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사업 정리에 임직원 반발도 거세
[SWTV 김종현 기자] 대대적인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SK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사업 솎아내기에 나서면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매각 가격을 두고 여러 말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격보다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CEO세미나를 개최하고 올해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2026년 사업 전략 마련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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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번 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은 “운영개선(O/I)을 잘 해야 그 위에 AI를 쌓을 수 있다”며 “O/I를 하려면 회사와 사업의 프로세스(절차)를 잘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잘 작동하는 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적인 바탕 없이 AI 전환을 추진한다면 실패를 맞을 것이다”며 “지난 5~10년의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특히 “도메인 지식(본업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재계는 지난 2023년부터 진행했던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이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2023년 서든 데스(돌연사) 우려를 강조하며 세계 경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론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올해 하반기에는 새로운 미래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 큰 변화로 분석된다.
실제로 SK그룹은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의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비주력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를 단행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다만, SK그룹의 속도감있는 사업 재편을 두고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데이터홈쇼핑 자회사인 SK스토아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번 매각에 우션협상대상자로 라포랩스가 선정된 가운데 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라포랩스는 4050 여성 대상 패션 플랫폼 ‘퀸잇’과 5060 타깃 산지 직송 먹거리 플랫폼 ‘팔도감’을 운영하는 회사다. 매각가는 약 1170억원 수준이다.
리포랩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314억원, 예적금 등 단기금융상품은 34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설립 이후 가파른 성장세로 카카오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드 등 국내외 다수의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45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라포랩스 측은 또 추가로 500억원을 투자받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80억원을 기록한 리포랩스는 전년 대비 적자폭을 줄였고 올해 상반기 기준 흑자를 달성한 만큼 SK스토아 인수 시 연결기준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SK스토아 내부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SK스토아는 현재 티커머스를 넘어 SK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AI와 AI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해 더욱 큰 성장이 가능하다”며 “급하게 매각하려는 의도가 SK그룹의 일방적 계열사 줄이기에 SK스토아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업계 안팎에서는 연매출 700억원 규모의 리포랩스가 연 매출 3000억원 규모의 SK스포아를 인수할 수 있을 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 측은 퀸잇의 신용등급은 B+이며 현금흐름 등급도 가장 낮은 ‘CR6’에 그친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지난 2022년 연매출 400억원대인 스타트업 정육각이 매출 2000억원대 초록마을을 인수했다가 최근 기업회생에 돌입하는 등 신중한 인수자 찾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 측은 또 SK스토아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이터홈쇼핑 사업자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자금력이 약한 스타트업이 인수했다가 경영이 악화하면 수 천개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거래처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고용 불안에 대한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SK그룹은 SK오션플랜트 매각과 관련해 홍역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9월 SK오션플랜트 지분매각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디오션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SK에코플랜트가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한 지 3년 만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급격히 확장된 자회사 및 중복 사업 등으로 인해 고사 위기 까지 내몰리며 절박한 심정으로 비주력 사업 정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속도감있는 개편을 통해 빠르게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주력 사업의 정리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일방적 추진은 효율성에 심취해 반발심만 더욱 키울 수 있다”며 “생존을 위한 필요한 조치여도 최소한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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