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소리 "'폭싹 속았수다' 촬영=아이유 밥해주러 간다고 생각했다"

노이슬 / 기사승인 : 2025-04-17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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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애순이 살림에 내 습관이 많이 묻어있다. 손을 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시대를 살았다. 1년여간 '폭싹 속았수다'를 촬영하면서 문소리는 항상 손을 쉬지 않았다. 양말을 개키거나, 방을 쓸고 그릇을 닦았다. 문소리는 '폭싹 속았수다' 촬영 당시 "매일 촬영보다는 아이유 밥해주러 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중년의 애순으로 촬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애순의 살림에 문소리의 습관이 묻어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애순 역 문소리/넷플릭스

 

문소리가 애순으로 출연한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문소리)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박해준)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공개 6주차에도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비영어) 부문 3위를 기록하며 반응이 뜨겁다. 모든 생활 속에 '폭싹 OOOO' 가 밈이 됐고, '양배추 달아요'는 양배추 코너에 필수로 붙어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문소리 역시 주변에서 인기를 절로 실감하고 있다. "너무 많은 분들이 잘봤다고 연락을 해주셨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사용한 휴지더미, 구겨진 티슈 인증샷을 많이 보내주신다. 그만큼 우셨다고(웃음). 남녀노소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문소리는 처음 '폭싹 속았수다' 대본을 받은 후 해녀로라도 꼭 출연하고 싶었다. 받은 자리에서 스르륵 읽고 놓자마자 눈물을 닦고 이건 해야겠다 싶었단다. 그만큼 애순이는 배우라면 모두가 탐낼 캐릭터였다. 문소리가 정의한 중년의 애순은 평범하지만, 요망져야(야무져야) 했다. "애순이의 변치 않는 본질이 있다. 봄 여름에는 휘황찬란했다. 폭풍도 몰아치고 꽃도 피고 이글이글했다. 가을 겨울이 되면 많이들 비슷한 평범한 엄마가 된다. 그게 이 작품에도 적용이 되어야 하고 애순이의 변하지 않은 본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별성과 보편성을 같이 녹여낼 수 있을까. 그리고 저 문소리도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어려웠다. 애순이는 우리 동네에 요망진 계집애 하나 있어. 보통 아니야 하지만. 제가 하는 애순이는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엄마다. 어느 집에나 밤에 전화하고 맨날 잔소리하고 가면 밥 해주는 엄마다. 이 두가지를 하나로 만드는게 저한테 가장 큰 미션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애순 관식 스틸/넷플릭스

 

문학소녀를 꿈꿨던 애순이지만, 오직 자신만을 지지하고 아껴주고 사랑하는 관식을 만나 어린 나이부터 가정을 꾸렸다. 아이도 셋을 낳았고, 첫째 금명(아이유), 둘째 은명(강유석)을 키워냈다. '문학소녀'라는 꿈은 마음 한켠에 품어놓고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내 부모님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애순에게는 자신을 위해 밥상을 엎을 줄 아는, '팔불출 무쇠' 관식이 있었다. "과거 영화 '오아시스'에서도 정말 사랑받았지만, 이렇게 무한한 사랑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긴 시리즈에서도 처음이고 박해준씨한테 고마운 점이 많다. 의지가 많이 됐고, 현장에서 늘 든든하게 아껴주는 마음으로 있는게 느껴지는 배우였다. 해준씨랑 작품은 처음인데 예전부터 봐왔던 배우다. 그게 쌓여서 그런지, 부부의 느낌을 쌓아가는데도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한 호흡으로 갈 수 있게 되더라. 관식이가 박해준씨여서 정말 정말 고마웠다."

