머 스튜어디스 혜정이'라고 하시더라. 너무 놀라서 저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며 "파트1때는 실감을 잘 못했다. 파트2가 나와야지만 연결되니까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더 글로리' 오디션 당시,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정보만으로 차주영은 간절했다. 누군가는 해야할 것이라면 자신이 되고 싶었다. "저는 미팅 현장에 차주영이 아닌 혜정으로 들어갔다. 다들 이미지가 다르다고 하신다. 그때는 더 조심스럽고 낯도 많이 가리고 그랬다. 긴장도 된 상태였지만 이 작품은 '내꺼다'는 마음이었다."

내로라하는 제작진과의 만남 외에 차주영을 사로잡은 것은 '더 글로리'가 하는 이야기와 메시지였다. "위로만 하는게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가해자로 나오지만 인과응보를 믿는다. 깊게 잘못한 것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 요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조심스러운 상황도 많고 시시비비가 정확하게 가려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유없는 가해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고, 그랬을 경우 부디 용서를 구하거나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용서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최혜정 役 차주영 스틸/넷플릭스

 

최혜정은 박연진, 이사라(김히어라), 전재준(박성훈), 손명오(김건우)와 문동은(송혜교)을 괴롭힌 가해자 무리 중 한명이다. 스튜어디스의 단정한 이미지와는 달리, 파마머리에 항상 금방이라도 옷이 터질 듯한 타이트한 의상만을 고집해 스스로의 가치를 하락시킨 인물이다. 차주영은 "'우아하고 고급진 날라리'라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늘 저에 대한 이미지를 깨부수고 싶었던 것도 있다. 혜정을 잘봐주신 것도 감사하고 저한테도 이런 면이 있다고 느꼈는데, 공식석상에서 신중한 타입이다보니 말도 느리다. 그런 면만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그런 면만 보여드리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나로만 정해지는게 재미없어서 너무 와닿았다."

혜정의 반전 비주얼은 모두 차주영의 아이디어다. "개인적으로 스태프들에도 감사하다.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열어두고 옵션 속에서 정했다. 처음 제안 했을 때 원장이랑 실장님들이 놀라셨다. 이런 의상이 괜찮나고. 근데 촬영하면서 납득하셨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제 알겠다고 하더라. 머리 스타일부터 재준이 집에서 입은 셔츠까지도 일부러 화려한 셔츠를 부탁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주영과 최혜정은 너무나도 다른 성격이었다. 지금의 최혜정을 만들어내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혜정이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걸렸다. 저한테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늘 고민하고 그 속에서 살아보려고 했는데, 항상 시간이 걸렸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대본에 충실하게 되더라. 단순하게 생각하자. 주변 것들을 신경쓰지 말고 1차원적으로 접근하자 싶었다. 흩날려보이는 가벼운 친구로 보이고 싶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최혜정 役 차주영 캐릭터 포스터/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최혜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은 가슴이 도드라지는 타이트한 흰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셀카를 찍는 모습이다. 차주영은 "그 장면은 오히려 어렵지 않았다. 의상도 많이 준비했었다. 혜정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의상이 그 의상이었다. 살이 찐 상태여서 보기에 이상하고 거부감이 느껴질까봐 걱정된 부분은 있다. 사라의 원피스와 혜정이의 원피스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혜정이를 보여주는 것에 치우치면서 선택된 의상이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사라는 항상 혜정에 '문동은이 아니었으면 너였다'며 그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항상 상기시켰다. 혜정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이런 연진의 무리와의 연을 끊어내지 못한다. '사라의 원피스' 시퀀스는 가해자였던 혜정이 피해자가 된 상황이다. 심지어 현재 진행형이다. 차주영은 "중독됐다"고 표현했다. "단순하게 접급하려고 했다. 이 친구가 그런 환경 속에서 시작은 실수지만 그 이후부터는 분명히 잘못이다. '동은이가 아니었으면 너였다'는 대사가 혜정이를 잘 표현해주는 문장이다. 허영과 뒤틀림, 욕심, 허세 이런 것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서 환경 속에 중독됐다. 갖고 싶은 것들에 중독된 아이였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 스스로가 만든 굴레인 것이다. 늘 눈치는 디폴트값이라 생각했다. 3총사가 아니라 사라와 연진과는 다른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인지한다. 들키면 안 된다. 더 무시할거니까. 그것에 중독된 여자다."

