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1500년 조선 안동의 접빈 문화가 눈과 귀를 넘어, 입까지 만족시키 이색 공연으로 재탄생해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의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이머시브 다이닝 ‘더 레시피’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권기창 안동시장, 진영섭 총감독, 김철무 연출, 유민영 안무를 비롯해 안동시립공연단원 권민수, 김수정, 조흠, 정진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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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안동시립공연단 |
‘더 레시피’는 안동시립공연단이 창립 이래 첫 작품으로 선보이는 공연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 선정 작품으로, 안동시청의 지원과 함께 막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초에 단원을 구성한 안동시립공연단은 단원 19명 중 10명이 안동에 거주하고 있다.
권 시장은 “안동은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한국으로 잘 알려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면서, “사유와 성찰의 정신문화, 재미와 감동이 있는 놀이 문화, 이야기와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 문화가 함께 공존한다”고 축사의 운을 띄웠다.
이어 그는 “특히 안동은 접빈객의 문화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조상에게 제사를 잘 지내고, 손님이 오시면 지극히 잘 모시는 문화다. 이러한 문화로 인해 음식 문화가 함께 발달하고 있다.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주방문’, ‘음식절조’ 등 우리나라 고조리서의 대부분은 안동에 있고, 안동 음식은 식혜, 국시, 찜닭, 간고등어 등 지역명이 붙어 있는 게 특징”이라며 음식 문화에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끝으로 권 시장은 “이와 같은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가 풍부한 곳이 안동이다. 이번 시립 공연단 창단을 계기로 안동이 갖고 있는 다양한 소재를 작품으로 개발해서 작게는 대한민국으로, 크게는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한류 콘텐츠 보급의 중심 도시로 성장 시키고자 한다”는 포부를 보였다.
‘더 레시피’는 이머시브 다이닝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지닌 이색 공연이다. 관객들은 안동의 한 선비가 한로를 맞아 연 성대한 잔치의 손님으로 참여하며, 사물놀이와 전통 연희, 퍼포먼스와 함께 안동의 전통 미식을 체험하게 된다.
진 총감독은 창단 첫 공연으로 이머시브 다이닝이라는 형태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머시브 공연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개척되고 있는 장르”라면서, “안동에서의 가장 큰 문화적인 유산이라고 하면 먹거리가 가장 크게 기억에 남고, 그걸 이용해서 현대적으로 트렌드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머시브 다이닝이라는 장르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김 연출은 “관객들이 어떻게 더 공연에 참여해서 느끼고 즐길 수 있는지 고민했다. 지역의 좋은 소재를 활용하면 관객들이 요즘 트렌드에 맞게 그냥 보고 가시는 공연보다 함께 즐기고 참여하게 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서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여타 다른 공연과 달리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주인공 ‘김선비’ 역을 맡은 권민수는 “관객분들과 함께 접촉하면서 만들어가야 되는 공연인데 연습실에 관객이 없다. 아무리 저희가 열심히 연습을 하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려고 해도 아직 관객분들의 반응을 모르고, 전혀 예상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관객분들을 만나야 저희 공연이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저희가 7월부터 두 달 가까이 연습을 하고 있는데 아직 공연이 미완성이다. 어서 관객들을 만나서 완성시키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 ‘보조 숙수’ 역을 맡은 정진은 “이머시브 공연이라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장면이 많아서, 배우가 관객분들에게 다가올 수 있고 관객분들이 무대로 나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염두를 하고 오시면 좀 더 편하게 놀고 저희와 호흡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너무 내향적인 관객분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하려고 신경쓰고 있다. 웃으면서 보실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작품의 색깔에 따라 공연장 역시 개성이 더해졌다. 무대가 펼쳐지는 한국문화테마파크의 전통극 공연장에 대해 진 총감독은 “무대와 객석이 단차가 없는 플로어 형태로 구성이 되어있는 게 이 공연장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들이 소반을 이용해서 춤을 추고, 그 소반을 관객 사이사이를 다니면서 직접 배달해 수운잡방의 음식들을 드실 수 있는 구성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공연의 오프닝이자 가장 중심이 되는 메인 안무인 ‘소반무’ 역시 이러한 이머시브 다이닝의 특성을 살렸다. 유 안무는 “배우들이 소반을 들고나와 관객에게 음식이 서빙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안무를 마친 후에는 관객에게 다가가서 소반을 사이사이에 세팅한다. 그렇게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게 되면서 무대와 관객의 경계선을 없애는 장치적인 역할을 하게 되고, 관객들이 이 공연 안에 들어와서 체험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더 레시피’는 한 회차당 최대 50명을 수용하는 소규모 공연으로, 70~80분을 넘나드는 러닝타임 중 4가지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차가 우려내는 시간에 맞춰 안무가 구성된 ‘화원무’와 함께 즐기는 국화차, 이어 청포묵과 청주, 전계아와 안동 소주, 마지막으로 다식이 제공된다. 공연에 포함된 음식은 보물로 지정된 안동의 고요리서 ‘수운잡방’의 조리법을 재현한 것이다.
진 총감독은 “수운잡방은 우리가 잘 남겨야 하는 자산 중 하나다. 그 요리서에 나와 있는 1500년대 초기의 조선시대의 음식들을 직접 맛보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일반 다른 음식들과는 조금 다르고, 정성스러운 음식들을 맛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수운잡방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더 레시피’의 초점이 수운잡방의 레시피가 아닌, 안동의 접빈 문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진 총감독은 “수운잡방 음식의 레시피와의 연관성보다는 안동의 접빈 문화, 즉 어떻게 음식을 접대하고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에 연관성있게 풀어냈다. 요리서와 음식에 대한 레시피와 역사를 주제로 해서 공연을 구성하지는 않았다. 수분잡방에 대한 소재를 갖고 온 것이지 음식을 갖고 작품화하거나 방향성을 갖고 설계를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더 레시피’는 안동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포부다. 이날 현장에는 대만 기획사의 관계자가 참석해 시연과 간담회를 감상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이 가급적 언어를 배제하는 넌버벌 퍼포먼스로 구성된 것도 이러한 계획과 연결되어 있다.
진 총감독은 “안동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자랑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하회탈과 하회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에도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들이 제작됐던 걸로 알고 있다. 음식과 연극, 뮤지컬을 연결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안동을 넘어서서 서울과 다른 지역, 그리고 해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넌버벌 형식으로 만드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더 레시피’는 오는 9월20일~11월2일, 한국문화테마파크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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