문소리는 박해준에 대해 "굉장히 물 같다. 스르르르 물이 흐를 때 소리내지 않고 스며들고 흐르듯이, 굉장히 부딪힘 없이 어디든 물처럼 안착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연출가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늘 한결같다. 저는 혼자 팔딱팔딱 뛰기도 하고 끙끙대기도 하는데 '괜찮아요. 잘하시면서~'라고 항상 말해줬다. 마음 상태가 부러운 배우였다. 사람 자체가 너무 원단이 다르다. 배우 중에 그런 배우는 귀한 것 같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매회 많은 눈물을 쏟게 만들었지만, 애순과 금명 오직 두 여자만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만 하다가 60도 50도 안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관식의 모습은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해준은 아픈 관식을 표현하기 위해 2주만에 8kg을 감량하며 헬쓱한 모습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문소리는 "관식이가 못 먹고 현장에 오니까 저도 먹을 수 없었다. 물도 안 먹더라. 그래서 차에서 몰래 먹고 오고 그랬다. 혼자 쌩쌩할 수는 없으니까"라고 회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애순 역 문소리 스틸/넷플릭스

 

애순이는 51년생이다. 중장년 애순을 연기한 문소리보다도 훨씬 윗 세대다. 문소리는 "저희 엄마가 52년생이다. 엄마도 저를 22살의 나이에 일찍 낳으셨다"며 모친과 닮았다며 촬영하면서 엄마의 삶을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마도 생활력 강하게 살아오셨다. 딸을 누구보다 없는 형편에서도 부족함 없이 키우시는데 최선을 다한 그런 삶이다. 저도 금명이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저도 되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양가의 첫 아이였다. 그래서 심지어 삼촌 고모 이런 친적들의 사랑도 너무 많이 받고 자랐다. 돌이켜 보면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는데 별로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키우시려고 일생을 노력하신 점들이 부모님 생각을 많이 나게 했다. 그 세대에 저희가 갖고 있던 마음들이 '엄마는 왜 그렇게 살았어?' 그 말이 정말 무슨 말인지. 내가 그들의 상황이었다면 반도 못했을 것 같다 느끼게 했다."

청년 시절 애순을 아이유가 연기, 문소리가 중장년을 연기했다. 2인 1역을 위해 문소리는 아이유와 소통하며 연관성을 만들어나갔다. "촬영 전에 둘이 얘기를 좀 해보려고 만나기도 했다. 서로 생각도 많이 나눴다. 한 인물이니까. 아이유씨가 먼저 촬영을 하고 있어서 저는 기촬영분을 몇개는 보기도 했다. 촬영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워낙 야무지고 단단하고 책임감이 넘쳐나는 친구였다. 아이유라는 사람 자체가 그렇게 느껴졌다. 후배지만 저걸 어떻게 다 해내지?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생각했다."

아이유와는 모녀로도 호흡했다. 아이유가 애순의 딸 금명까지 1인 2역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금명이는 너무 빨리 철이 든 딸이다. 동명이도 가고 부모님 힘든 것도 아는 첫 딸이다. 그래서 금명이는 공부를 잘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자신이 해야하는 것까지 다 잘 안다. 일찍 철든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제니엄마(김금순 분)한테 그 꼴을 당하고도 파출소 앞에서 전화해서 아무 말도 못한다. 저는 그 씬이 너무 슬프다. 내 딸은 저런 일 당하면 울고 불고 다 얘기했으면 좋겠다. 딸이 그런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날 것 같다. 돌이켜보면 제가 그런 면에서 금명이랑 똑같다. 저도 그런 딸이었다. 힘든 마음도 알고. 오히려 부모 앞에서는 철없이 어리광도 부리고 실없는 소리도 하고, 그것도 나름 효도라고 생각도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애순 역 문소리/넷플릭스

 

