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18년만에 다시 빛을 발한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의 타셈 감독이 한국 관객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내한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소재의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의 타셈 감독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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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오드 |
‘더 폴: 디렉터스 컷’(이하 ‘더 폴’)은 스턴트맨 ‘로이’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에게 전 세계 24개국의 비경에서 펼쳐지는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을 이야기해 주는 영화로, 18년 만의 4K 리마스터링을 통해 화려해진 영상과 새로운 장면을 추가한 감독판이다.
해당 감독판은 지난해 8월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되었으며, 같은 해 12월 25일 국내에서 개봉해 좌석점유율 0.6%의 작은 규모 개봉관으로 시작했지만, 탄탄한 팬 층을 생성하며 개봉 5주 만에 7만 관객을 돌파하고, 최근 10만 관객을 돌파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이러한 성원에 개봉 7주 차임에도 한국을 찾은 타셈 감독은 “마치 부활한 것 같다. 겨우 기어가고 있던 아이를 20년 지나고 보니까 갑자기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흥행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다시 한번 재조명받는다는 게 놀라운 것 같다. 영화를 만들 당시는 그저 여자 친구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상실감이 컸고, 영화를 어떻게든 만들고 그냥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제가 상당히 어렸고 야심 찼다고 생각한다. 오늘이라면 ‘더 폴’ 같은 영화는 다시는 못 만들 것 같고, 그 누구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는 없을 것 같다.”
2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더 폴’이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묻자 타셈 감독은 되려 “일단 왜 이 영화를 처음 공개했을 때 안 좋아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6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에서 첫 상영 됐을 당시 ‘더 폴’은 하비 와인스타인의 공개적 비난과 비평가들의 냉소적인 평가로 아픔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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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오드 |
“‘기생충’이나 ‘올드보이’ 같이 기존과 다른 걸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데, ‘더 폴’은 어떤 것과도 똑같은게 없는 영화다. 근데 ‘더 폴’은 당시 사람들이 기대한 것과는 달랐던 것 같다. 패션도 20년 뒤에 다시 레트로로 유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 영화도 비슷한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타셈 감독은 본인의 영화에 대해 “사람들이 환상적이라 말해도 좋고, 거지같다고 말해도 좋지만 ‘괜찮네’라고 하면 겁이 난다”면서, “‘더 폴’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내용이 아니지만 그건 상관없다. 이런 내용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재발견된 게 아닐까 싶고,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를 잘 안 해서 ‘더 폴’을 보고 이렇게 열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다. 근데 작년에 토론토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마다 왜 ‘더 폴’을 다시 만들거나 공개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고, 그분들한테 20년 전에 내가 이 영화를 그토록 알리고 싶었는데 그때 어디 계셨냐고 묻자, 10살이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가 이 영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알았고, 형한테 어떤 식으로든 돈을 다시 털어 넣어서 이 영화를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하루 동안 몇 개 관을 통해 재개봉했는데 몇 분 만에 매진이 됐다. 그 후 인기가 많아져서 8주 정도 확대 개봉을 했는데,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면서 한국 영화관의 기술력과 주 소비층인 여성 관객들에 대해 찬사와 감사를 남기기도 했다.
“영국의 런던 아이맥스에서 본 것보다 한국의 상영관에서 본 게 훨씬 더 좋았다. 제 영화는 스타일, 비주얼 때문에 제대로 된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 그리고 인구 통계학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많은 여성 관객이 제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제 아기가 이렇게 계속해서 달릴 수 있게 해 주신 한국 영화와 여성들을 무한히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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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오드 |
18년이 지난 이후 생긴 새로운 관객층 역시 흥행 요인으로 꼽히지만, 영화를 뒷받침하는 발전한 인프라도 한몫했다. 애초에 처음 ‘더 폴’을 만들었을 당시에도 완성된 버전이 4K였다고 말한 그는 “당시만 해도 상영관에서 4K로 상영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쉽지 않았던 리마스터링 과정을 밝히기도 했다.
