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현대건설 이탈, 사실상 구단이 등 떠밀었다? 일기장 공개 '파장'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3 10:48:27

지난 1일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된 전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소속 고(故) 고유민의 일기장이 공개됐다. 

 

그의 일기장에는 SNS를 통한 팬들의 악성 댓글과 비난 메시지에 시달렸던 고인의 상황과 함께 고인이 현대건설을 자발적으로 이탈한 것이 아닌 팀 구성원들로부터 당한 무시와 핍박을 이기지 못하고 사실상 등 떠밀려 팀을 이탈하게 된 정황이 드러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 고유민 SNS

 

2013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한 고인은 2018-2019 시즌이 종료된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 다시 현대건설과 재계약을 맺었고, 2019-2020시즌 백업 레프트로 활약하다 팀의 주전 리베로였던 김연견이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뒤에는 잠시 리베로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고인은 김연견이 수술을 마치고 팀으로 돌아오고 현대건설이 백업 레프트로 활용할 수 있는 김주하를 영입함에 따라 팀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결국 2019-2020시즌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25경기에 출전한 고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시즌이 중단되기 전인 지난 3월 초에 이미 팀을 떠났다.

 

1일 MBC가 공개한 일기장에 따르면 고인은 리베로로 역할이 배정된 이후 수면제를 먹을 정도로 심적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은 일기장에서 “우선 저를 많이 응원해주고 제 선수 생활 처음부터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며 “제가 이 팀에서 열심히 버텨보았지만 있으면 있을수록 자꾸 제가 한심한 선수 같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 제 몫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연습도 제대로 안 해본 자리에서…”라며 “주전 연습할 때도 코칭 스텝들이 거의 다했지, 전 거의 밖에 서 있을 때마다 제가 너무 한심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고인은 “갑자기 들어가야 할 땐 너무 불안하고 자신도 없었다. 같이 (연습을) 해야 서로 상황도 맞고 불안하지 않을 텐데… 저도 불안한데 같이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불안했을까 싶다. 미스하고 나오면 째려보는 스텝도 있었고 무시하는 스텝도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인의 한 선배는 “팀에서 무시당하고 자기 시합 못 하고 오면 대놓고 숙소에서나 연습실에서나 그런 거 당한 게 너무 창피하고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고, 고인의 어머니 역시 “사람을 완전 투명인간 취급한다더라”라며 증언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수면제 없인 잠도 못 잘 상황까지 됐고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며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고 쓰기도 했다.

또한 고인은 “댓글 테러와 다이렉트 메시지 모두 한 번에 와서 멘탈이 정상이 아니다. 악플을 좀 삼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고인은 현대건설을 떠난 이후 SNS에서 배구와 관련된 게시물을 모두 지웠고, 댓글 기능도 제한했다.

 

결국 고인의 일기장에 나타낸 내용을 종합하면 팀내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고, 배려도 부족했던 구단,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극성팬들의 악성 댓글과 비난이 결국 고인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경찰은 유족과 협의해 조만간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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