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타스캔들' 장영남, 영원히 소모되지 않을 배우

노이슬 / 기사승인 : 2023-03-15 02:56:45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소모(消耗) 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써서 없앤다'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소모되고 싶어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배우로서는 더욱 그렇다. 자신의 연기가 소모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한 캐릭터를 연기를 하기 위해 캐릭터를 분석하고 준비하고 애정을 쏟았던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느낌일테니.


데뷔 30년차를 앞두고 있는 배우 장영남은 소모되지 않기 노력한다. 한때는 여배우로서는 드문 '사망 전문 배우'로 불렸다. 하지만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후 그녀는 임팩트 있게,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로코의 외피를 한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는 성적에 집착하며 아들들을 억압하는 모습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배우 장영남은 더 이상 소모되지 않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장서진 役 장영남/앤드마크

 

최종회가 17%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장서진을 연기한 장영남과 스포츠W과 인터뷰를 가졌다. 장영남은 "너무 뻔한 대답인데 너무 행복하다. 작품을 많이 했지만 이렇게 시청률이 놓은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했는데 많은 사랑을 받아 너무 행복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장영남은 '일타 스캔들'에서 사교육열이 높고 자식의 성적에 집착하는 모친이자 변호사 장서진으로 분했다. 그녀가 자식을 위해 했던 행동들은 오히려 자식들을 망가뜨렸으며, 자신도 그로 인해 강박과 고통 받는 인물이었다. 장영남은 "장서진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해서 욕도 많이 해주시더라. 아들 왜 괴롭히냐고. 하하. 욕을 먹는다는 것은 제가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거니까 다행이다"고 했다.

장영남은 '다행'이라는 표현을 썼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드라마와 자신의 캐릭터는 어울리지 않고 동떨어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타 스캔들'은 로코 뿐만 아니라 가족 이야기부터 학원가와 성적 이야기,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까지 다채로운 소재와 장르를 선보였다. 장서진 캐릭터는 조수희(김선영) 캐릭터와 함께 학원가와 성적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줬다. "극이 주로 로맨틱 코미디다. 내가 무겁거나 혼자 깨끗한 물에 기름 한방울 동동 떠다니는 것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의심을 많이 했다. 근데 다행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계속 불행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도 있지만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라고도 작가님이 말씀해주셨다. 크게 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결말이 좋았다.'선재(이태민) 엄마가 웃을 줄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다'라는 댓글도 좋았다."

장영남은 장서진의 설정을 바탕으로 그녀의 성장과정부터 짚어나갔다. "작가님께 질문을 드린 적은 없다. 장서진은 어렵게 살았을 것 같다. 자수성가한 스타일. 잘나가는 사람들한테 진짜 무시 당해도 자존심은 엄청 세서 꾹 참고 살아왔던 사람일거라 생각했다. 그런 사회가 얼마나 녹록치 않은지 누구보다 잘 안다. 내 자식들한테 그런 세상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전까지 겪은 수모들이 엄청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지적 허영심이 생길 수 있는 구조였을 것 같다."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장서진 役 장영남/앤드마크

