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퍼스’ 제작진 “다큐 속 동물 로봇으로 시작…‘미션 임파서블’ 집어넣었죠”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6-03-10 13: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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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공존의 메시지로 마음을 울린 ‘호퍼스’의 한국인 제작진이 작품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10일 오전 픽사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호퍼스’의 한국인 제작진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와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가 참석했다.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호퍼스’의 스토리 팀을 이끈 존 코디 김은 2021년 개발 초기 단계에 합류해 전체적인 줄거리 구상과 캐릭터 개발에 참여했고, 수많은 장면의 스토리보드를 제작했다.

또 조성연은 2000년 픽사에 입사해 ‘니모를 찾아서’부터 ‘엘리오’까지 대부분의 작품에 참여했으며, 이번 작품에서는 비버가 납치되는 초반 장면들과 숲속 공터 장면들, 비버 메이블과 나무가 나오는 장면의 조명을 담당했다.

‘호퍼스’는 사람의 의식을 동물 로봇에 담는 ‘호핑’ 기술을 통해 로봇 비버가 된 소녀 ‘메이블’이 동물 세계에 잠입해 예상치 못한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존 코디 김 슈퍼바이저가 말한 ‘호퍼스’의 시작점은 동물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이었다.

존 코디 김은 “다니엘 총 감독이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연구자들이 동물 로봇을 만들어 야생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면서, “여기에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 같은 스파이 영화 요소를 섞어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고, 야생에서 동물들이 함께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픽사에서는 캐릭터를 많이 생각한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메이블과 비버 왕 조지 두 캐릭터의 관계를 우선으로 생각했다”며, “픽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캐릭터 중심으로 한 스토리를 많이 생각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존 코디 킴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작품이 담은 메시지로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말했다. 존 코디 김은 “비버 왕 조지가 꼭 말하는 게 우리는 모두 함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집과 동물의 집이 그저 하나의 장소일 뿐이라는 게 ‘연못 법’에 나온다. 시장과 항상 싸우지만, 더 큰 문제가 나타나면 각자의 차이점을 제쳐두고 같이 해결한다는 게 영화의 큰 메시지였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작품 내에는 명확한 선역과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존 코디 김은 “동물과 인간 모두를 그릴 때 선과 악의 가운데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해서 ‘모노노케 히메’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같은 지브리 작품을 많이 봤다”면서, “제리 시장도 처음에는 너무 나빠보이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냥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품의 성격을 스크린에도 반영한 조성연은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시장을 악당같이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를 잘 보살피고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으로 표현했다”면서, “엄마를 위해 핫케이크를 만드는 장면을 따뜻하면서 사랑스럽게 표현했고, 성공의 상징인 말 그림이 있는 데서 힘차게 기상하는 모습을 그려서 이 사람이 냉철한 정치가가 아니라는 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주인공 메이블은 동물과 자연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열정이 앞선 탓에 안 좋게 비치기도 한다. 이러한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존 코디 김은 “영화 초반 메이블이 학교에서 동물들을 구하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는 없던 장면”이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는 “그 장면이 없었을 당시 테스트 시사를 진행했을 때는 메이블이 싸우는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메이블과 그의 감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메이블이 왜 동물들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지, 자연을 지키고 싶어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 장면을 추가했다. 그러자 관객들이 메이블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조성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메이블과의 만남은 픽사 작품에 26년간 참여한 조성연에게도 특별한 기억을 남겼다. 그는 “주인공 메이블이 일본 사람이라 동양인에 맞춰서 라이팅을 했다. 예를 들어 백인은 눈동자가 파란데, 동양인은 까맣고 반짝거리며 빛나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영화에서 외국인의 파란색, 초록색 눈동자 색깔을 넣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최대한 동양적인 느낌으로 라이팅한 게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메이블의 친구인 동물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그리는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조성연은 “‘호퍼스’는 동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귀여움에 중점을 둬서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의 털보다는 인형 털 같은 질감을 구현했다. 나무도 마찬가지로 사실적이기보다는 페인팅 툴을 많이 써서 붓으로 그린 것 같이 보이는 특수한 테크닉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개봉한 ‘호퍼스’는 개봉 첫 주 주말 전체 외화 및 동시기 개봉작 중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고, 북미에서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글로벌 흥행 수익 8,800만 달러를 돌파해 ‘엘리멘탈’의 북미 오프닝 수치를 뛰어넘었다.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묻자 조성연은 “미래는 잘 모르겠지만, 동물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인형이 많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 영화도 영화지만 캐릭터 상품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고, 존 코디 김은 “영화가 잘 되면 ‘호퍼스 2’가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애니메이션 산업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며 창작자들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까지 엿보이는 AI에 대해 조성연은 “걱정도 많고 두려움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픽사는 정성을 많이 쏟는다”며, “다른 회사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로토스코핑이나 모션 캡처를 하는데 저희는 장인 정신이 있어서 하나하나 애니메이션화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빨리 만드는 것보다는 개인 하나하나의 정성을 이 작품에 쏟아부을지를 중점으로 생각해서 저희가 장인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AI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존 코디 김 역시 “‘호퍼스’에는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AI를 쓰지 않았다. AI를 통해 반복 작업에 도움을 받으면 좋지만, 스토리나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색깔을 고르는 것처럼 상상력이 필요한 작업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아티스트들이 많고, 이들이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니까”라는 답을 내놓았다.

조성연은 미래에 한국적인 소재를 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만든 ‘할머니’라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다. 제 할머니에 관한 그런 추억과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한 것에 대해 작업해서 영화제도 나갔다”면서, “해외에 나와서 살다 보면 더 한국이 그리워지고 한국적인 걸 더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는 것 같다. 미국에 오니까 한국 전통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라고 말했다.

존 코디 김은 픽사에서의 첫 작품 ‘호퍼스’를 작업하며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감독을 향한 꿈을 구체화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감독이 하고 싶었다. 픽사에 들어와서 5년 동안 계속 ‘호퍼스’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동물에 관련된 영화가 저한테 맞는 것 같다는 걸 알게 됐다. 미래에 감독이 된다면 그런 작품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헀다.

한편 ‘호퍼스’는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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