“‘더 폴’을 만들면서 이 영화는 분명 오래 갈 영화라는 생각에 반드시 최신 기술로 만들고 싶었다. 근데 세월이 흘러서 리마스터링을 해야 했는데, 제가 만들었던 기존의 4K 버전을 찾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여러 가지 효과가 빠져있는 오리지널 버전을 가지고 몬트리올에서 완성을 했다.”
영화를 복구하는 것 이상의 변화도 있었다. 타셈 감독은 오리지널판과 감독판의 차이에 대해 편집 과정에서 빠졌지만 다시 포함시킨 장면, 그리고 연출 당시의 선택을 굳히는 변경점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개봉했을 때 비평가들이 싫어했던 두 장면을 편집했는데, 그 중 당시 있었던 스태프가 이건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캐릭터 씬이라고 한 장면이 있었다. 그때는 안타깝게도 편집했었는데, 이번에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면서는 다시 그 장면을 넣었다.
바꾸고 싶었던 장면은 바꿨다. 나는 이 영화가 어른을 위한 동화, 우화라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어서 맨 처음 '로스앤젤레스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이라고 넣었다. 그런데 토론토에서 상영 후 '롱 타임 어고(Long Time Ago)'라고 바꿨고, 이게 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였다. 이후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를 보고 '아, 내가 맞았구나'라는 생각에 다시 원래대로 바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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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오드 |
‘더 폴’을 만들 때 비주얼을 매우 중시한 타셈 감독은 유년 시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창작자다. 그는 “어렸을 때 히말라야에 있는 기숙학교에 다녔고, 아버지는 이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는데 그래서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된 방송이나 영화를 많이 봤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 그는 ‘더 폴’을 시작하게 된 아이디어도 학창 시절에서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 한 분이 수업 시간에 로이가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결정적인 순간에 다음 주에 더 들려준다면서 이야기를 끝내신 선생님은 우리의 반응을 따라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는데, 저와 친구들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다 꾸며서 한 이야기였다는 걸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까 ‘더 폴’의 아이디어는 그 경험에서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폴’은 시작하는 데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은 영화다. 특히 극 중 로이와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소녀, 알렉산드리아를 연기할 배우를 찾는 데는 약 7~8년이 소요될 정도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금쪽 같은 배우를 찾은 후 타셈 감독은 망설임 없이 제작에 뛰어들었고, 그가 겪은 실연도 영화를 시작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루마니아에서 지금의 알렉산드리아를 발견했다. 이 아이를 찾자마자 형한테 지금 당장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중요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제가 광고 덕분에 정말 많은 돈을 벌었지만 여자 친구가 저를 차버렸다. 그래서 형한테 전부 다 팔고 지금 당장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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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오드 |
‘더 폴’은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한 작업과정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아무리 훌륭한 특수 효과를 쓰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이기 마련”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선택했던 로케이션들이 매우 마법같은 공간이었다. 이런 공간에서 CG를 사용하면 모자 위에 또 모자를 쓴 느낌이라 CG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CG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에는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폴’은 28개국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전혀 세트장을 사용하지 않고 촬영했지만, 그 다음 작품은 외부 로케이션은 전혀 없이 세트장에서만 촬영했다. 그냥 저는 극단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만들어진 영화는 데이빗 핀처, 스파이즈 존즈 감독에게 보여졌고, 작품을 마음에 들어한 그들은 타셈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실제로 영화에는 데이빗 핀처와 스파이크 존즈의 이름이 크레딧에 실려있다.
이들에 대해 타셈 감독은 “그들은 아주 오랜 친구”라면서, “핀처 감독은 광고 일을 하는 감독은 언젠가 영화를 만든다는 꿈은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만든 사람은 없는데, 당신이 유일하게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고 했고, 거기에 제가 '그 유일한 멍청이가 나'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며 짤막한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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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오드 |
또 토론토 상영 이후 비평가들에게서 많은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그분들께 프리젠티드 바이(Presented By) 문구에 이름을 넣을 수 있을지 물어봤는데, 그분들은 어떠한 금전적 보상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이렇듯 제작자나 투자자를 찾아주고 이름을 빌려주는 등 여러 가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셨다”
한편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전국 CGV와 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타셈 감독은 오는 8일까지 미니 GV, 릴레이 GV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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