장서진의 성격은 극 초반 '도긴개긴'이라고 조수희의 말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주는 모습부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그녀가 조수희와 기싸움을 하며 포도씨를 뱉은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에 강렬함을 선사했다. "처음 대본 1~2부를 받았을 때 도긴개긴 장면이 있었다. 그렇게 얘기하는 이 여자가 웃겼다. 틀린 것은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포도씨를 뱉는 장면은 사실 침을 뱉는 것이었다. 실제 작가님이 그런 모습을 보신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때 다행이도 앞에 과일이 있었고 포도가 보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포도를 먹으면서 먹다가 뱉었다. 결이 달라진 것 같지만 그게 장서진 캐릭터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기쎈 워킹맘'으로 보였지만 사실 누구보다 여렸다. 자식들을 위한 길이라 믿었지만, 남편은 별거 상태로 의존할 곳이 없었다. 직장에서의 커리어 우먼의 카리스마와는 달리, 집에서는 밤마다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누구보다 외로운 캐릭터였다. "술을 엄청 먹서어 병원에 실려도 간다. 나약한 것 같아서 흥미를 자극했다. 좀 외로운 인물이다. 악착같이 살아오다보니 피도 눈물도 없어졌다. 그래서 사람들하고 잘 안 어울린다. 위안 받고 위로 받을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자식들도 엄마를 믿어주지 않는다.그게 엄마의 사랑이라 생각하고 살아온 인물이다. 아닌 척 하면서 사는게 불쌍한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장영남은 "술먹고 혼자 앉아있던 그 모습이 잘 나온 것 같다. 그때 선재가 돌아왔을 때 '너밖에 없어'라고 하는 그 장면이 많이 힘을 주지 않아서 좋았다. 적당한 선을 유지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아슬아슬한 선을 잘 지키니 않았나 싶다"며 미소 지었다.

배우 김태정(첫째 이희재)과 이채민이 두 아들로 호흡했다. 장영남은 "아들들이 현장에서 무섭다고 하더라. 태정이랑 채민이가 정말 잘했다"며 회상했다. "태정이 캐릭터는 히키코모리다. 전사가 없어서 많이 힘든 캐릭터다. 그 정도의 감정을 이미 가지고 현장에 와야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말을 안했다. 초반에는 대사가 없이 눈으로만 호흡으로만 표현해야 한다.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몰입하려고 노력하는게 멋있어 보였다.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선재는 정말 선재처럼 밝고 자존감도 되게 높다. 저를 어려워하거나 예의도 있고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고민도 많더라. 제가 먼저 태어나서 선배가 됐을 뿐이다. 요즘 젊은 배우들은 경력이 짧다고 걱정되지 않는다. 연기는 정답이 없다. 다들 너무 잘한다. 그래서 제 연기는 어땠는지 서로 물어보면서 만들어나갔다. 점층적으로 감정이 쌓이니까 서로 가족으로 형성이 잘 된 것 같다."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장서진 役 장영남/앤드마크

 

두 아들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태정이는 마지막에서 식탁에서 계란을 집어줬을 때 표정이 너무 좋았다. 불편한 듯하지만 엄마라고 말하는 것 같은 미묘한 표정이 좋았다. 선재는 로펌에 찾아와서 엄마 때문에 해이(노윤서)가 다친 것이라면서 울때 좋았다. 촬영할 때 눈물 콧물 흘리면서 엄청나게 몰입 했었다. 제가 콧물을 닦아줄 정도였다. 그 장면 선재는 정말 열정적으로 잘 한 것 같다."

실제 학부모인 장영남은 장서진의 행동들이 이해가면서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극 중 장서진은 둘째 선재의 학업 성적을 위해 시험지를 빼돌리는 범죄행위까지 저지른다. 결국 선재는 전교 1등을 했지만, 자수하고 자퇴하게 된다. "선영씨랑도 이야기한 적 있다. '우리는 이렇게 애들을 안 키운다'고. '우리는 이렇게 안 키우니까 불편한거야'라고 하더라. 저도 불편했다. 하지만 연기자는 주어진 캐릭터를 믿게 끔 행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든 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한다. 그 책임감이 그런 불편함을 덮었다. 공감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저는 왕초보 엄마다. 정보도 하나도 모른다. 아들한테 제발 중간만 해달라고 한다(웃음)."

