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글로리' 김히어라, 글로벌 금쪽이가 된 줄리엣

노이슬 / 기사승인 : 2023-03-24 03:50:16

[스포츠W 노이슬 기자] 김히어라는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독백으로 연기를 시작됐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대상을 받고 본격 배우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데뷔 14년차에 '더 글로리'의 이사라를 만나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다.


김히어라의 대표작이 된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이 공개, 3월 10일 파트2가 공개됐다. '더 글로리' 파트2는 공개 3일만에 시청시간 1억 2446만을 기록하며 비 영어권, 영어권 TV부문을 통틀어 글로벌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공개 2주차에도 넷플릭스 TV부문 통합 1위를 차지하며 K-콘텐츠의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이사라 役 김히어라/넷플릭스

 

 김히어라는 '더 글리로'의 이사라를 오디션을 통해 만났다. 오디션 당시에 주어진 정보는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동은을 비롯한 모든 여성 캐릭터의 대사를 받았고,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른 채 오디션을 봤다. 김히어라는 "이사라가 귀여웠다"고 회상했다. "사라가 명호네 집에서 약 찾으러 간 여권 씬 대사였다. 잠깐 보는데 말투가 귀여웠다. 러블리하고 귀여운가보다 생각해서 넘겼다. 연진 대사는 수미한테 2억 쓴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었다. 근데 그게 입에 착착 붙었다. 다 시킬 수 있으니 한번 정도는 봤다. 연진 위주로 준비했는데 사라를 읽어보라고 하셨다. 두번째에는 사라 대사만 주셨다. 그때까지는 사라가 되게 귀여운 애라고 생각했다."


완성된 작품 속 이사라는 연진과 함께 동은에게 지옥을 선물한 가해자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죄를 신 앞에서 다 회개하고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죄의식 없이 살아가던 사라는 동은의 인생을 건 복수로 삶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이사라로 낙점된 김히어라는 망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많이 망가져야겠다 생각했다. 이사라는 역할 자체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가 표현하기에는 매력적인 양면성을 가졌다. 엄친딸로 있을 때와 본인의 세계, 친구들과 있을 때는 옷 입는 것부터 중독성이 강해지는 모습등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중에는 덜어내려고 애를 썼다."

이사라는 약물과 알콜에 의존하는 중독자였다. 파트1과 교회에서의 깔끔한 모습과는 달리, 점점 눈밑이 쾡해지며 금단현상을 보인다. 김히어라는 외적인 모습부터 내적으로 변화하는 사라까지 완벽하게 녹여내며 자신의 인생캐를 탄생 시켰고, 호평 받았다. "교회에서는 깔끔하게 입고 여성스럽고 화장도 했다면, 그 파트2에는 아예 눈화장도 안하고 다크써클하고 탈색하고 눈썹도 없는 상태로 기괴하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전과 후로 나눌 때 보여줄 것이 많아서 줄이려고 노력했다. 점점 짙어지는 다크써클과 함께 초반에는 받아치고 대화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단절되고 계속 약에만 꽂혀있다. 사회성이 결여돼, 말도 점점 느려지고 버퍼링 걸리고 그런 것들을 표현하려고 많이 했다. 그래서 대사마다 행동을 많이 넣었다.또 잃을 것 없는 사람처럼 헤어 컬러도 탈색을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이사라 役 김히어라 캐릭터 포스터/넷플릭스

 

'더 글로리' 촬영은 이미 지난해 마쳤지만, 인터뷰 당시에도 김히어라는 탈색 컷트 헤어스타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사라를 연기하면서 첫 탈색을 도전했다며 에피소드도 전했다. "첫 탈색이다. 눈썹까지도 탈색했다. 샾에서 머리를 감겨주시다가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놀라더라. 눈썹이 없어진 줄 알고 놀랐다. 하하. 거울을 봤는데 저도 걱정이 될 정도로 괴기한 비주얼이었다. 그때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새로운 얼굴도 발견했다. 근데 그게 익숙해지니까 스타일링이 좀 바뀌기도 했다. 오히려 힙해진 느낌이라 즐겼다. 홍대 가야할거 같더라. 그래서 그 모습보고 즐겼다."


이사라는 동은의 복수가 아니더라도 이미 부모도 어찌하지 못할 지경인 '금쪽이'다. 김히어라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의 반응으로 '오은영 선생님도 포기한 금쪽이'를 꼽았다. 그는 "너무 재밌고 신박하더라. 지인들이 재밌는 댓글이나 반응을 보내준다"며 웃었다.

