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왕과 사는 남자' 유해진, "박지훈의 눈빛, '척'하는 것 같지 않아 좋았다"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7 09: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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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진(사진: 쇼박스)

 

[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비운의 왕 단종과 그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로 유배를 떠나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단종과 함께 살았던 광천골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유해진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왕과 사는 남자'는 최근 언론배급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후 20년 전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올랐던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가 연상 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최근 침체된 한국 영화의 흥행에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왕의 남자'가 소환되는 이유 가운데는 유해진의 존재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왕의 남자' 20주년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유해진은 "기대하는 거는 딱 그거다. 여러 세대가 다 좋아할 만한 그런 작품이 정말 오래간만에 나왔다는 것"이라며 "이런 작품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극장에 관객이 많이 와야 되는 이유 때문에라도 이런 작품이 필요하긴 하지만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영화,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볍거나 이러지 않으면서 20대건, 30대건, 40대건 같이 볼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거기에 박지훈이라는 배우가 있다.(웃음) 그래서 오래간만에 나와서 이런 게 참 반갑다."고 국내 영화 흥행 침체기에 나온 '왕과 사는 남자'를 내놓게 된 소감을 밝혔다. 

 

▲ 사진: 쇼박스

 

영화에 등장하는 단종, 한명회, 금성대군 등 역사적 인물은 물론 유해진이 연기한 엄흥도라는 인물 역시 실존 인물이다.

 

극중 엄흥도는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마을 살림살이를 챙기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광천골 촌장으로, 우연한 기회에 유배 온 양반 덕분에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된 노루골의 이야기를 듣게 된 후, 광천골을 유배지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얼마 후 자신의 뜻대로 광천골을 유배지로 지정 받게 만드는 데 까지는 성공하지만 광천골에 유배를 온 사람은 기대했던 고관대작이 아닌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이었고, 한양에서 유배 온 양반 덕으로 마을을 살찌우고 아들을 과거급제를 도모하려 했던 엄흥도의 구상은 엉망이 된다.

 

하지만 단종과 일상을 함께하며 '왕과 사는 남자'로서 살아가는 사이 스스로 변화를 겪고 서서히 단종에게 남겨진 최후의 사람이 된다. 

 

실제 인물인 엄흥도에 대해 개인적 차원에서 알아보기도 했다는 유해진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그를 연기로 표현하는 데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 사진: 쇼박스

 

유해진은 우선 "실제로 계셨던 분이기 때문에 되게 조심스러웠던 게 있었다. 어쨌든 어린 단종이 가는 길에 같이 있어줬던 대단한 분이셨다. 그 분이 그려진다는 자체가 좋았다. 이 영화에서 대중에게 알려진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자신의 연기를 통해 엄흥도라는 실존 인물이 알려지게 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극의 재미를 위해 엄흥도의 캐릭터가 일부 코믹하게 그려지고, 보기에 따라서는 경박스러운 인물로 그려지게 된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통한 결과물이었음을 강조했다. 

 

유해진은 "그 분(엄흥도)이나 단종을 그리기 위해서는 같이 있었던 그 관계를 그리기 위해서는 조금 일반 대중들이 그래도 조금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무거운 무게만 있으면 안 되고 같이 어울리는 과정을 그리다 보니, 관객한테 스며들게 하는 그런 과정을 그리다 보니 조금 가벼운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게 좀 어느 선을 넘지 않는 한도 내야 되겠다라는 그런 게 무척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 사진: 쇼박스

 

이어 그는 "최대한 그분 얼굴에 먹칠하지 않으면서 그분이 단종 옆에 계셨던 아주 훌륭한 분이라는 걸, 그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 그 과정을 좀 잘 그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다. 

 

단종의 슬픈 이야기에 대해서는 단편적이나마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슬픈 이야기가 시각적으로 극대화 되어 보여지는 탓에 보는 이가 느끼는 슬픔의 감정도 극대화 된다.

 

특히 단종이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슬픔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단종이 생을 마감하는 장면에 대해 유해진은 "픽션이다."라며 "여러 가지 설 중에 하나 그를 거기에 이렇게 녹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해진은 촬영 당시의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울컥'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급기야는 인터뷰 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극중 엄흥도와 단종이 나눈 감정의 교감이 그 만큼 크고 깊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베테랑 배우 유해진과 '까마득한' 후배 배우 박지훈이 촬영 기간 내내 그 감정의 크기와 깊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유해진은 "처음에 걱정을 많이 많이 했다. 왜냐하면 박지훈이라는 배우를 내가 많이 보지 못했다. 그리고 잘 몰랐다. 연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외모가) 되게 퉁퉁하게 하고 그래서 '저렇게 퉁퉁하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촬영 시작되니까 (다섯 손가락을 모아 오므리며) 요만하게 해서 왔더라. 초반에 되게 에너지 있는 걸 같이 찍었는데 걱정이 '싹' 사라졌다. '에너지가 진짜 대단하구나' 라고 느꼈고, 그래서 저도 약간 거기에 좀 자극을 받았다."고 박지훈과의 첫 만남을 돌아봤다. 

 

▲ 사진: 쇼박스

 

촬영 기간 중 박지훈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삶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힌 유해진은 박지훈에 대해 "가볍지 않고 신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꾸 신뢰가 쌓이고 그러면서 정도 생기고 그러면서 갈수록 관계가 두꺼워진 것 같다."며 "그러니까 마지막에도 아마 물론 다른 배우랑 했어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더 그게(감정이) 더 우러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영화의 제작보고회 당시 박지훈을 고마운 존재라고 언급하면서 그를 많이 의지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극이 마지막으로 가면서 엄흥도와 단종이 시선을 마주하며 다양한 감정을 교환하는 장면이 극을 이해하고 극에 몰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해진은 박지훈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박지훈의) 눈빛이 되게 진솔하기도 하고 '척'하는 것 같지 않아서 좋았다."며 "그거는 그냥 느껴지는 건데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되게 느껴지는 게 뭐냐면 무슨 대사를 하다가 내가 울컥해서 쳐다보면 박지훈이 금방 눈가에 뭐가 맺힌다든지 그러면 제가 또 거기에 또 받아서...이게 사실은 서로 주고받는 거다. 그래서 '아!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구나. 같이 나누고 있구나'가 되게 느껴지는 작업이었던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유해진(사진: 쇼박스)

'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박지훈이 연기한 단종이이라기 보다는 유해진이 연기한 엄흥도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서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 달라는 질문에 유해진은 대단히 심플한 대답을 내놨다.  

 

"그냥 보면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영화는 그냥 이렇게 그냥 단종에 대한 그 얘기는 혹시 모르셨던 분도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교과서적인 내용이니까요. 그 정도만 알고 오셔도, 그냥 그것만 딱 알고 오는 게 더 오히려 좋으실 수도 있고...편하게 끌어주는 대로 이렇게 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편하게 오시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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