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박종진 기자] 인공지능(AI)의 무대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챗봇이 질문에 답하고 생성형 AI가 글과 그림, 영상과 음악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이제 AI가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로봇의 팔과 다리를 움직여 현실 세계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의 등장이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 겸 대한민국 인공지능포럼 회장이 펴낸 ‘AI 인류혁명 시대 피지컬 AI 로봇’은 바로 이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가 그리는 미래에서 로봇은 인간이 입력한 명령을 반복하는 자동화 기계에 머물지 않는다. AI라는 두뇌와 물리적인 몸이 결합해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새로운 지능형 존재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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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이 출간한 ‘AI 인류혁명 시대 피지컬 AI 로봇’. |
이 책의 특징은 피지컬 AI를 단순한 로봇 기술의 진화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과 산업에서 출발하지만 노동과 일자리, 의료와 돌봄, 인간의 존엄과 행복, 윤리와 국가 전략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결국 책이 던지는 질문은 ‘얼마나 뛰어난 로봇을 만들 것인가’보다 ‘그 로봇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가깝다.
총 6부·30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안 회장은 피지컬 AI 로봇을 ‘인공지능 두뇌와 로봇 몸이 결합된 실체’로 설명한다. 다양한 AI 기술을 활용해 현실을 인식하고 이해한 뒤 스스로 판단해 물리적인 행동을 수행하고 인간과 협력하는 로봇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정의는 생성형 AI와 피지컬 AI의 차이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언어·이미지·지식 활동을 디지털 공간에서 확장했다면 피지컬 AI는 그 지능을 공장과 병원, 농장과 가정, 도로와 전쟁터 등 현실 공간으로 끌어낸다. AI 혁명이 정보세계에서 물리세계로 확장되는 셈이다.
책의 전반부는 이러한 변화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고대의 자동기계인 오토마타에서 산업용 로봇과 지능형 로봇을 거쳐 오늘의 피지컬 AI에 이르는 흐름을 살펴보고, 이를 휴머노이드와 AI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 경쟁으로 연결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피지컬 AI의 활용 영역을 14개 분야로 세분화했다는 점이다. 산업·사무·의료·교육·돌봄·반려·서비스·물류·농축수산·국방과 안전·우주와 해양·모빌리티·가정생활에 이어 종교 지원까지 포함했다.
스마트공장과 협동로봇은 생산성을 높이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밀수술과 진단을 지원하고, 고령사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의 일상을 보조하는 돌봄 로봇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농어촌의 노동력 부족, 물류 자동화, 재난 구조, 심해와 우주 탐사 역시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피지컬 AI의 활용 가능성이 큰 분야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종교와 영성까지 논의 대상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육체노동뿐 아니라 상담과 정서적 교류, 종교적 활동의 일부까지 지원하게 된다면 인간만의 고유한 역할은 무엇인가. 책은 기술 전망서의 영역을 넘어 이런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이 책의 무게중심은 후반부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피지컬 AI의 산업적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로봇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로봇은 위험하고 힘들며 반복적인 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다. 반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거나 사회가 AI와 로봇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자율성이 강한 로봇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문제, 군사용 AI 로봇의 확산,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도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안 회장이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AI 휴머니즘’이다. 기술의 성능과 생산성만으로 발전의 방향을 결정해서는 안 되며 인간의 생명과 존엄, 자유와 행복, 공동선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피지컬 AI 로봇 사용 윤리 십계명’과 ‘행동 윤리 준칙 십계명’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의 마지막 논의는 대한민국의 국가 전략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AI·휴머노이드·로봇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자체적인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조업과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통신 등 한국이 축적해온 산업 기반을 피지컬 AI와 연결하고, 소버린 AI 역량까지 갖춰 ‘피지컬 AI 로봇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목은 이 책이 단순한 미래예측서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무엇을 확보하고 어떤 분야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하는지까지 논의를 확장하기 때문이다. 기술 경쟁력에 홍익인간의 가치와 AI 휴머니즘을 결합해 산업뿐 아니라 윤리와 신뢰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자는 제안 역시 저자의 미래학적 관점을 보여준다.
다만 국가 차원의 피지컬 AI 전략을 실제 산업정책으로 연결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중국의 거대 AI 기업과 로봇 기업을 상대로 한국이 어느 기술에 집중할 것인지, AI 반도체와 로봇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중소·중견기업까지 생태계에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가 향후 검증돼야 할 과제다. 윤리 원칙 역시 선언을 넘어 기업의 설계 기준과 법·제도로 구체화될 때 현실적인 힘을 갖게 된다.
그럼에도 ‘AI 인류혁명 시대 피지컬 AI 로봇’의 의미는 분명하다. 피지컬 AI를 첨단기술 하나로 좁혀 보지 않고 산업과 경제, 노동과 교육, 인간의 삶과 윤리, 국가 경쟁력이라는 하나의 큰 지도 위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안 회장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피지컬 AI 로봇의 성능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가치와 원칙으로 개발하고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몸을 얻는 시대에 정작 중요한 것은 인간이 기술에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이 독자에게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로봇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가 아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며, 우리는 어떤 원칙으로 기술을 통제하고 함께 살아갈 것인가’다.
‘AI 인류혁명 시대 피지컬 AI 로봇’은 그 질문을 기술자만의 영역에서 꺼내 산업계와 정책당국, 교육계와 일반 시민이 함께 논의해야 할 사회적 의제로 확장한 책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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