'금쪽이' 표현이 등장하게 된 계기는 극 중 이사라는 자신을 다시 네델란드로 보내달라며 떼를 쓴다. 해당 장면에 대해 김히어라는 "'아버지와 대화는 나눈다'는 글과 '그 모습이 마치 엑소시스트같다'는 지문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눈을 뒤집어서 기괴하게 사탄처럼 보이려고 했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이사라 役 김히어라/김히어라 인스타그램

 

또 이사라와 손명오(김건우)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X소리 말고"라며 낑낑 거리는 강아리 소리를 내 화제가 됐던 바. 김히어라는 "강아지 소리는 제가 만들어낸 것이다. 개가 짖는소리. 평소에는 흔하게 '멍멍'이었다면 저는 어떻게 하면 모욕적으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그런 행동과 함께 오히려 깨갱대는 스타일로 바꿔서 했었다"고 연구했다고 밝혔다.

 

김히어라가 해석한 사라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엄친 딸 이미지로 쌓은 명성 또한 중요하지 않다. 이사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다. 그림은 탈출구였다. "화가로서 명성보다 내가 경찰에 가서 갇혀 있는 것 자체가 화가 나고 자유롭게 못하는게 화가 나는 것이다.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해소하지 못한 답답함이라고 생각한다. 연진이나 혜정이처럼 의지가 정확하지 않고 모호하고 몽환적이다. 본인의 모든 충동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다."

사라의 결말은 감옥행이었다. 특히 파트2 캐릭터 포스터에는 '조롱하고 망가뜨리던 그 손'이라는 문구와 함께 동은이 사라의 양손을 붙잡고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결국 사라는 고데기로 동은을 직접 지졌던 두 손이 묶이고 자멸했다. "모든 가해자들이 전재준(박성훈)처럼 한방이 있는 것이 더 속이 더 후련하게 느낄 수 있지만, 이게 더 현실적인 것 같다. 이 친구가 감독에서 나와서 스스로 혼자 감당해야할 것이 훨씬 더 힘들거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손절하고 내 편이 없을 때, 이걸 어떻게 감당할까. 사회적으로 동은같은 시선으로 살아갈텐데 그것도 지옥이라 생각한다. 사는 동안은 지옥일거야라고 한게 정확히 떨어진 것 같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이사라 役 김히어라 스틸/넷플릭스

누리꾼들 사이에서 연진과 4명의 친구들은 일명 '동은오적'으로 불린다. 가해자 역할을 한 배우들은 캐릭터를 이해하기보다 대본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하는 촬영이 많았기에 서로 돈독해졌고, 케미도 더 살았다."지금도 되게 자주 만난다. 삼삼오오 연락도 자주 한다. 바빠서 매일 만나지는 못하지만 성격들이 되게 좋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작품이 잘되서 들뜨거나 하지 않는다. 서로 깔끔하게 축하해준다. 동네가 다 비슷하다. 모여서 맛있는 것도 먹고, 같이 등산도 다니고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동은오적'의 티키타카가 빛났던 장면을 꼽아 달라는 말에 김히어라는 연진과 재준, 사라가 서로의 질문에 대답 없이 각자 이야기하는 장면을 꼽았다. 해당 장면은 유명한 밈이 됐다. 김히어라는 "각자 캐릭터가 너무 다르고, 실질적으로 배우들의 톤과 캐릭터가 다르다보니 너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더 글로리'가 학폭을 소재로 하는 만큼 견제한 지점도 분명하다. "첫 번째로 약속한게 이 인물에 빠져서 정당화시키지 말자였다. 왜 그랬을까를 하지 말자고 같이 약속했다. 그 인물들을 이해하지 말자고 했다. 그걸 하기 위해서보다 사라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있지만 가해자로서는 그냥 대본에 있는대로 했다. 그걸 보면서 내가 무지했던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폭력이 나온다. 가정폭력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온다. 선생님들의 폭력도 나온다. 오히려 과거에만 치우치기보다 미래에 지금 현재, 실재하고 있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이사라 役 김히어라/넷플릭스

 

