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승범, '가족계획'으로 9년만에 돌아온 찐 사랑꾼 "황금의 시간을 살고 있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5-01-10 07: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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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벌써 이런 인터뷰 자리가 9년이나 됐다고 하더라. 저는 과거가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 황금의 시간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0년 데뷔한 배우 류승범은 실제 성격이 '양아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캐릭터 콘셉트를 씹어 먹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품행제로'(2002),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주먹이 운다'(2005), '사생결단'(2006), '부당거래'(2010), '용의자X'(2012), '베를린'(2013), '그물'(2016) 등 흥행 여부를 떠나 강렬한 연기와 남다른 패션 센스로 주목받았으며, 당시 조승우, 박해일과 충무로 블루칩으로 불렸다. 친형은 믿고 보는 감독, 류승완으로, 류 형제는 충무로에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기반으로 하는 누아르 열풍을 몰고 온 주역이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 백철희 役 류승범/쿠팡플레이

하지만 이후 유럽 여행을 떠나는 등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며 작품에서 볼 기회가 점차 줄어들었고, 2019년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4년만에 언론 시사회에 등장했지만, 2000년 6월 아빠가 됐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류승범은 3년간 교제해 온 슬로바키아인 여성과 코로나19 이후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전했다.

공식 은퇴선언은 없었지만, 좀처럼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류승범은 2021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프랭크 역으로 깜짝 등장, 녹슬지 않은 액션과 연기로 반가움을 안겼다. 한국의 초능력을 가진 이들을 없애라는 지시를 받은 비밀요원 프랭크로 출연했지만, 류승범은 '자식'을 보호하려는 부모의 마음에 뭉클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3년 뒤인 2024년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으로 전격 복귀 소식을 전한 것이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은 특수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가족으로 모여 짐승만도 못한 범죄자들을 남다른 방법으로 해치우는 블랙 코미디 반전 스릴러다.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엄마 영수(배두나)에 의해 가족이 된 이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며 '진짜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 백철희 役 류승범 스틸/쿠팡플레이

 

'가족계획'은 류승범과 배두나, 백윤식이라는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들의 조합에 어디서도 본적 없는 신선한 장르, 이야기라는 점이 기대감을 높였다. 그 결과, 공개 1주만에 시청량 225% 급등, 2주차에는 오프닝 스코어 대비 425%의 시청량 급등 추이를 기록했다. 새해를 앞두고 지난 12월 27일 종영 후에도 역대급 전개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실제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한 여자의 남편,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그는 남다른 가족애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특히 류승범이 연기한 철희는 '영수 바라기'로, 찐 사랑꾼이다. "굉장히 이 역할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다만, 액션이나 개인적으로 피 튀기는게 싫어졌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접근할 때 이 역할을 통해서 어떻게 희석하고 쉼표를 줄까. 인간적으로 만들고 현실적으로 만들고 싶어지면서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었다."

류승범과 스포츠W가 인터뷰할 당시에는 2화까지만 공개된 상태였다. 철희는 겉으로 보기엔 너무 순진한 '댕냥꿍' 동물병원 원장으로, 특별한 능력은 알 수 없는, 어딘가 모르게 소심하지만 아내에게만큼은 무한 사랑꾼이다. 철희, 영수는 어린 시절부터 특교대에서 훈련을 받아 특수한 능력을 지녔다. 영수는 일종의 최면 기술인, 브레인 해킹으로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받은 고통을 그대로 안인다. 반면, 철희는 분량도 많지 않고, 존재감도 희미했다. 하지만 이 모습은 류승범이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에 부합한다. "제가 아빠가 되니까 아빠의 역할이 있더라. 아빠는 일단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 철희는 제가 좋아하는 남성상이고 아빠더라. 필요할 때만 힘을 쓰는 사람이다. 모성애는 엄청나다. 그들이 가족이 될 수 있는 것도 영수의 플랜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을 일구고 싶고, 진짜 가족이 되고자 한다. 어쩌면 가족 이야기도, 한 여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저는 주연보다는 서포트라는 느낌으로 출연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 스틸/쿠팡플레이

 

류승범은 영수(배두나)는 철희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대본에 명확하게 명시된 것이 있다. 영수가 철이의 세상이다. 영수가 철희의 모든 것이다. 연기하면서 어렵지 않았다. 하나만 보고 가는 그 모습에 모든 것이 다 담겼다. 절대적인 모티베이션이었다. 서로 한 침대에서 뒤집어 잔다. 그들에게는 특교대 때의 트라우마가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철희는 영수가 시키면 다 한다. 영수밖에 모르는 사랑꾼이다."