극 중 조수희를 연기한 김선영과는 '일타 스캔들'로 처음 만났다. 남행선 역의 전도역 역시 첫 호흡이다. 앞서 전도연은 두 사람과의 호흡에 연기를 구경하다 자신의 대사를 놓친 적도 있다며 함께 했던 순간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장영남 역시 "같이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좋았다"고 했다."만날 수 없겠지 생각했었는데 캐스팅에 계시다고 하더라. 안할 이유가 없었다. 선영씨도 '동백꽃 필 무렵'이 딱 그분의 스타일이다. 저 배우가 만들었거라는 생각에 너무 존경스러웠다. 나는 반성을 했다. 매체로 오면서 맞추려고 노력했지, 내꺼를 이거라고 고수한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러면서 반성했다. 김선영씨의 그런 모습이 멋있어 보이더라. 전도연 선배님이랑 김선영씨를 흠모하고 있다. 함께 하는게 믿기지 않았다. 진짜 떨렸다. 아무도 믿지 않지만 정말 심장이 크게 뛰었었다. 너무 좋아서 떨리고,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여러 생각이 겹쳤었다."

장서진 캐릭터는 '일타 스캔들'의 악역 아닌 악역이었다. 자신과 달랐던 캐릭터는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안겼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에 미움을 샀고, 공감도 얻었다. "대체적으로 어려웠다는 생각이다. 침작함과 차분함. 장서진의 키워드 더 감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데 눌러서 표현하는게 힘든 지점은 있었다. 그게 훨씬 더 캐릭터를 잘 만들게 된 것 같다. 애쓰는 부분들이 쉽지는 않았다. 늘 그렇게 했던 것 같은데 이번만큼은 그 부분을 달리,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싶었다. 내가 화났을 때, 바로 화를 내지 않는다. 화내지 않는 척 하면서 이야기한다. 그러다 언성이 높아질때 그런 상상을 했던 것 같다."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장서진 役 장영남/앤드마크

 

한 아이의 학부모로써도 느낀 점이 많다. "아이 낳고 많은 엄마들을 만났다. 아이의 친구를 사귀어워야 하니 엄마들 자리에도 가야한다. 내가 즐기지 않아도 아이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한다.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학구열은 없는 승타일이다. 막연하지만 행복했으면 한다. 하고 싶은게 생기길 바라고 그길을 잘 갈 수 있게 돕고 싶다."

장영남은 전작인 '치얼업'에서는 푼수같이 푸근하지만 철 없는 모친을 연기했다. 또 그 전작인 영화 '늑대사냥'에서는 해외 도피 수배자 최명주로 파격변신을 선보였다.매 작품마다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업적이고 딱딱한 것, 많이 했으면 자연스럽게 재밌거나 편안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이전에 '악마판사', '검은 태양' 이런 직업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래서 편한 것을 하고 싶어서 '치얼업'을 했다. 늘 강한 것만 할 수는 없다. 한계를 만들고 싶지 않지만 숨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작품마다 변주를 시도하는 장영남은 사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찾은 자신의 해답에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 것은 '사이코지만 괜찮아' 간호사 박행자를 연기하면서부터다. "저한테는 늘 '다작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그건 소모된다는 의미고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만큼 생명력을 잃는 것 같은 말은 없다. 고여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되게 속상했다. 고민을 많이 해서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내가 연연하기보다 캐릭터를 대하는 내 태도를 달리해보자 생각했다.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스타일링이나 목소리, 말투 등 작은 것들로 인해서 새로워질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많이 고민했다. 저는 아직도 보여드리고 싶은게 많고 욕심이 있다. '다작배우'라는 수식어로 단정지어지고 싶지 않았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장영남만의 트레이드 마크다. 과거에는 자신의 목소리가 싫었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다. 배우로서 신념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 일로 아이를 키우는 일이다. "연기하는 것이 너무 좋다. 너무 어려운데 늘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배우로서 큰 상을 받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상황이 바뀐다.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커가고 있다. 그게 저에게는 큰 숙제처럼 다가온다. 덕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연기하려고 한다. 아이한테도 엄마는 꿈이 많다고 했다. 근데 이제 아이가 행복했으면 한다. 너를 잘 키우고 싶어서 일을 열심히 한다고 했었다. 그 말을 듣더니 아이가 영화 같다면서 울더라. 10살인데 리액션이 너무 재밌더라(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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