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셰익스피어, 중국 땅 밟았다…국립극단 ‘십이야’ 베이징 공연 전석 매진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5-10-31 08:36:46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국립극단이 9년 만에 K-연극을 중국 관객에게 선보여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 24~25일, 국립극단은 연극 ‘십이야’를 중국 베이징 중간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틀 동안 2회 공연은 모두 전석 매진됐으며 총 774명의 중국 관객이 관람했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국립극단이 9년 만에 K-연극을 중국 관객에게 선보여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국립극단)


‘십이야’는 올해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2008년 시작된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는 아시아 연극계의 창작 동력 공급과 세계적인 수준의 우수 연극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진행해 온 공연예술 페스티벌이다. 

 

지난해까지 중국 현지 연출가 225명의 430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고, 전 세계 21개국 129편의 해외 작품이 선보여졌다. 18회째를 맞은 올해 연극제는 중국 베이징을 주 개최 도시로, 한국, 노르웨이,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폴란드 등 6개 국가가 함께 했고, 중국 국내 작품 12편, 해외 작품 6편이 상연됐다.

국립극단과 대전예술의전당이 공동제작해 지난해 초연한 ‘십이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고전 희곡을 연출가 임도완이 각색한 작품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극을 개발하고자 하는 목표로 기획됐다. 


‘십이야’는 프로덕션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작품의 얼개를 구성했다. 셰익스피어가 극작한 5대 희극 중 하나로 원작의 배경을 조선시대 농머리로 옮겨왔고, 봉산탈춤 등 한국무용이 적용된 움직임, 판소리와 랩 믹싱이 곁들여졌다. 

 

안무와 음악 외에도 무대, 의상 등에 한국 전통의 미학을 가미하고, 한국의 팔도 사투리로 셰익스피어의 명문들을 뱉었다. 이처럼 서양의 고전에 동양의 미감을 입히면서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에는 현대적 감각을 더해 세대와 문화의 간극을 메웠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택한 것도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어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극적 구조를 가진 작품이라는 판단이다. 


지난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태로 한-중 관계에 긴장감이 높아졌던 시기였음에도 세계적 규모의 베이징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공연해 만석을 채우며 공연 이틀간 1,300여 명의 중국 관객을 동원한 것에 이어 이번 중국 공연 ‘십이야’ 역시 많은 호응을 받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동시 자막으로 대사의 뜻과 극의 서사를 이해해야 하는 관객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모티콘을 넣거나 극적 흐름에 따라 폰트 크기에 변주를 주는 등 무대 위의 유쾌함을 자막으로 전달했고, 희극의 말장난을 중국어로 바꾸고 중국어 애드리브를 더해 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임도완 연출은 “관객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웃음 코드가 잘 맞아 2회만 공연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마름 역을 맡은 성원은 “예술을 함께 하는데 언어의 벽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연극이라는 위대한 무기가 잘 보여준 것 같다. 중국 관객들이 전해준 따뜻한 인류애를 안고 돌아간다”고 마음을 전했다.

베이징국제청년연극제를 주관하는 베이징청년희극공작자협회 런위안 비서장은 “‘십이야’는 배우의 신체 움직임이 돋보이고 동양적 요소가 짙게 더해진 연극으로 동일 아시아 문화권에 있는 중국 관객들의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도 이미 큰 성공을 거둔 공연이자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인 점도 ‘십이야’를 초청작으로 선정하는 데에 중요한 결정 사유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십이야’ 중국 공연을 시발점으로 국립극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연극의 세계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무용 등 비언어적 공연예술에 비해 연극은 희곡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언어의 장벽을 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으나, 언어의 차이를 문화적 맥락에서 대체할 수 있는 사회·역사적 유사성을 가진 아시아권부터 전략적인 진출 방안을 고민한다. 이후 공연예술의 원전인 유럽과 북미 진출까지 단계적으로 국가권의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특정 국가와 문화를 넘어 연극이 인류가 함께 살아낸 시대와 인간 본연의 이야기를 한다면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연극과 창작자들은 이미 뛰어난 예술적 자질과 우수한 실력 지니고 있다. 변화에 빠른 적응력과 예술적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진보적인 태도도 한국 연극 프로덕션이 가진 장점이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놓는 데에 필요한 이러한 능력들이 이미 모두 갖춰진 가운데 한국 연극을 세계에 각인할 수 있도록 국립극단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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