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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연합뉴스 |
우승을 확정한 순간,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김종민 감독에게 '차가운 물'을 잔뜩 뿌렸다.
옷이 흠뻑 젖고, 눈을 뜨기 힘든 상황에도 김종민 감독은 웃었다.
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최종 5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한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장인 158분(2시간 38분)의 혈투 끝에 승리한 도로공사는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하는 최초 기록을 세웠다.
김종민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0%의 확률을 100%로 만들었다"며 "기적을 일군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 나도 오늘은 감동하면서 경기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이 아파서 '그냥 살살하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 있었다"며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어서 체력적으로 열세일 수 있지만, 그만큼 어려울 때 선수들이 잘 풀어나가더라.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매 세트가 2점 차로 끝날 만큼 이날 경기는 치열했다.
김종민 감독은 "5세트 14-13에서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다. 박정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해결할 수 있을지 나도 알 수 없었다"며 "솔직히 경기 초중반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다"고 떠올렸다.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행운도 따랐다.
도로공사가 13-12로 앞선 상황, 박정아가 오픈 공격을 시도했다.
첫 판정은 '인'이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공이 라인 밖으로 벗어나는 걸 확인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다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대상은 '블로커 터치 아웃'이었다.
느린 화면에 공이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의 손끝에 살짝 닿는 장면이 나왔다.
김종민 감독은 "사실 5세트 비디오 판독은 그냥 신청했다"고 털어놨다. 공을 때린 박정아도 "아웃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김종민 감독은 '혹시나' 해서 신청한 비디오 판독으로 도로공사는 14-12, 이번 시즌 V리그 마지막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후 14-13에서 박정아가 오픈 공격을 시도해 경기를 끝냈다.
시즌을 길게 봤을 때는 외국인 선수 교체가 우승의 출발점이 됐다.
도로공사는 올해 1월 4일 카타리나 요비치(등록명 카타리나)를 내보내고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 뛴 캐서린 벨(캣벨)을 영입했다.
김종민 감독은 "캣벨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뽑을 생각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서 긴 시즌 소화가 어려울 것 같았다"며 "시즌 중에도 캣벨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좋은 시점에 영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캣벨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팀 내 최다인 112점을 올리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김종민 감독은 "캣벨에게 '다음 시즌에도 같이 뛰자'고 했는데, '노노노'라고 답하더라. 자신은 시즌 중에 교체로 들어오는 선수로 적격인 것 같다고 했다"고 껄껄 웃었다.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면서 김종민 감독은 알게 모르게 '국내 지도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남자부는 외국인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이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중반에 지휘봉을 잡긴 했지만, 흥국생명의 사령탑도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다.
여자부만은 국내 감독이 이끄는 팀이 우승하길 바라는 국내 지도자들이 꽤 많았다.
김종민 감독도 "국내 지도자들이 '힘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긴 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감독을 택하는 건 구단의 몫이다. 국내 지도자나 외국인 지도자 중 더 팀에 적합한 감독을 고르는 게 순리 아니겠나"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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