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 예인들 무대로 소환… 악가무희 융합한 전통연희극 ‘광대’ 50회 대장정 서막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4 06:30:35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백 년 전 예인들을 무대 위로 소환한 전통연희극 ‘광대’가 총 50회에 달하는 장기 공연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의 국립정동극장에서 전통연희극 ‘광대’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 강보람 작가, 안경모 연출, 이규운 안무, 신창렬 음악감독을 비롯해 박인혜, 강현영, 조하늘, 이예도, 고채희, 최이정, 서이은 등이 참석했다.

 

▲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백 년 전 예인들을 무대 위로 소환한 전통연희극 ‘광대’가 총 50회에 달하는 장기 공연의 서막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1년 예술단을 창단한 국립정동극장은 전통예술이 어우러진 전통 연희극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연된 ‘광대’는 한국 전통과 문화를 담아낸 국립정동극장의 공연 브랜드 ‘K-컬처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의미를 더했다.

정 대표는 ”국립정동극장은 우리의 얼과 혼이 담긴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예술단의 자체 브랜드 를 론칭하고 전통을 기반으로 동시대에 맞는 작품을 개발해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며, “‘광대’에는 다양한 우리의 문화가 녹아 있다. 외국인, 내국인 모두 접하기 어려운 우리의 것을 모두 녹여낸 이 작품이 세계인과 소통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대’는 국립정동극장의 전신인 ‘협률사’에서 민간 대중들에게 종합 예술을 선보인 첫 번째 공연 ‘소춘대유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1902년 당시 수십 명의 출연진이 등장해 남사당놀이, 무동놀이, 탈춤, 줄타기 등의 연희를 선보였고, 초기 창극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국립정동극장이 근대가 시작된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근대 시대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작품을 개발해왔다”며, “‘광대’는 협률사에서 올려진 ‘소춘대유희’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립정동극장과 색깔이 맞아서 K-컬처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선택해 올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안 연출은 “‘소춘대유희’ 공연 당시 기록을 보면 지금의 레퍼토리보다 다채롭고, 악가무희를 한 분이 다 하신다. 어찌 보면 우리 문화가 갖고 있는 융합성이 모든 예술을 한 몸에 녹여낼 수 있게 만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의미로 우리 단원들도 악가무희를 넘나들려고 많이 노력했고, 그런 정신이 살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지난 2024년 11월 ‘소춘대유희’라는 제목으로 쇼케이스를 개최해 관객과 처음 만났고, 지난해에는 제목을 ‘광대’로 맞춰서 정기 공연을 올렸다. 이에 대해 안 연출은 “소춘대유희는 ‘웃음이 만발한 무대에서 펼치는 큰 놀이’라는 뜻으로 의미는 좋은데 관객분들이 잘 못 알아들으시고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으시더라. 그래서 더 구체적이고 선명한 단어를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광대’라는 단어 자체가 고유명사로 여겨졌으면 하는 바람도 존재했다. 실제로 ‘광대’는 해외에서 선보일 때 ‘클라운’(Clow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광대’라는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옮겨 ‘Gwangdae’라고 번역한다.

관련해 정 대표는 “‘소춘대유희’를 개발하면서 세계로 나가는 걸 목적으로 했다. 그러다보니 영어 번역이 어렵고 길어지더라. 그래서 전통 예인을 뜻하면서도 명쾌하면서 발음하기 쉬운 ‘광대’로 하자고 생각했다”며 설명했고, 안 연출은 “광대라는 단어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서 ‘한국의 종합적인 예인들을 ‘광대’라 칭하는구나’, ‘나도 광대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만들어가고자 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 사진=연합뉴스

100년간 공연장을 지키며 살아온 백년광대와 오방신(극장신)이 현 시대의 예인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은 우리 전통을 지켜온 백 년 전 광대와 그 유산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현재의 광대를 이어주는 것과 동시에 경의를 표한다. 이에 강 작가는 ‘광대’에 대해 “벽을 허무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전통과 현대, 무대와 객석의 벽을 허무는 사람으로서 계속 발전하고 있는 예인들이 광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년 전 광대의 대표 격으로는 이동백 명창이 등장한다. 이동백 명창은 조선 말기 판소리 다섯 명창 중 한 사람으로, 협률사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현재 국립정동극장의 마당에도 동상으로 세워져 있는 그는 ‘아이’라는 존재로 현신해 현대의 예인들과 함께한다.

극 중 이동백 명창이 직접 창을 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구현한 것에 관해 안 연출은 “노래는 유성기로 남겨져 있는 이동백 명창의 음반이다. 노이즈를 지우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새로운 소리꾼이 녹음했다는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 원음을 그대로 사용하려고 했다. 대신 앞 부분의 대사들은 일정한 목소리를 학습시켜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대중들에게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무대 위 광대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순백’ 역을 맡은 박인혜는 “어쩌면 저희한테는 너무 익숙한 단어이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또 바꿔서 말하면 저희에게 너무 익숙한 저 자신이지 않나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게 삶에 묻어서 내 일상에 붙어있는 것, 무대와 일상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사람이 ‘광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번 ‘광대’는 예술단을 이끄는 단장 ‘순백’과 수수께끼의 인물 ‘아이’ 역에 여성 소리꾼을 출연시키며 젠더프리 캐스팅을 시도해 음악에 다양성을 더하고, 객석과의 호흡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연 회차를 50회로 대폭 확대했다.

정 대표는 “전통 공연을 50회 올리는 곳은 전국에 아무 데도 없지만, 전통 공연도 뮤지컬처럼 50회를 성황리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관광객이나 많은 한국인에게 언제나 국립정동극장에 가면 고품격의 예술, 우리의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 역시 “일반 대중들이나 외국인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통 공연이 많이 제한되는 가운데 국립정동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셔서 광대를 즐기고, 우리 전통 문화의 슬픔과 아픔 대신 흥과 신명을 느끼고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깨달으셨으면 좋겠다. 대중적이고 친숙한 공연이 되기 위해 이번 시즌도 창작진과 함께 마음을 모았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와 대만 공연으로 해외에서도 선을 보인 ‘광대’는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중 해외 공연을 추진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작년에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외국을 나가서 일본, 대만 공연을 올렸는데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반응이 좋았다. 올해 해외 공연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군데와 협의 중”이라며, “올해는 지역 예산이 많이 늘었다. 전국을 돌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광대’를 비롯해 다양한 국립정동극장 작품을 가지고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대’는 오는 5월3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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