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게이들과 만나보고, 함께 지내보고, 술도 마셔보면서 그들이 가진 분위기나 표정같은 것을 훔쳐오라는 이야기를 미리 했었다. 마침 나리타 료씨 주위에 그런 분들이 꽤 있어서 그분들이 갖고 있는 사랑스러움을 체득한 후 현장에 왔고 이후 자유롭게 연기를 펼쳤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이후 영화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2017), ‘나라타주’(2018) 등을 연출하며 일본 영화계에 입지를 다졌다.
‘일본 멜로 영화 계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거머쥔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를 통해 첫 퀴어 영화를 연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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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미디어캐슬 |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는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도 누구든 곁에 두고 싶은 ‘쿄이치’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그의 곁에 머무르고 있는 ‘이마가세’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퀴어 영화.
미즈시로 세토나 작가의 만화인 [쥐는 치즈의 꿈을 꾼다]를 원작으로 한다.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의 한국 개봉(2월 8일)에 즈음해 한국을 찾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W를 바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해 요 며칠 동안 만끽하고 있다”며 내한 소감을 밝혔다.
“항상 영화를 만들고 나서 내가 만든 영화가 정답일까, 오답일까 의심을 자주 한다.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굉장히 알기 쉽게 반응을 해 주시기 때문에 저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번 한국 개봉은 다음 번에 제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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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미디어캐슬 |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한국에서 촬영하고 연출한 영화 ‘브로커’(2022)가 개봉하고, 일본 로맨스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22)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는 등 한일간에는 영화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도 “물밑에서 프로젝트가 움직이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서로 다른 나라의 크리에이터들이 융합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앞서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합작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한국의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창작자로서 한국의 감독들에게도 굉장히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문화적 콘텐츠가 일본에서 생산되는 창작물의 색깔을 바꿀 정도로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의 일본 크리에이터들은 한국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변모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좀 잘못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분들이 지금 일본의 콘텐츠를 재미있게 봐주시고 있다면 더욱더 우리 식으로 잘 만들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에 많은 자극을 받으면서도 일본의 정서에 맞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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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대원씨아이 |
영화의 원작 [쥐는 치즈의 꿈을 꾼다](2006)는 BL 장르로 구분되어 있는 만화다.
하지만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작품이 BL 영화가 아닌 퀴어 영화라는 것을 강조했다. 동성애를 그리고 있지만 특정 마니아가 향유하는 판타지가 아닌 사람과 사람간의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원작자이신 미즈시로 세토나 씨의 말씀에 의하면 [쥐는 치즈의 꿈을 꾼다]는 그저 인간과 인간의 드라마인데 마침 그들이 남자와 남자였다는 이야기로, 보편적인 비엘물과는 다른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 만화를 그렸다고 들었다. 만화가 연재될 당시의 일본 사회는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 시대 속에서 그려진 이 만화는 동성애를 그리기보다는 인간의 혹은 인간이 인간을 좋아하는 모습, 인간이 인간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담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만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최근 일본에서도 이해가 되고 받아들여져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 했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
작품을 퀴어 영화로 정의내린 만큼 현실과 맞닿은 부분 또한 극 중에서 찾을 수 있었다. 쿄이치가 남자인 이마가세와 여자인 자신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을 황당해하는 나츠키의 태도나 이마가세를 만나기 전까지는 여자와만 사랑해온 쿄이치를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의심하는 이마가세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시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현실에서 퀴어들이 겪는 어려움을 영화 속에 담았지만 작품을 통해 퀴어들에 대한 인정을 호소하고 있지는 않으며 영화를 본 사람들이 다른 사랑에 대해서 이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영화를 보았을 때 사랑을 하고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은 성별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마찬가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는 이 작품이 일반적인 사랑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후에 이 작품이 드물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당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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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미디어캐슬 |
과거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역시 원작 소설이 존재하지만 영화는 소설 출간 일과 약 3년의 텀을 두고 개봉했다. 그러나 이번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는 만화가 출간된 지 약 14년만에 제작되어 시대적으로 이질감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작품에 대한 확신을 보였다.
