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에 긁힌 건설사, 정기 인사 ‘칼바람’ 부나

김종현 / 기사승인 : 2025-11-05 14:47:23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등 대형사 6곳 대표이사 교체
사업 개편 및 재무건선성 강화에 방점…인적쇄신 움직임 거세
최근 안전사고 발생 기업 수장 교체로 안전관리에 집중

[SWTV 김종현 기자]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최근 중대재해 사고까지 잇달아 발생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최고경영자 자리를 두고 대대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이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 6곳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주택분양 부진, 수익성 악화, 원자재 가격 급등, 안전사고 문제 등 복합적인 악재에 대해 돌파구 마련을 위한 인적쇄신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0일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CPO)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해 부진한 실적 개선을 반도체 역량 강화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부터 환경·에너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단기 실적부진과 재무부담 해소를 위해 수익성 강화와 내실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여서 악화된 부채비율 등을 해소해야 한다.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243.0%를 기록 지난해 말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달 28일 신임 대표이사에 김우석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1992년 입사 이후 30여년간 그룹 재무와 경영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재무통’으로 알려져 건설부분의 재무안정화에 방점을 뒀다는 풀이가 나온다.

최근 한화가 도시복합개발 사업을 확대하면서 자금운용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의 중요성이 요구돼 왔다. 업계는 대규모 자체사업은 자금 소요가 크고 리스크가 직접 건설사에 전가될 수 있어 체계적인 현금흐름 관리와 수익성 통제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도 김영범 코오롱ENP 대표이사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환경·에너지 토탈 프로바이더의 성장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코오롱글로벌 역시 재정건전성 확보가 최대 과제다. 이들은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388.3%로 지난해 350.1%에 비해 상승했다. 순차입금도 5893억원을 기록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6일 강습협 신세계푸드 대표를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감 대표는 실적 반등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이주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손실 595억원을 기록했으며 잉여현금흐름(FCF)도 –3558억원을 기록 중이다. 순차입금은 5037억원을, 부채비율도 259.8%에 달한다.

반면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은 공사현장 인명사고로 인해 안전관리 강화 차원에서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DL건설은 지난 9월 5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여성찬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는 의정부 아파트 공사현자 추락사고 등 연이은 인명사고의 책임을 지고 기존 경영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뒤 단행됐다.

여 대표는 주택과 연구시설 등 다양한 건축 현장을 거친 ‘현장통’으로 취임 이후 안전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와 품질 경영 강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8월 6일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TF를 맡았던 송치영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정희민 전 대표가 8개월 만에 물러났기 때문이다.

송 사장은 취임 직후 “안전이 경영의 최우선 가치이다”라고 강조하며 신규 인프라 수주를 일시 중단하고 하도급 구조 개선, 안전예산 확대, 현장 관리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단기 실적보다 안전과 신뢰 회복을 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대대적인 CEO 교체 보다 현 체제 유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해 대표이사가 교체된 만큼 새 리더의 조기 안착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 역시 지난해 CEO 연임을 확정해 연말 정기 인사에서 큰 변동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경우 업계 최장기 CEO로 오는 2027년 3월까지 임기를 지속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미 오 대표는 지난해 연임을 확정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달 29일 판교 오피스 신축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또 외형 축소와 수익성 감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오 대표는 사고 이후 사과문을 통해 “사고 현장과 전국 모든 건설 현장의 작업을 중지하고 특별 안전교육 실시 및 긴급 안전 점검에 돌입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외에도 DL이엔씨 HDC현대산업개발도 대표 임기가 아직 남아 있어 대대적인 교체 확률은 낮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는 지난해 8월 선임됐고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가 강남권 고급 주거 단지 상징으로 자리잡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오너 일가가 대표직을 맡고 있어 교체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해 3월 공식 선임됐다. 허 대표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2005년 입사해 GS건설에서 플랜트 관련 부서를 거쳐 신사업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대형 건설사 중 임기 만료가 임박한 대표이사는 삼성E&A의 남궁홍 사장이 유일하다. 마케팅그룹장, 플랜트사업 본부장 등을 거쳐 2023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돼 오는 2026년 1월까지가 임기다. 남궁 사장은 사명 변경과 체질 개선 등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올해 실적이 악화되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E&A는 올 3분기 매출액이 2024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2조원 아래로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3.4% 줄어든 176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신규 수주 부진도 발목을 잡고 있다. 누적기준 4조898억원으로 연간목표치의 36%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계에 대해 “PF 사업의 구조적인 변화와 주택 수요의 지역별 양극화 등으로 주택 사업에서 과거 수준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2022년 이전 착공한 고원가 현장들의 매출 비중 축소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수주 물량 감소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선별 수주를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새 정부 들어 산업재해 관련 정책이 강화되고 안전사고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도 연말 정기 인사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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