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시작으로 APEC 경주 정상회의까지 K-컬처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무용단이 한국의 미를 고루 담은 종합 선물 세트를 선보인다.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미메시스: 자연을 담은 8개의 춤’(이하 ‘미메시스’)는 우리나라의 전통춤 8가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하나씩 선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 ‘미메시스’는 그리스어로 모방 또는 재현을 의미하는 단어로,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예술의 본질로 여겼다. 이것에서 영감을 얻은 서울시무용단은 이번 무대에서 음악적 요소, 의상 등의 양식은 새롭게 바꾸되 춤 자체의 본질을 깊게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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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시작으로 APEC 경주 정상회의까지 K-컬처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무용단이 한국의 미를 고루 담은 종합 선물 세트를 선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각기 다른 전통춤을 하나로 잇는 주제는 자연이다. 고요하게 흐르는 물의 정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한 ‘교방무’부터 객석으로부터 불어왔다 무대에 머물고, 다시 사라지는 바람을 그린 ‘한량무’, 무용수 각각이 불처럼 역동적인 에너지를 선보이는 ‘무당춤’ 등으로 자연을 구성하는 여러 속성을 은유한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한국 전통춤의 근원적 움직임과 자연의 흐름 사이에 닮은 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이에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지난 6일 열린 프레스콜 자리에서 “작품 각각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자연의 흐름이 우리 전통과 민속에 녹아있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미메시스’는 단순히 한국의 옛 무용을 공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민속의 다양한 면모를 무대에서 재현해 의미를 더했다. 기생부터 선비, 농부, 무관, 승려, 무녀, 그리고 왕과 왕비까지 다양한 신분의 춤을 선보이는 작품은 그들만의 고유한 멋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8개의 장 중 5장 ‘맨손살풀이’는 유일하게 신분 또는 직업군을 상징하지 않는다. 이에 관해 윤 단장은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을 수 있고 인간 그 자체를 말할 수 있는 모든 응집된 작품이 살풀이”라며, “살풀이의 본질이 우리 인간의 심성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포인트로 넣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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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뉴스 |
스스로 ‘미메시스’에서 가장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무용수라고 소개한 오정윤 서울시무용단 부수석 역시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장이자 한국 무용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장으로 ‘맨손살풀이’를 손꼽았다.
그는 “살풀이는 슬픔과 한을 넘어서 숨이 비워지는 정도까지 발전을 시켰다. 손끝에서 감정이 완성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넘어 해소되는 감정으로 춤추고 있다”면서, “무용수가 스스로 비움을 경험한 그 상태로 무대에서 경지를 보여줄 때 관객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 중 무용수와 호흡을 맞추는 음악은 기계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이브 연주로 선보인다.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구음부터 추임새까지 모든 소리를 실시간으로 구현하기에 유인상 음악감독은 “무대 밑에서는 15명이 해도 벅찬 걸 9명이 연주하고 있다. 위에서는 편하게 보고 계시지만, 밑에서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음악을 만드는 데서는 기존의 것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부분을 찾아냈다. 유 음악감독은 “8개의 장에서 각각의 춤을 그릴 때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가져오지 않고, 그 이면에 맞는 특징들을 잡아냈다. 좀 더 미니멀하게 그린 것도, 풍성하게 그린 것도 있다”면서, “6장 정도는 새롭게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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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뉴스 |
장마다 바뀌는 복식도 관객을 사로잡는 요소 중 하나이다. 무대 의상은 전통한복의 구조는 유지하되 레이어링이나 해체 등의 방식을 활용해 재해석했다. 기존 전통한복에서 가려졌던 부분에 시스루 천을 활용하거나 트임을 만들어 춤 선을 드러내는 한편, ‘맨손살풀이’의 의상에서는 아예 무용수의 손끝과 발끝만을 드러내게 만들어 춤에서 대두되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의 원형, 본질을 지키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민속이 담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 감수성”이라면서, “현대적인 감수성이랑 만나면서도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 책임감과 무게감이 컸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디자이너는 전통 복식 실루엣의 가장 큰 특징인 ‘하후상박’(下厚上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후상박이란 상체가 밀착되고 하체는 풍성한 실루엣으로, 여성 한복의 기본이 되는 구조이다.
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전통춤의 에너지는 팔꿈치와 뒤꿈치에서 나오는 강한 호흡”이라면서, “저고리는 시스루 천을 활용하고 타이트하게 만들어 날것으로 보일 수 있도록 했고, 바지도 버선발의 모양이 극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속치마를 비치게 만들거나 무릎과 뒤꿈치를 보일 수 있도록 계획해 집중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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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뉴스 |
‘미메시스’는 개막을 2주 앞두고 전회차 매진을 기록해 서울시무용단의 2025시즌 전석 매진 성과를 완성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Mnet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하고, 한국관광공사의 5천만 뷰 홍보 영상에 출연한 스타 무용수 기무간이 객원 무용수로 전 회차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4장 번개의 서슬 ‘장검무’와 8장 빛의 시간 ‘태평무’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는 기무간은 한국무용에 대해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가진 춤,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스스로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십수 년 동안 한국무용을 배우고 췄지만, 제가 하고 싶은 또 다른 것들을 찾아내다 보니 기존에 배웠던 한국 무용을 하고 다른 시도를 많이 해왔다”며, “오랜만에 진하게 전통춤을 접할 기회가 생겨서 반가운 한편 다시 해보려고 하니까 감을 잃어서 어렵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었다. 다시금 배우는 태도로 임할 수 있게, 저 자신을 꾸짖을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미메시스’는 오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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