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증외상센터' 이도윤 감독, 10년 갈림길 끝에 꽃 피운 대기만성 감독

노이슬 / 기사승인 : 2025-02-13 07: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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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지난 2014년 영화 '좋은 친구들'로 데뷔, 호평받은 이도윤 감독은 '중증외상센터'로 시리즈 연출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중증외상센터'는 공개 2주차에 글로벌 메가히트작 '오징어게임 시즌2'를 꺾고, 글로벌 (비영어) 1위에 오르며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수식어도 등장했다. 공개 3주만에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역대 7위를 기록하며 범상치 않은 인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넷플릭스는 ;도파민 충전 긴급 팬미팅'을 개최, 무려 2만여 명의 신청자가 응모, 114:1의 높은 경쟁률을 뚫은 팬들과 이도윤 감독, 배우 주지훈, 추영우, 하영, 정재광, 윤경호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중증외상센터' 공개에 앞서 이도윤 감독은 스포츠W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친구들' 끝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다.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기로에 서 있었다. '나는 어떤 감독이 될까.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가' 보다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은 감독을 택했다. 결정 후 노력하며 준비하던 중에 '중증외상센터'를 제안받았다. 이제 걸음마 시작했는데 수능 보러 가자는 것이다. 저한테도 굉장한 도전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메인 포스터, 이도윤 감독/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 메디컬 장르계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과 함께 공개 3주차에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증외상센터'. 작품의 배경 시기는 국내에 '닥터헬기'가 본격 도입되기 직전인 2011년 즈음이다. '골든타임'이라는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긴박한 상황 속 생명을 다루는 의사, 간호사의 사명감은 묵직한 반면,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그들이 행하는 과정은 코믹하게 어려운 톤앤매너를 유지한다.

"백강혁은 '사람을 살리는 것'만이 딱 하나의 목표다. 그럴 때 백강혁의 태도나 표정이 갑자기 급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 작품은 한 장르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의 액션, 히어로물이다. 의사로서의 사명감도 중요하고, 코믹함도 필요하다. 어려운 숙제일 수 있지만 필요했다. 촬영 전에 리딩이 아닌, 회의를 몇 시간씩 했다. 작품 자체를 서로 이해시키는 작업이었다. 연기 과정에서는 그런 톤앤매너를 유지하기 위해 제가 과하게 몰아붙인 지점도 있다. 어떤 작품에서든지 배우는 혼자 판단으로 연기하지 않는다. 해석의 차이가 현장에서 미묘하게 존재했지만 캐릭터성을 짙게 만들고 속도감과 유머를 유지하는게 중요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양재원(추영우), 주지훈(백강혁), 한유림(윤경호) 스틸/넷플릭스

 

모든 작품 속 배우들의 연기는 호불호가 있미 마련이다. 백강혁으로 분한 주지훈은 전작에서 '과하다'는 이미지가 오히려 찰떡이었다. '좋은 친구들'로 인연을 맺은 주지훈과 10년지기인 감독은 '인간 주지훈'을 백강혁에 녹여냈다. 덕분에 글로벌 팬들은 '주지훈 필모깨기' 중이다. "주지훈의 백강혁은 싱크로율은 굉장히 높은데 원작보다 더 인간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과함을 요구했었다. 불호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제 책임이다. 주지훈 배우는 정말 잘해줬다. 주지훈은 요리를 잘하는 배우다. 누군가한테는 어려울 수 있는 일들을 능숙하게 해내는 능력이 있다. 백강혁 처럼 지면에 발을 띄우는 캐릭터가 필요했다. 메인이 그걸 안 해주면 혼자 겉돌게 된다. 그런 점에서 주지훈 배우는 믿음이 갔다. 8회에서 원장과 마주한 씬이 극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장면이다. 그 장면의 진정성이 '주지훈의 한 컷'이 아닌가 싶다."

