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임현희 감독 "이종혁X이승규 원픽...감정에 집중"

노이슬 / 기사승인 : 2023-03-31 15:38:43

*이 기사에는 드라마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W 노이슬 기자] "기태와 완의 이야기가 사랑스러웠다. 관계나 감정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 사랑 이야기로 담아내고 싶어서 감정에 집중했다."


잘 만든 BL드라마는 감정선이 살아있다. 대부분 이성(異性)간의 호감을 '사랑'이라 정의하지만,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다. BL드라마는 동성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수의 장르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잘 만든 BL드라마는 상대가 같은 성(性)이라는 점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감정선을 중심으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

지난해 BL 드라마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을 받은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김수정 감독의 '시맨틱 에러', 황다슬 감독의 '나의 별에게' 시리즈, '블루밍'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임현희 감독의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이 뒤를 이으며 또 하나의 잘 만든 '웰메이드 BL드라마'의 계보를 잇는다.
 

▲BL드라마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스틸/스튜디오엠포, 스튜디오 윈썸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이하 '우연시'/극본 이윤슬,연출 임현희 /제작 스튜디오엠포, 스튜디오 윈썸)은 고등학교 졸업 후 게임회사에서 재회한 신기태(이승규)와 이완(이종혁)이 학창 시절, 서툴게 매듭지은 사랑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30일 공개된 최종회에서는 과거 짝사랑 서사를 완전히 매듭 짓고, 현재의 서로를 마주하며 해피엔딩을 맞은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다.

'우연시'는 주요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 국내에서는 네이버 시리즈온과 헤븐리 어플을 통해 공개됐다. 30일 기준, '우연시'는 네이버 시리즈온 방송 부문에서 주간, 일간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29일부터는 쿠팡플레이에 공개되며 한층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종영 후 '우연시'를 연출한 임현희 감독은 스포츠W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임현희 감독은 중앙대 영화학과 출신으로 직접 시나리오도 쓰고, 단편영화를 주로 연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뮤직비디오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를 비롯한 많은 트레일러 영상에 참여, 여자친구의 뮤직비디오 연출에 참여해왔다. BL드라마 연출은 '우연시'가 처음이다.

"저는 BL 장르는 잘 몰랐다. '우연시' 조감독님의 지인이 '나의 별에게' 황다슬 감독님이다. 감독님의 소문을 듣게 됐고, '나의 별에게'를 봤었다. 드라마 자체로 재밌게 봤다. '우연시'의 기태와 완의 이야기가 사랑스러웠다. 관계나 감정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 사랑 이야기로 담아내고 싶어서 감정에 집중했다."


▲BL드라마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메인 포스터/스튜디오엠포, 스튜디오 윈썸

당초 '우연시'의 시나리오는 지금의 두배 가량이었다. 하지만 제작사와 상의 끝에 8부작 숏폼 콘텐츠가 됐다. "이윤슬 작가님이 써 주신 시나리오 속 담백한 구성이 좋았다. 7년 짝사랑. 게임. 이완과 기태의 캐릭터, 그리로 트렌디한 느낌이었다.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포인트를 잘 아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현실적으로 쓰여진 이야기가 좋아서 연출을 결심했다."

감독은 직접 각색에 참여했다. 특히 2회는 구성을 가장 많이 바꾼 회차다. '우연시' 2회 말미에는 기태와의 재회 때문에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포기하려다 '게임보이'의 응원을 받고 용기를 내는 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때 '게임보이'의 정체가 기태라는 사실과 함께 '무슨 7년 씩이나 걸리냐'라는 기태의 대사가 등장했다. 1회에서 완이를 모른 척한 기태가 무뚝뚝하고, 싸가지 없을 것이라는 '클리셰 설정'을 깨부시며 반전을 안겨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작가님의 캐릭터 설정을 두고 기태와 완이를 생각했다. 기태는 기쁠 때 완이를 떠올리고, 완이는 슬플 때 기태를 떠올린다. 저도 2회를 되게 좋아한다. 서로 모르게 사랑한 시간을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하는 완이와 기태의 게임보이 씬을 연결해서 만들었다. 제가 써서 더 좋아하고 애틋하기도 하다(웃음). 간접적으로 서로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씬이라 너무 좋았다.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이 이해되고 공감하려면 떨어져 있던 시간의 마음을 짧게라고 보여주자 생각했다."