“원작 자체가 일방통행인 감정을 결국 상대가 받아들이게 되기까지의 프로세스를 그렸다. 만화의 출간 시기는 LGBTQ 같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기 전의 시대이긴 했지만 보편적인 테마를 그렸기 때문에 이야기가 빛바래지 않았으며,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시대적인 이질감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의 제목은 원작 [쥐는 치즈의 꿈을 꾼다]의 제목을 그대로 따랐다. 이는 속담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다’(궁지에 몰리면 약자라도 강자에게 필사적으로 반항함에 이른다)를 변형한 제목이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원작자에게 제목에 담긴 의미를 직접 물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정확한 함의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지만 그가 생각하는 해석은 들어볼 수 있었다.
“저는 제목에 등장하는 쥐가 쿄이치일 수도 있고 이마가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쥐가 어느 쪽이든 ‘치즈 꿈’이라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시간 또는 사건이라고 해석 했기 때문에 작품의 제목은 ‘언제까지나 잊지 못하는 무언가’를 의미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애절함이나 굉장히 센티멘털한 감정을 잘 담아내서 제목을 표현하겠다고 계획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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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미디어캐슬 |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극 중 쿄이치와 이마가세가 상반된 인물인 만큼 오쿠라 타다요시(쿄이치 역)와 나리타 료(이마가세 역)에게 연기 방향을 디렉팅 하는 것에 있어서도 차이를 뒀다고 밝혔다. 감독은 “자연스럽게 연기자가 원하는대로 연기하기를 바랐던 캐릭터가 이마가세였다. 반대로 쿄이치는 굉장히 억압되어 있고 감정 조절도 힘든 상태라는 것을 배우에게 인지시키고 움직임에 있어서도 많은 제한을 뒀다.”고 말했다.
억제된 캐릭터를 연기한 오쿠라 타다요시에 비해 표현의 범위가 자유로웠던 나리타 료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주어졌다. 감독은 나리타 료에게 연기를 하기 이전에 그가 연기할 성소수자에 대한 밑조사를 지시했다.
“게이들과 만나보고, 함께 지내보고, 술도 마셔보면서 그들이 가진 분위기나 표정같은 것을 훔쳐오라는 이야기를 미리 했었다. 마침 나리타 료씨 주위에 그런 분들이 꽤 있어서 그분들이 갖고 있는 사랑스러움을 체득한 후 현장에 왔고 이후 자유롭게 연기를 펼쳤다.”
영화는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한국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남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의 베드신의 수위를 구분하지 않고 가감 없이 표현한 것에 대해 감독은 “모두 제대로 찍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베드신을 통해 쿄이치의 여자와의 사랑, 남자와의 사랑이 보여지게 돼서 이 둘을 같은 비중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생각 했다. 이러한 사랑의 장면은 모두 아름답게 찍어내겠다라는 마음이 있었고,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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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미디어캐슬 |
유독 영화에서는 여러 소품들이 강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쿄이치의 재떨이, 이마가세의 지포라이터 등이 그러하다. 그 중에서도 쿄이치의 방 한 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스툴은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소품이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해당 소품을 특수 주문해서 제작했고 다소 집착적으로 설정했다 밝히며 웃음을 보였다.
“쿄이치의 집이 상당히 넓고 스타일리시한 것에 비해 스툴은 몸을 굉장히 작게 웅크리고 앉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졌다. 이는 ‘내가 여기 있어도 될까’ 같은 의문이 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의자로, 이렇게 넓은 곳에서 있을 곳이 없고 갈 곳이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도구다.”
높은 스툴은 쿄이치와 관련된 많은 인물들이 거쳐간다. 이마가세부터 쿄이치의 약혼녀, 이후 쿄이치 본인이 직접 스툴에 앉아 여운을 남긴다.
“이마가세는 평소에 매우 당당하게 쿄이치의 침대나 소파에 드러눕고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한다. 하지만 스툴에 앉을 때는 몸을 작게 웅크리고 있어 이마가세의 뒷면에 존재하는 소극적이고 작아진 느낌과 함께 불안감을 표현한다. 이마가세가 앉아있던 의자에 약혼녀가 앉게 되는 것을 본 순간 쿄이치가 그 스툴은 이마가세의 자리였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진심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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