 

반면, 윤경호가 연기한 한유림 과장은 성장캐로, '유림핑' '쁘띠유림' 등의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다. 한유림은 자신의 애제자 양재원을 뺏기고 "백강혁 타도"를 외치며 극강의 대립을 펼치던 초반과 달리,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딸의 목숨을 살려준 백강혁을 은인으로 모시며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급기야 자리를 비운 백강혁을 대신해 "나는 백강혁이다"를 외치며 백강혁에 빙의, 잠재돼 있던 의사로서의 능력치가 십분발휘 되며 성장했다. 윤경호는 희로애락을 모두 떠안은 것에 더해 극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이도윤 감독은 무한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윤경호 배우는 큰 틀을 만들어왔는데 제가 조금 더 오바하는 것을 요구하니까 괴리감이 생기셨나 보더라. 저는 배우의 능력치를 알고 있어서 미리 제안을 드렸었다. 정말 잘해주셨다."


'중증외상센터'의 가장 큰 인기요인은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으로 인기 급상중인 추영우의 출연작이라는 점이다. 추영우가 분한 양재원은 백강혁의 첫번째 제자로 '항문', '(노예)1호'로 불린다. '옥씨부인전'에서 천승휘와 성윤겸,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배경에는 앞서 촬영을 마친 '중증외상센터'가 있다. 이도윤 감독은 추영우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천장미(하영), 박경원(정재광) 스틸/넷플릭스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았다. 추영우 배우가 또래보다 조숙한 면이 있다. 태도 같은 면에서. 영우 배우의 조숙함은 뭔가를 가리려는 것 같았다. 일말의 약함과 야망을 가리려고 하는게 양재원이랑 잘 맞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살리려는 의사를 하려고 의대를 갔는데 현실을 알고 항문외과에서 편하게 살려고 한다. 그러다가 백강혁 교수를 만나서 꿈을 찾고 야망을 갖는다. 가면을 벗을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모습을 추영우한테도 봤다."

이 감독이 뽑은 추영우의 명장면은 백강혁 수술 집도의가 된 8회다. 극 중 백강혁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고, 양재원은 CT 촬영과 긴급 수술 중 선택해야 했다. 그는 긴급 수술을 택하고 집도의로서 자신의 판단을 믿고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양재원이 비로소 사람을 살리는 의사로 성장한다. 집도의가 되는 순간의 과정 속 추영우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실제로 후반부에 촬영했다. 질문을 많이 하는 친구인데 후반부에는 양재원에 녹아들어서 인지 질문 없이 혼자 찍어낸 부분이다. 중증외상외과의 양재원이 되고, 주연배우 추영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예 하영은 사회성 갑인 능력치 만렙, 5년차 외상외과 시니어 간호사 천장미를 연기해 호평받고 있다. 환자를 최우선 순위로 둔 백강혁을 누구보다 잘 따르고, 이해하며 보조한다. 또 환자 앞에서 멘탈이 무너지는 양재원의 숨은 멘토다. "하영 배우는 집안에 의료계 종사자가 많아서 알바도 많이 해봤더라. 그래서 병원의 흐름이나 구조를 잘 알고 있다. 천장미의 키워드는 '직업인'이다. 극 중 등장한 옷들은 동묘시장에서 구해왔다더라(웃음). 양재원 선생이 환자를 눈앞에 두고 흔들릴 때마다 그걸 잡아주는 따끔한 대사를 한다. 그 대사들은 들을 때마다 소름 돋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스틸/넷플릭스

 

마취통증학과 레지던트 박경원 역의 정재광에 대해서도 전했다. "재광이 같은 친구들은 카메라 밖에있을 때, 군기반장 역할이었다. 캐릭터는 재원보다 더 동생이지만 실제 형이다. 촬영장도 재밌었다. 배우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너무 소중했다. 다들 기본 능력치가 비슷한 또래들에 비해 월등했다. 이런 친구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능력치가 좋았다. 실제 캐릭터가 섬 같은 존재다. 손에 피를 안 묻힌다. 수술실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인데 츤데레 마음으로 기웃기웃 한다. 환자를 기절 시켜서 마취제 없이 하는 모습도 넣고 싶었는데 넣지 못했다. 극 중 백강혁이 '이 환자 반은 쟤(박재광)가 살린거야'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마취의로서의 액션을 보여주는데 그때 섹시한 눈빛이 너무 좋았다(웃음)."

