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을 묻다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5 17:25:07

[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이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과 함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 (왼쪽부터) 조인성, 조여정, 이창동 감독, 전도연, 설경구 [사진=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엠갤러리에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번 영화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버닝’ 등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으로 제작 소식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감독은 “8년 만에 뵙게 되어 벅차다”라는 소감을 전하며 ‘가능한 사랑’에 대해 “제목처럼 사랑에 관한 영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하고, 그 사랑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영화다”라고 소개했다.

“쉽게 이루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서사로 만들어져서 관객들에게 전달될 이유가 없으니,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가능한 사랑'이라 말하며 어떤 사랑이 가능한지, 사랑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가능한 사랑’의 시작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감독은 한국의 한 대기업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리해고와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사건에서 영향받아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 감독은 “특정 기업의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대한민국 대기업에서의 집단 해고 사태는 후유증이 크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일을 하면서 얻게된 정체성, 즉 우리의 삶 자체를 바꾼다. 기술 발전으로 노동 자체가 소멸하는 시대까지 다가왔기에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적 사건을 ‘사랑’이라는 주제와 연결 지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감독은 “삶의 구조를 지배하는 힘이 강해질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했을 때,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건 사랑이라 생각했다. 모든 관계의 본질은 사랑이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삶을 이어 나가게 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건 10여 년 전이지만, 온전한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는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이 감독은 “영화를 하기 전에 항상 이 영화를 내가 꼭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한다. 저 자신이나 관객에게도 이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있겠다는 확신을 하지 못하면 추진하지 못한다”라며, “‘가능한 사랑’ 역시 해고 노동자의 삶을 정직하게 다루는 다큐가 있는데 굳이 극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의미가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2022년 전도연 주연의 첫 단편 영화 ‘심장소리’로 일부를 풀어내기도 한 그는 오정미 작가의 제안으로 서사를 확장할 실마리를 찾았다. 이 감독은 “오정미 작가가 이 부부의 이야기를 다른 부부의 이야기와 겹치면 이야기에 다른 결이 생기면서 영화가 좀 더 풍부해질 수 있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렇게 이 영화가 되살아났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대한 고민이 풀어진 이후에는 제작 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투자받지 못해 제작에 난항을 겪던 ‘가능한 사랑’은 결국 극장용 영화로 제작되는 대신 넷플릭스와 손을 맞잡게 되었다. 이 감독은 “처음부터 넷플릭스가 신뢰를 주고 있었고 투자처를 찾는 과정을 기다려줬다”라며, “전 과정에 걸쳐 어떤 간섭도 한 적 없고, 지금까지도 그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에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만든 작품 중 가장 편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사진=넷플릭스 

 

이번 영화는 이 감독의 첫 OTT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변화하고 있는 영화 산업에 대한 이 감독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작년 전반기가 한국 영화 산업이 가장 약화됐던 시기다. 앞으로 얼마나 회복이 될 지 의구심이 있었던 때지만, 그럼에도 저는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우리 모두 다 느끼고 있듯이 영화 산업의 구조는 이미 바뀌어가고 있고, 변화의 추세는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얼마나 관객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이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제6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은 해고 노동자인 ‘호석’의 아내인 ‘미옥’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이 감독과 작업한다.

전도연은 작품 선택 계기에 관해 “가장 매력적인 건 이창동 감독님이었다. 제안받았을 때 안 들어가게 될까 봐 다음날부터 빨리 시나리오부터 달라고 독촉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여운이 너무 강렬해서 '역시 이창동 감독님이시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부부로 만난 설경구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 ‘길복순’ 이후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된다. 이에 전도연은 “경구 씨랑 또 부부로 만나서 새로운 배우자를 맞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농담하면서도, “이미 오랜 시간 봐 와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다. 좀 더 진짜 부부 같은 케미스트리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해고 노동자 남편 ‘호석’ 역을 맡은 설경구는 ‘박하사탕’, ‘오아시스’ 이후 24년 만에 이 감독과 재회했다. 제안받았을 당시 일정상 참여가 불가능했다던 그는 “식은땀이 났다. 감독님이 1시간 동안 얘기하시더니 '너랑 못하겠다'라고 하셔서 내가 돌아버리겠더라. 해결하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들쥐’의 김홍선 감독께 감사드린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스케줄 조정까지 감행하며 굳건한 참여 의사를 보인 그는 이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설경구는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책을 달라고도 안 했다. 책 읽는 걸 아끼고 싶을 정도였다”라고 말하며 24년 전 이 감독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박하사탕’때는 경험도 없었는데 제게 주어진 감정은 벅찼다. 하루하루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그때의 기억이 그리웠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그리움이 현실이 되니까 벅찼다. 어느새 23년이 됐더라. 경력은 쌓였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반면 조인성과 조여정은 이번 영화를 통해 이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하게 되었다.

조인성은 해고 노동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아내 ‘예지’의 남편 ‘상우’ 역을 맡았다. 이 감독은 “상우는 영화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지배하는 인물이다. 힘이 있고 매력적이면서, 모든 것에 능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배우는 조인성 외에 다른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다”라고 말해 캐스팅에 대한 만족을 표했다.

이에 조인성은 “라트비아에서 ‘휴민트’를 찍고 있을 때 처음 이야기를 들었다. ‘호프’와 ‘휴민트’를 찍고 체력적으로 힘든 걸 느껴서 쉬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감독님과 좋아하는 두 선배님,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여정 씨까지 합류해서 이거까지는 하고 쉬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라고 참여 계기를 전했다.

 

▲ 사진=넷플릭스 

“감독님을 워낙 좋아해서 감독님께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실제로도 많이 배웠고,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 작품 안에서는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의 디렉션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연기했다.”

‘가능한 사랑’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한 조여정은 해고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감독 ‘예지’ 역으로 분했다. 이 감독은 “조여정 씨는 같이 작업해보지는 않았지만, 영화하는 사람으로서의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갖고 있고, 자의식이 강한 배우라고 생각해서 예지라는 캐릭터의 내면과 가깝다고 생각했다”라고 캐스팅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조여정은 “연락이 왔을 때 완전히 가능한 상태였다. 배우들 마음이 다 똑같다. 감독님의 영화를 고대했기 때문에 얼떨떨할 정도로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여운이 진해서 3일 정도 담아두고 있다가 연락을 드렸다. 감독님의 작품 안에서 이분들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여러 가지가 복된 기회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을 만나게 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저희 영화가 OTT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와는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가 넷플릭스 시청자한테도 즐거움을 주고, 영화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삶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편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23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11월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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