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기와 슬픔의 피조물 ‘프랑켄슈타인’…극한의 넘버 지탱하는 호연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6-28 09:33:44

[스포츠W 임가을 기자]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죽지 않는 군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된다. 앙리는 빅터의 연구에 반감을 표했지만, 곧 그의 확고한 신념에 감명받아 실험에 동참하게 되고, 종전으로 인해 연구실이 폐쇄되자 제네바로 돌아와 연구실을 프랑켄슈타인 성으로 옮겨 생명 창조 실험을 계속해 나간다.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피조물이 창조되지만, 홀연 사라진다. 3년 후, 약혼자 ‘줄리아’와의 결혼을 앞둔 빅터 앞에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이 나타나고, 괴물은 세상에 던져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을 재고한다. 극 중 주요 인물 6인 모두가 1인 2역을 맡는 것이 특징이다. 창작진으로는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 등이 참여했다.

인간에 대한 본성에 대한 고찰과 인물 간의 강렬한 감정선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프랑켄슈타인’은 광기와 슬픔이 공존한다. 인간을 위해 꿈꿨던 생명 창조가 되려 목숨을 빼앗는 결과를 낳게 된 아이러니, 인두겁을 쓴 채 ‘괴물’이라 불리는 생명체보다 더 끔찍한 행태를 보이는 인간상을 통해 인간을 결정짓는 기준과 한 생명에 실린 무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보편적인 뮤지컬의 결말과는 거리가 있는 공허한 최후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데 일조한다.

‘프랑켄슈타인’을 10년 동안 지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가 넘버인 만큼, 다채로운 색의 완성도 높은 음악을 접할 수 있다. 베테랑 배우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저음과 고음은 음악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장면 대부분에서 주요 인물이 불안정한 상태에 몰려있는 만큼 크게 요동치는 배우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극적인 넘버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그중 작품의 대표 넘버로 꼽히는 ‘위대한 생명 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는 바닥에 깔리는 저음으로 고딕 호러의 섬뜩한 분위기가 대두된다. 특히 배우가 장치를 손으로 조종할 때마다 정교하게 움직이며 불꽃이 튀는 등 적절한 특수효과를 더한 무대장치는 거대한 규모의 대극장 뮤지컬의 장점을 잘 활용했다.

1인 2역으로 상반되는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연도 이목을 사로잡았다. 사연에 이어 같은 역으로 참여한 ‘빅터’ 역의 규현은 차갑고 예민한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발랄하고 잔인한 격투장의 주인 ‘자크’를 오가며 연기를 펼쳤다. 특히 때에 따라 극의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위트 있는 깨알 연기가 눈에 띄었다.

‘앙리’ 역의 고은성은 이번 10주년 작품에 뉴캐스트로 참여했다. 그가 소화한 배역 중 ‘앙리’보다는 ‘괴물’ 쪽에 더 눈길이 갔다. 신체를 가동하는 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기괴하게 움직이는 ‘괴물’의 걸음 걸이와 같이 인간보다는 크리처를 연기하는 듯한 모습은 그로테스크 하기까지 느껴지는 한편, 갓 태어난 생명체의 순수성이 강조돼 연민을 느끼게 만든다. 

‘줄리아’와 ‘엘린’은 각각 ‘까뜨린느’와 ‘에바’로 변신하는 2막에서 더 잘 보이는 편이다. ‘에바’ 역의 전수미는 강렬한 붉은 빛의 무대와 열정적인 삼바 리듬으로 격투장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남자의 세계’에서 육감적인 안무를 선보이는 앙상블과 함께 폭발적인 에너지를 선보인다. ‘까뜨린느’ 역의 이지혜는 자신의 비참한 인생을 돌아보며 절망하지만, 그럼에도 생존을 간절히 원하는 인물의 심정을 넘버 ‘산다는거’를 통해 처절하게 표현한다.

한편 ‘프랑켄슈타인’ 10주년 기념 공연은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 선민, 이지혜, 최지혜, 전수미, 김지우, 장은아, 이희정, 문성혁, 김대종, 신재희 등이 출연하고 오는 8월 25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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