 

이도윤 감독은 '중증외상센터'에 '공들인 장면은 대충 보여주자'는 자신만의 연출 모토를 담았다. 모로코 내전중인 한복판 로케 장면을 시작으로 대교에서 대형 연쇄 추돌 사고가 등장하고, 화재현장이 등장한다. 이 감독은 "5회 자체가 스케일이 굉장히 크다. 사람 등장하는 규모부터 안개 때문에 다중추돌 사고가 난다. 그 안에 배우를 던져놓고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스케일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 초반에 등장하는 천장미의 상상 씬은 2회차를 찍었다. 실제 세트도 부셨다. '달리는 양재원' 몽타주 시퀀스는 빈 병원에서 시간으로 따지면 제일 오래 찍었다"고 촬영 비화를 전했다.

또 감독은 "모로코 로케 촬영은 주지훈의 전작인 '비공식작전' 팀과 함께했다. 3국이 다 나온다. 모로코 촬영은 6회차 촬영했다. 모로코에서 400명을 깔고, 엄청 고생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할리우드 촬영 팀들이 많이 촬영하는 곳이라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시골 면 단위 사람들의 규모가 함께했다. 헬기도 종류가 두가지였다. 소방청 헬기를 몸통만 가지고 크레인으로 들고 다니면서 올려서 촬영했다. 극 중 등장한 양재원의 겁에 질린 표정은 테스트 촬영 때 찍은 실제 모습이다(웃음). CG팀이 공을 많이 들였다. 또 하나 나오는 헬기는 진짜 헬기를 빌려서 촬영했다. 되게 핵심적인 컷인데 드론이 신호를 감지해서 못 가더라. 그래서 컷을 바꿔서 촬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이도윤 감독/넷플릭스

 

이도윤 감독은 모든 공을 함께 만든 감독, 스태프들에 돌렸다. "저는 아직 초짜다. 그럼에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나. 베테랑 스태프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헬기를 띄우는 것도 실제 저는 하늘에 띄우고 싶었는데 너무 몰랐더라. 병원 세트장 규모도 거대하다. 실제 자문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이 오셔서 수술 현장 기구 등에 놀랄 정도였다. 이 모든 게 넷플릭스니까 가능했다. 함께 한 동지들이 많아서 제 머리속에 있던 비전이 있는 작품이 완성됐다. 초짜로서 그런 면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이도윤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영화학도'였다. 데뷔작 '좋은 친구들'로서 평론가들에 호평 받았지만,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길을 '대중성'으로 정한 후 10년만에 연출가로서 제대로 꽃을 피웠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먹물(공부깨나 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분위기였다. 마이클 리 감독이나 다르덴 형제 등을 좋아했었는데 10년간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많았다. 제 인생 영화가 '매드맥스' 시리즈와 '그래비티'다 이제는 단순한 영화로 적립이 됐다. 저는 유머가 빠지면 스스로가 즐기지 못하는 것 같더라. 초심에는 조금 무거웠다면, 이제는 좀 가벼운 마음과 어깨로 뛰려고 한다."


차기작도 다양한 장르를 작업 중이다. 이도윤 감독은 "판타지 사극이나 블랙 코미디, 역사물, 좀비물 등도 작업하고 있다.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닌데 영화는 규모가 작다. 두 개를 병행하면서 많은 소통 시리즈로 할 수 있으면 감사할 것 같다. 시트콤도 개인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려고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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