보통의 가정처럼 애순은 집안 가사일을 주로 했다. 문소리는 촬영장에 살림하러 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애순이 촬영하러 갈 때, 매일 촬영간다고 안하고 '또 살림하고 와야지' 생각했다. 아이유 밥도 해줘야 하고, 신발장도 정리해줘야 한다고 했었다. 빨래 개키는 방법이나 이불 개는 방법 등이 제가 실제 하는 습관대로 했다. 현숙(이수경 분)이 너무 귀엽다. 현숙이가 현장에서 포대기를 잘 못 묶고는 애가 자꾸 뒤집어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직접 묶어줬다. 늘 살림하는 그런 느낌이 많았다. 애순이 살림에 내 습관이 많이 묻어있다. 집에서 손을 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폭싹 속았수다'의 첫 장면은 장년 애순이가, 요양원의 선생님이 된 모습이었다. 이는 작품의 마지막 촬영이기도 했다. 문소리는 여수 촬영 당시 호된 감기 몸살을 앓았다고 털어놨다. "요양원에서 '애순이 선생님'이 모두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그걸 여수에서 찍었다. 그날 여수 공항 도착하자마자 비가 흩뿌리더라. 봄날처럼 따뜻해야 하는데. 야외 촬영이라 걱정했는데 분장 마치고 나가니까 기적처럼 해가 나더라. 정말 바람도 안 불고,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찍었다. 촬영 마치고는, 열이 너무 올았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순천향병원이었다. 독감이었다. 코로나19도 별로 안 아팠었다. 근데 그때 독감은 침도 못 삼킬 정도로 앓았다."

'폭싹 속았수다'는 65년의 세월을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로 보여주면서, 일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냈다. 모두가 공감하며 울고 웃을 수 있는 국민드라마의 탄생이다. 그럼에도 작품의 메시지는 6회의 주제와 맞닿은 '살민 살아진다'다. 더불어 사람은 함께 살아간다고도 강조한다. "이 작품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걸 16부작 안에서 너무 멋지게 만들어주셨다.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재미 없을 수도 있다. 그게 사랑의 다른 형태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감동적으로 풀어낸 지점이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애순이를 살 수 있게 한 것은 온동네 잠녀 이모들, 관식이의 변치 않는 사랑이다.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없었다면 일찍 쓰러졌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와 사랑까지도 얘기한다. 재미 포인트일 수 있지만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윤회사상도 나온다. 염혜란(애순 모친 광례 역)이 결국은 시집을 내 주지 않나. 예전에 저랑 작업했던 아르튀르 노지스엘이라는 프랑스 연출가도 죽음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느 날 문득 느끼는 따스한 손길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 실제 그분 연출작에는 그런 존재들을 늘 염두해두시는 분이다. 그 연출자의 말도 생각났다. 결국 중요할 때마다 내 꿈에 나타나서 보살펴주던 엄마가 책 출간해주는게 너무 감동적이라 생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애순 역 문소리/넷플릭스

 

인터뷰 당일 넷플릭스 측은 '폭싹 속았수다'라는 제목의 오애순 시집을 취재진에 선물했다. 문소리는 '진짜 봄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인을 했다. 문소리는 가장 좋아하는 오애순의 시 '오로지 당신께'와 함께 '폭싹 속았수다'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전했다.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게 감사하다. 얻은 게 너무 많다. 또 나의 부족한 점, 내가 더 나아갈 지점도 가르쳐준 것 같다. 고마운 작품인 것 같다. 애순의 시 중에 '오로지 당신께'가 있다. 이 마지막 시가 좋은 것 같다. 금명이한테 한 '수만날이 봄이었더라'라는 대사도 마음에 남는다. 몇년 전에 동갑 친구들이랑 강원도에 여행간 적 있었다. 바다를 보는데 라디오에서 이정석의 '여름날의 추억'이 나오는데 너무 신났다. 근데 그 다음 가사 '짧았던 우리들의 여름은 가고'에 너무 슬퍼졌다. 그때 처음 느꼈다. 이 작품 하고 나서는 '슬퍼말자. 내가 어떻게 사냐에 따라 겨울도 가을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로지 당신께> 오애순


아홉 살적부터 여적지.

당신 덕에 나 인생이 만날 봄이었습니다.

당신 없었으면 없었을 책입니다.

다시 만날 봄까지.

만날 봄인 듯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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