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데아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으로, 쉽지 않은 난이도의 연기를 요한다. 특히 ‘웃는 남자’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인 만큼 장혜린에게 있어서는 멀리 있는 관객에게도 전달될 수 있는 몸 연기가 주요 과제로 남았다.
“어떻게 제가 안 보인다는 걸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었는데, 연출님이랑 수빈 언니가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를 추천해 줘서 연습 시작하기 전에 다녀왔어요. 2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보이고 시각을 차단 하니까 정말 청각, 촉각 같은 감각들이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때 경험을 참고해서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들을 반응하는 방향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또 데아는 혼자 다니는 장면이 거의 없어요. 항상 누가 옆에서 끌어주는데, 정말 유일하게 데아가 혼자 걸어 다니는 장면이 ‘데이빗 경의 유혹’이에요. 안 보이는 상황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에 반응하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굉장히 많이 연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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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몸 연기와 함께 더해진 안무에 대해서는 “이번에는 즐기면서 했다”는 자신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히려 ‘베르사유 장미’를 할 때 혼자 춤추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많다보니까 안무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번에는 그래도 혼자 추는 왈츠가 아니고, 같이 추는 왈츠다보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었죠.”
그윈플렌과 데아가 함께 왈츠를 추는 장면인 ‘궁전’은 그의 최애 넘버이기도 하다. 그는 “연습할 때부터 ‘궁전’ 넘버를 제일 좋아했다”면서, “너무 표현이 예쁘고, 정말 데아를 위한 장면이지않나. 데아에게 이 세상을 알려주기 위한 장면이라 진짜 따뜻하고, 연습할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웃는 남자’는 장혜린이 난생 처음으로 로맨스 연기를 펼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연기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로맨스적인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넌 네 삶의 전부’라서 그 장면 연습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정말 데아와 그윈플렌이 정말 사랑하는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찾는 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죠.”
여기에 더해 그윈플렌과 데아의 관계성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로, 자칫하면 연인이 아닌 남매사이로 보일 수 있는 거리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솔직히 아직도 고민인 부분”이라고 고백한 장혜린은 소녀와 여성을 오가는 데아의 캐릭터성을 잘 드러내기 위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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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처음 보는 관객분들은 ‘갑자기 남매끼리 저런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나이 차이가 안 나 보이게끔 노력하려고 해요. 연출진 분들도 제가 너무 어린아이 같은 모습만 보여주기보다는 성숙한 여자의 모습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디렉션을 주셨고요. 중간에서 밸런스를 잡기보다는 앞부분에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이후 그윈플렌을 위로할 때는 데아한테 성숙한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고 있어요.”
전작 ‘벤허’에서 오빠와 여동생의 관계로 만났던 박은태와 규현을 비롯해 이번에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된 이석훈, 도영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장혜린은 함께 연기하면서 느낀 4명의 그윈플렌이 각각 가진 특징에 대해 전했다.
“은태 오빠는 연습실 때부터 느꼈지만 저를 만지면 부서질까 싶을 정도로 소중하게 여겨주는 그윈플렌이고, 석훈 오빠는 정말 다정한 오빠의 느낌이죠. 규현 오빠는 정말 남자다워요. 특히 우르수스랑 있을 때 소년과 청년의 어딘가에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도영 오빠는 또래니까 같이 연기할 때 편하고 친근해요. 실제로 같이 자란 오빠가 있다면 이렇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극 중 데아와 그윈플렌이 펼치는 순수한 사랑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세상에서 보여지는 기적과도 같다. 이에 대해 장혜린은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처음에 대본을 보고 어떻게 이런 사랑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면서 웃어보였다.
이러한 그들의 사랑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 건 다름아닌 원전 ‘웃는 남자’다. 그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읽었다고 말하면서 “소설에 그윈플렌과 데아의 사랑하는 서사가 엄청 길게 나오는데, 그걸 통해 그윈플렌과 데아를 많이 이해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뮤지컬에 데아가 그윈플렌을 사랑하는 모습이 더 보였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약간의 아쉬움은 있어요. 소설에서는 데아가 그윈플렌을 듣고 만질 때 어떤 것을 느끼는지 정말 구체적인 묘사가 나오고, 데아가 그윈플렌을 거의 신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는 게 잘 보이는데 뮤지컬에서는 시간상 나오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표현되어야 결말에 대한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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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
그윈플렌과 데아의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우르수스도 그들과의 관계성에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장혜린은 우르수스에 대해 “진짜 아버지 같다”면서 인터뷰 도중에도 ‘아부지’라고 부르면서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저희 아버지는 삼촌 같은, 친구 같은 느낌의 아빠인데 정석적인 아버지의 듬직함과 푸근함 같은 느낌을 이번에 우르수스를 통해 처음 느낀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따뜻하다고 느꼈죠. 특히 뉴캐스트끼리 연습이 많이 잡혀서 범석 아부지랑 연습을 많이 했었어요. (웃음) ‘눈이 안 보이는 너를 통해 이 세상 보는 법을 배웠다’는 우르수스의 대사가 있어요. 그 대사가 잔인한 세상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주는 데아의 깨끗한 영혼을 잘 나타내 주는 것 같아요.”
이제 막 본인의 세 번째 작품에 참여한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간단 명료하게 ‘잘하는 배우’다. 장혜린은 “‘저 배우는 언제 봐도 참 잘하더라’라는 말을 듣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나중에 맡고 싶은 배역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했다.
“정말 많은데, 언젠가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후에 최종적으로 꼭 해보고 싶은 건 ‘엘리자벳’이에요. 또 제가 되게 까불까불한 스타일인데 그런 성격하고 비슷한 ‘위키드’의 글린다나 최근에 본 ‘젠틀맨스 가이드’의 시벨라도 너무 재밌어보여요.”
마지막으로 그는 ‘웃는 남자’의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어떻게 보면 슬픈 내용일 수 있더라도, 중간중간에 힐링 받을 수 있는 구간들이 되게 많아요. 데아도 장혜린도 연습할 때부터 공연 올린 후까지 치유 받은 순간들이 많았던 것처럼, 관객분들도 ‘웃는 남자’를 보고 각자 힘든 일들을 많이 해소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한편 ‘웃는 남자’는 박은태, 이석훈, 규현, 도영, 서범석, 민영기, 김소향, 리사, 이수빈, 장혜린 등이 출연하며 오는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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