영수로 함께한 배두나는 과거 '복수는 나의 것'으로 함께 작업한 적은 있지만, 연기 호흡은 처음이다. 배두나와의 첫 부부 호흡에 대해 묻자 "너무 좋았다"고 했다. "저는 원래 배두나씨를 배우로서 존중하고 좋아한다. 배두나씨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아우라와 캐릭터가 있다. 멋있고 카리스마 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서 만났다. 촬영하면서 '역시나 역시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배두나구나. 사람 자체가 멋있었다. 되게 인간적이고 배우로서도 찰나에는 굉장히 예리하고 날카롭다. 항상 적당하다. '액션!' 하면 바로 딱 바뀌어서 배우로서 카리스마 뿜뿜한다. 그런게 되게 매력적이었다."

가족으로 함께한 아들 백지훈 역의 로몬, 딸 백지우 역의 이수현과의 호흡 소감도 덧붙였다. "실제 수현과 로몬은 너무 건강하고 밝다. 아들은 착하지만 엉뚱하다. 수현이를 보면서 우리 딸의 미래를 생각해보다가 눈을 (질끈)감게 되더라(웃음) 철이가 어려운 문제에 닥치면 눈을 감는다. 현실을 도피하는 느낌이다. 하하. 두 배우는 너무 귀엽고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영향력을 준다. 순수한 친구들이라서 선배로서 실수하고 싶지 않았다. 로몬은 항상 밝고 긍정적이라 계속 충전이 되더라. 로몬이를 보면서 느끼는데 사람이 너무 올바르고 착하고 사람들한테 잘하고 예의도 바르더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 백철희 役 류승범 스틸/쿠팡플레이

 

'가족계획' 영수 가족은 연쇄살인범과 엮이면서, 가족에 위기를 맞는다. 이들은 사건을 계기로 점점 하나로 뭉쳤다. 엔딩으로 치닫을 수록 서로를 지키려는 가족애가 끈끈해지고 비로소 마침내 가장 반항적이었던 막내 딸 지우(수현)가 '엄마'라는 호칭을 부르며 하나가 됐다. 특히 후반부는 초반 귀엽고 유니크했던 드라마의 모습과는 달리, 고어물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씬이 담기며 청소년관람불가 작품임을 입증했다. 소심하기만 했던 철희의 초능력 못지 않은 전투력을 확인할 수 있다.

류승범은 "김선, 김곡 두 쌍둥이 감독님이 '병맛' 키워드라고 하셨다. 다들 세 보이니까 조금 잔인할 수 있고 무거운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 캐릭터들에 가벼운 요소를 더한 것 같아서 좋았다. 동의하면서도 황당하긴 하지만 재밌게 촬영했다(웃음). 액션 연기는 만족할만하게 찍었다. 오랜만에 했는데도 괜찮았는데, 오히려 빨리 찍은 듯한 느낌에 아쉽기도 했다. 육체를 쓴 뒤엔는 정식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오는 것, 성취감이나 희열이 있다. 예전과 촬영현장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고 했다.

류승범은 '가족계획'으로 본격 복귀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실 본 기자는 류승범을 처음 만났다. 과거 작품 속 류승범의 강렬함과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양아치 같은 건들건들한 모습일 것이라 짐작했으나, 그는 모든 시련을 다 통달한 보살, 도를 깨우친 도인의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류승범은 "우리집에 놀러오면 출산 장려사처럼 느꺼진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젊은 친구들이 결혼을 많이 안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게 맞고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가족계획'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결혼이다. 아이를 낳고 변한 것 같다. '무빙' 때 프랭크는 그렇지 않았지만, 저 류승범은 대본을 읽으면서 부성애와 모성애를 느끼고 눈물도 흘렸다. 저는 이미 가족이 이뤄져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가족계획'을 통해 다시 한번 잊고 있었던 감사함을 깨닫게 됐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가족계획' 백철희 役 류승범/쿠팡플레이

 

배우는 누군가 불러줘야만, 선택을 받아야만 기회를 얻어 연기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공백기에 대한 후회도 없다. "벌써 이런 인터뷰 자리가 9년이나 됐다고 하더라. 저는 과거가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 황금의 시간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좋은 시간을 보내온 것 같다. 이렇게 편안하고 감사하고 좋은 적이 없다. 지금이 되게 좋고 기대된다. 오늘을 사는 사람인 것 같다(미소)."

오랜 시간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복귀한 류승범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로 차기작까지 결정됐다. "저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는 계속 갈등이 있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게 있지 않을까 하면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시기가 있었다. 돌아보니 이게 제가 좋아하는 일이더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공백기에 작품을 거절했던 이유는 제가 하나밖에 못하는 성격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잘 못한다. 배우는 불러줘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마음은 열려 있었다. 그래서 되게 죄송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는 뭔가 안정되고 정리됐다기보다는 제 자리에 돌아온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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