2회의 반전은 시청자들을 모으는데 한 몫 했고, BL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믿고 보는 드라마'로 자리매김 했다. 임현희 감독은 "'우연시'는 작년 10월에 거의 완성해놨었다. 공개가 조금 늦어졌지만 네이버 시리즈온 순위를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트위터에서도 다양한 팬들의 반응을 봤다. '우연시'를 좋아해주시니 저도 모르게 연대감 같은 게 생기더라"라며 웃어보였다.


▲BL드라마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스틸/스튜디오엠포, 스튜디오 윈썸


기억나는 팬들의 반응을 묻자 "자극적이거나 급전개가 없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저도 그 포인트가 각본 단계에서 걱정하고 염려한 부부이었다. 나름 감정선에 집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그게 좋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했다.

'우연시'는 이윤슬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임현희 감독도 신인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자극적인 전개가 없기 때문에 밋밋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우연시'의 매력은 일상에서 있을 법한 상황 속 두 사람의 감정을 중심으로 담백하게 풀어낸 것이다. '프로 짝사랑러'라는 설정은 이완에만 설명돼 있지만,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성향이 다른 두 '프로 짝사랑러'의 반대되는 표현법이 어우러지며 케미를 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캐릭터의 특성으로 이완은 기태를 짝사랑한다. '우연시' 1회에서는 갑자기 집안 사정으로 대전으로 이사를 가게 된 이완이 졸업식날 기태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완에게는 7년전의 '망한 짝사랑'이자 '업보'로 남는다.

"기태는 시뮬레이션을 엄청 돌리는 파워 J다. 그래서 자신만만 하지만, 그래서 교만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다 따지는 똑똑한 아이다. 성실하기까지 하다. 모든 가능성이 콘트롤이 가능한데, 딱 하나 미제가 이완인 것이다. 기태 입장에서는 졸업식날 고백받고 뒷걸음질을 친 자신의 본능적인 모습에 대해 계속 곱씹었을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래머가 됐다. 경우의 수를 본인의 눈으로 체크하고 싶어서 완이를 회사로 불렀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세팅했다."

 

▲BL드라마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스틸/스튜디오엠포, 스튜디오 윈썸

감독은 이완 캐릭터를 '고슴도치'라고 표현했다. "완이는 도망을 잘가는 친구다. 고슴도치 같다. 숨는 친구다. 파워 P라고 생각했다. 잘 숨고, 자기 마음도 잘 숨기고 그렇게 성실하지 않고 방랑자 처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기태같은 친구를 보면 안정감을 느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기태와 완을 연기한 이승규와 이종혁은 실제 성격이 궁금할 정도로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두 배우의 찐 케미와 섬세한 표현력이 더해진 안정적인 연기는 몰입도를 높이고, 재미를 배가시켰다. 임 감독은 "캐스팅은 3차까지 봤다. 정말 많은 예쁜 남자 배우들을 봤었다"며 웃었다. 사실 이종혁, 이승규는 감독의 원픽이었다. 두 배우의 전작 웹드라마 '@계정을 삭제하였습니다'를 보고 함께하면 케미가 살 것이라 예상하고 오디션 라인업을 부탁했다.

"일단 비주얼이 중요했다. 비주얼과 신인배우 위주이지만, 연기력이 중요했다. 목소리나 시선처리 등 제가 잡아줄 수 있는 소스가 있는 친구들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좁혀졌었다. 두 배우는 '계정을 삭제하였습니다'를 보고 제가 오디션 라인업을 추천했다. 오디션을 동일하게 봤다. 승규는 비주얼도 잘 맞고, 연기가 안정적이었다. 종혁씨는 그냥 완이 같았다. 어쩔 줄 몰라하고, 당황했을 때의 모습이 귀여웠다. 동생(이승규)이 잘 끌어주겠지 생각했다."

3차 오디션부터는 커플로 붙여서 진행했다. "완이와 기태의 케미가 너무 중요하다. 승규도 다른 커플들이 있었다. 오디션 끝나고 가고 있는 승규한테 '너무 미안한데 다시 와달라'라고 다시 불러서 커플 케미를 봤었다. 그 중에 승규 종혁이 케미가 제일 에뼜다(미소)."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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