첫 촬영은 대선배 송혜교와 함께한 씬이다. 극 중 동은이 사라의 교회에 찾아온 장면이었다. 김히어라는 송혜교의 배려에 감사했다고 전했다. "동은이가 하는 행동들이 너무 동은스러워서 미세한 떨림, 세게 얘기하면서도 눈빛과 떨림이 저를 더 사라처럼 만들더라. 더 믿게 해주셨다. 저한테 '어라야 즐기라'고 하셨다. 저는 훨씬 더 차분해졌다. 나중에는 즐기게 됐다. 그런 것들이 보이면서 주옥같은 대사들이 나오면서 잘 나온 것 같다. 저는 선배님의 오랜 팬이었다. 예전부터 모든 작품을 다 봤다. 리딩할 때 사담을 나눌 일이 적었다. 나중에 선배님께서 공연하는 배우들로부터 제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하시더라. 선배가 후배에 그렇게 힘을 실어주는 일은 쉽지 않다.첫 촬영날 내가 10년동안 연기한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저는 매체를 안해서 대중적이지 않았으나 이렇게 누군가는 알아주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매체로 활동을 넓히려는 친구들에 많이들 우리를 알고 있다고 말해줬다. 우리의 모든 시간이 귀한 것 같고 허투루 가지 않은 것 같다고."


김히어라는 이사라의 캐릭터는 물론, 전혀 분위기가 달랐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실향민 캐릭터 계향심까지도 차분했지만 강렬하게 남았다. 하지만 실제 만난 김히어라는 작품 속 강렬했던 모습과는 달리, 차분하고 사려깊은 스타일이었다. 연기 뿐만 아니라 직접 그림을 그려 작품 전시회를 하고, 앨범도 발매하는 멀티테이너다. 특히 그림은 남들보다 에너지가 많은 김히어라가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창구, 탈출구다.

"아마추어라서 취미로 낙서하듯이 그린다. 제가 그러다보니 사라한테 가져간 부분도 있다. 제가 평소에 밝고 에너제틱하고 긍정적인 편이다. 우울한 기운을 잘 나누지 않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그런 감정이 돌면 짧은 글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제 그림은 대부분 감정이 크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어떤 교수님이 전시회에 오셔서 감정이 날카롭다고 하셨다. 배우인지 모르시는데 '한편의 공연 같다'고 하셨다더라. 배우가 캐릭터를 잡을 때 연습하고 다듬어서 표현라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는 분들은 자신만의 방식을 하나의 선으로 표현한다. 저는 생각나는대로 해소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제 전시회에 오신 많은 분들이 울기도 하신다. 공연에 오셔서도 울다가 가신다. 제 그림과 작품을 보고 감정을 느끼시나보더라. 제 친구는 저를 꼭 안아주면서 위로해주더라. '더 글로리'에 수미로 나온 친구다. 그 친구가 꼭 안아주는데 저로 인해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이사라 役 김히어라/넷플릭스

 

'더 글리로'를 만나 글로벌 금쪽이로 발돋움했다. 그의 연기 시작은 열정보다는 도전이었고 호기심이었다. "인문계 안에 특목고 반이 강원에서 생겼다. 3반이 미술이나 예체능을 하는 사람들이다. 수능에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덜어내고 집중하는 반이다. 연기를 안해 본 상태에서 연기 파트로 들어갔다. 저말고 연기쪽으로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었다. 매주 서울가서 워크샵을 하고 오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인덕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연극, 뮤지컬 대회를 준비한다고 했다. 같이 준비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그때 '여자 뮤지컬 독백'으로 검색하니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독백녹음 실황이 있었다. 혼자 그걸 연습해서 나중에 선생님께서 MR을 구해주셔서 대회에 나갔다. 근데 상 받을 것이라고 생각못했다. 대단한 분들이 많았다. 그분들이 최우수상을 받고 제가 대상을 받았다. 상금 300만원을 받아서 100만원으로 학교에 떡을 돌리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 그때 서울에서 레슨을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150만원으로 레슨을 받으면서 본격 연기를 배웠다."


2009년 뮤지컬을 시작으로 매체 활동을 시작한 지 3년만에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김히어라는 무대와 매체 활동, 전시, 음악까지 꾸준히 해내갈 생각이다. 차기작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로 현재 촬영 중이다. "무대는 오픈된 상태에서 2시간동안 컷 없이 흘러간다. 그걸 위해서 두달 동안 리허설을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맞추는 것이 최고의 연기를 택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매 연습에서 피드백을 받아서 첫공부터 모든 약속한 것으로 올리는 것이다. 매체는 준비해도 현장 자체가 즉흥성이 있다. 소품이나 그런 것들이 훨씬 리얼리티하다. 모든 것들이 진짜로 할 수 있어서 디테일하고 섬세한 연기를 하기 편하다. 무대는 몸을 써야하고, 열린 상태로 했다면 카메라가 와서 따주는 것이라서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 제 고민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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