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13년전 위성우의 우리은행 닮은 이상범의 하나은행, '도장깨기' 시작했다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8 12:49:52

 

▲ 사진: WKBL

 

[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부천 하나은행이 새 시즌 첫 경기에서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을 상대로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

 

하나은행은 지난 17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WKBL) 홈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에 66-45, 21점차 대승을 거뒀다.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KEB하나 시절이던 2026년 2월 13일 65-60 승리 이후 9년 9개월 만으로, 일수로 계산하면 3천566일 만이다.

 

사실 이날 경기는 최종 스코어에서 21점의 격차가 난 경기였지만 사실상 30점 차 이상의 격차가 벌어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원사이드’ 경기였다. 실제로 4쿼터 한때 32점 까지 격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4쿼터 막판까지 하나은행 선수들의 수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30점 이상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경기가 끝났을 수 있다.

 

최근 십 수 년간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이 이뤄온 업적을 떠올려 볼 때 결코 있을 수 없는 승부가 시즌 개막 시점에 일어난 셈이다.

 

지난 2023년까지 남자프로농구(KBL) 원주DB를 이끌다가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이후 2년 만에 WKBL 무대를 통해 현장에 복귀한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은 WKBL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가진 라커룸 미팅에서 이날 경기에 대해 “솔직히 선수들이 어떻게 해 나갈지… 기술은 뭐 그렇게 밀리거나 이러지는 않는다고 나도 판단을 하는데 밀리긴 밀리겠죠. 아무래도 우리은행 같은 저력 있는 팀이니까 근데 이제 맞부딪쳐가지고 재미있게 할 수도 있는데 선수들이 너무 긴장해버리면 벤치 운영을 어떻게 할까 근데 그게 고민인 거예요.”라며  ‘여자 농구 초짜’의 긴장감을 드러냈다.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됐고, 이 감독이 드러낸 긴장감의 실체는 ‘설레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하나은행 선수들의 경기는 13년 전 만년 꼴찌팀 우리은행을 단숨에 리그 정상에 올려 놓은 ‘위성우 매직’을 떠올리게 했다.

 

스타팅 베스트5가 큰 의미가 없는, 선발 출전 선수들과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멤버들이 쉴새 없이 로테이션 하며 1쿼터부터 4쿼터까지 40분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상대가 질식할 만한 수준의 조직적인 수비로 몰아 붙이고, 리바운드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리바운드 내지 루즈볼을 따내서 2차, 3차 공격으로 득점을 성공시키고, ‘떨어지면 던지고, 붙으면 파는’ 망설임 없는 공격.

 

▲ 하나은행 이상범 감독(사진: WKBL)

 

이것이 이날 하나은행의 농구였고, 이상범의 농구였다.

 

이날 하나은행은 출전 선수 9명 가운데 8명이 득점에 가담했다. 박소희(14점), 정현(9점), 고서연(6점), 정예림(8점)이 나란히 3점포 2개씩을 터뜨렸고, 지난 시즌 부산 BNK썸의 우승 주역 이이지마 사키가 이날 내외곽을 오가며 11점을 올렸다. 센터 진안이 빠른 골밑 돌파와 정확한 미들슛으로 10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고, 박진영도 6점을 거들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김정은은 후반에 기용돼 득점은 2점에 그쳤지만 노련한 수비와 어시스트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특히 이날 하나은행은 우리은행을 리바운드에서 49-32로 압도했다. 오펜스 리바운드를 8개 더 잡아냈고, 수비 리바운드는 9개를 더 잡아냈다.

 

이런 경기는 질래야 질 수 없는 경기다.

 

이상번 감독도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루즈폴이나 리바운드 이런 거 상대가 안 들어간 걸 많이, 정말로 열심히 잡아줬어요. 그게 가장 큰 승리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한테 고맙게 생각합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이날 경기 전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는 좀 있었다. 하나은행이 비시즌 연습경기에서 리그의 강호들을 상대로 승승장구 했다는 이야기였다.

 

13년 전 우리은행이 시즌을 시작하기 전 들려왔던 이야기들과 닮아 있었다. 우리은행은 2012-2023시즌 개막전에서 직전 시즌 정규리그 준우승팀인 KBD생명을 꺾으면서 돌풍의 서막을 열었다.

 

하나은행도 이날 홈 팬들 앞에서 펼친 시즌 개막전에서 직전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우리은행에 굴욕적인 패배를 안겼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다소 허탈한 표정과 함께 “잘하네. 잘하네요. 그냥 몸놀림 자체가 벌써 너무 차이가 많이 나고 연습게임 때 잘했다는 게 그냥 잘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저도 듣는 소리가 있으니까…저희도 이게 다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데 전체적으로 뭐랄까요 기 싸움이나 이런 거 다 진 것 같아요. 어쨌든 하나은행은 이제는 작년에 하나은행이 확실히 아닌 것 같아요.”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위성우 감독이 만년 꼴찌 팀인 우리은행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첫 해 우리은행 선수들은 만연해 있던 패배의식을 걷어내기 위해 그야말로 ‘지옥훈련’을 견뎌내야 했다.

 

당시 우리은행 소속이었던 박혜진(BNK썸)이 “지나다니는 개가 부러웠다”고 할 정도로 위성우 감독의 훈련은 혹독했다. 그렇게 위성우식 지옥훈련을 이겨낸 우리은행은 박혜진을 비롯한 임영희, 양지희, 이승아 등 주축 선수들을 앞세워 한동안 리그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승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촌스러웠던 선수들은 어느새 패배보다는 승리에 익숙한 스타들이 되었고, 지금도 그 유산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의 신화를 이어갈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원주DB를 남자프로농구 정상에 올려놓았던 이상범 감독은 이제 원주 DB와 같은 녹색 유니폼을 입는 하나은행의 패기만만한 선수들과 여자프로농구 정상을 향해 ‘도장깨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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