차주영은 "혜정이는 자의 반, 타의 반, 반반씩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연진이만큼 계급이 올랐다면 손절할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욕구에 도달했을 때는 다 충족이 되는 것이다. 나쁜 일을 일삼는 친구들에서 그때부터는 그래도 벗어나려는 노력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최혜정 役 차주영/넷플릭스


'동은오적' 배우들과의 호흡은 두말 할 것 없었다. 실제 찐친이 된 이들은 촬영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시간이 나면 만나고,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도 여전히 활발하다. "저희 환경이 너무 잘 조성되고 배우들끼리 합이 좋았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었다. 서로의 씬인 것 같을 때는 '이건 너의 씬이야'라며 몰아주고, 스탠스를 조절하면서 다들 알아서 했다. 미리 준비해 온 것도 있고, 현장감이 있는 배우라서 현장에서 오는 감을 믿고 했다(웃음)."

문동은으로 분한 송혜교와 함께한 사찰에서의 '스튜어디스 혜정아~'하는 씬은 배려 받았다고 회상했다. "혜교 언니랑은 전에 몇번 뵀었다. 저의 감정과 기복들이 드러나야 하는 씬이다. 언니가 '주영이 먼저 준비될 때 시작하시죠' 그랬었다."

동은에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빈 혜정은 반격에 나선다. 파트2의 명장면 중에는 혜정의 활약으로 완성된 통쾌한 장면이 주를 이룬다. 특히 혜정은 연진의 치부를 알고 오랜 첫사랑이었던 재준의 옆자리에 선다. 연진 앞에서 셔츠를 벗어던지는 장면과 재준과의 욕조씬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일부분은 CG다. "모두가 생각하시는 욕조씬의 전신과 가슴은 CG와 대역이다. 대역까지도 수술한 가슴이 정확히 필요했다. 제가 촬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촬영 전부터 합의된 것이었다. 인물의 특성상 필요한 작업이었다. 대본에도 셔츠를 벗어서 수술한 가슴을 보여줘한다는 것을 알고 들어갔다. 그 장면이 저도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격의 정점을 찍는 씬이라고 생각했고, 그것마저도 자존감을 채워주는 요소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최혜정 役 차주영/넷플릭스

 

누구보다 최혜정을 완벽하게 그려내 호평 받았지만, 스스로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웨딩샾에서 남자친구로부터 반지를 받는 씬은 다시 찍고 싶을 정도로 아쉽다. 욕하는 씬은 다들 웃더라.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캐스팅 때도 애를 먹었다. 욕이 어설프게 나오더라. 근데 혜정이는 뭔가가 구멍이 나 있고 다 어설픈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2016년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으로 데뷔한 차주영은 이후 드라마 '저글러스', '기름진 멜로', '나를 사랑한 스파이'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더 글로리'의 최혜정으로 인생캐를 경신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국 유학 후 연기자로서 길을 택한 그는 영어는 물론 일본어에도 능통해 이지적인 이미지가 부각돼 부담이 되기도 했다. 차주영은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는 조심스럽다며 "사실 저는 혼자 자립하고 싶었던 욕심이 컸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였고, 나름대로의 확률 게임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계를 정해놓고 이때까지 하지 못하면 조용하게 차분한 삶을 다시 살아보자에 대해 싸우고 있었다. 계획했던 것을 양보하거나 타협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의 차기작은 지난 25일 첫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이다. 차분하고 이지적인 이미지에서 최혜정으로 파격 변신 했듯이, 그녀는 또 다른 변신을 꿈꾼다. "아직 못 해본게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다. '더 글로리' 촬영할 때 3개의 작품을 동시에 찍었다. 3개 다 다른 인물이었다. 그 시기에 '더 글로리' 하면서 재미가 많이 붙었다. 많이 시도해도 되겠다 느꼈다. 보기에도 재밌고 하면서도 재밌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장르적인 욕심도 사극, 액션도 너무 자신있다. 몸을 잘 쓸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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