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깔, 그리고 조형' 23일 소허당 개막…장신구 넘어 옻칠·도자·조명·공간으로 확장
[SWTV 박종진 기자]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가 금속을 만나 장신구가 되고, 빛을 품어 하나의 조형공간으로 변한다. 종이라는 재료가 지닌 부드러움과 투명성에 금속의 견고함과 반사성이 더해지면서 익숙했던 한지는 전혀 다른 물성을 갖는다.

▲김경신 작가 작품
한지와 귀금속을 결합한 독자적인 작업을 40여 년간 이어온 김경신 작가가 오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 안국동 한옥갤러리 소허당에서 개인전 '빛과 색깔, 그리고 조형'을 연다. ‘빛 속의 한지, 그 매혹(The Enchanting World of Light in Hanji)’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는 한지귀금속에서 옻칠과 도자, 조명, 생활공예와 공간조형으로 뻗어나간 그의 예술적 궤적을 압축해 보여준다.
김경신의 작품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거대한 미술 담론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북촌 한옥에서 성장한 그는 아침이면 크림색 창호지를 통과해 방 안을 서서히 밝히던 햇빛을 바라봤다. 종이가 빛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부드럽게 걸러 다시 공간으로 내보내던 경험이다.
이 기억은 훗날 작가에게 ‘한지는 빛을 담는 물질’이라는 인식으로 발전했다. 김경신이 “한지는 세상의 빛을 품고 있으며, 그 빛을 담아내는 일이 제 예술의 시작이자 여정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한지를 통과하고 금속에 부딪혀 반사되며 색을 변화시키는 또 하나의 재료다. 관람자가 움직이고 자연광의 방향이 달라질 때 작품 역시 조금씩 다른 표정을 갖는다. 작품이 고정된 물체라기보다 빛과 공간,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김경신은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에서 금속공예를 공부한 뒤 독일로 건너가 포르츠하임 조형대학에서 장신구와 금속공예를 연구하고 하이델베르크대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한국에서 체득한 한지와 전통문화의 감각 위에 독일의 금속공예와 현대 조형교육이 겹쳐지면서 그의 작업은 동양과 서양 어느 한쪽으로 귀속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를 국제무대에 알린 것은 ‘한지귀금속’이다. 종이와 금속은 얼핏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재료다. 하나는 가볍고 부드러우며 빛을 받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단단하고 차가우며 빛을 반사한다. 김경신은 오히려 이 차이에 주목했다. 여러 겹의 한지를 결합하고 표면을 처리한 뒤 전해주조 등 금속공예 기술을 적용하면서 한지의 투광성을 살리면서도 내수성과 내구성을 갖춘 새로운 조형재료를 만들어냈다. 관련 기법은 특허로도 이어졌다.
그의 한지조형은 일반적인 유리 스테인드글라스와는 다른, 한지 특유의 투광성을 이용한 새로운 조형 영역으로 자리한다. 당시에도 종이와 귀금속을 결합한 작업이 장신구에 국한되지 않고 조명과 인테리어, 공간조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주목됐다.

그의 국제적 성과 역시 이러한 재료 실험과 맞물려 있다. 1994년 프랑스 코미테콜베르 국제디자인공모전 1위, 1998년 독일 공예 관련 대상을 거쳐 1999년 제네바 국제발명박람회 은메달을 받았다. 2007년에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를 위한 장신구 프로젝트에 세계 디자이너 64명 가운데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참여했고, 2011년 G20 정상회의 관련 갈라쇼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독일 존스박물관과 에틀링엔성박물관 개인초대전, 영국 해롯백화점 한국특별전,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독일공예가 초대전 등 유럽과 미국에서 100회가 넘는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김경신 작가의 작업을 ‘한지로 만든 귀금속’만으로 규정하면 40년의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의 관심은 점차 몸에 착용하는 작은 장신구에서 사람이 머무는 공간 전체로 이동했다. 한지에 옻칠과 색을 입히고 금속과 조명을 결합했으며, 도자와 다완, 소반과 가구 등 생활 영역으로도 작업을 확장했다. 2012년 ‘칠색지언(漆色之言)’전에서는 옻칠은 어둡고 무거워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채를 적용한 다완과 소반 등을 선보였다. 당시 그는 전통공예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인과 소통하면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국적 공예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김경신 작가 작품
여기에 김경신 예술의 중요한 지점이 있다. 그에게 전통은 보존해야 할 완성된 형식이라기보다 오늘의 재료와 기술을 만나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원천에 가깝다. 한지는 조선시대 창호에 머물지 않고 현대 장신구가 되고, 금속과 만나 조각이 되며, 조명과 결합하면 건축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한국성’은 전통 문양을 그대로 반복하는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한지가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 옻의 깊은 표면, 종이와 금속 사이의 긴장처럼 재료 자체가 지닌 문화적 기억을 현대 조형언어로 번역한다.
이번 전시 장소가 북촌의 한옥갤러리 소허당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어린 김경신에게 최초의 예술적 기억을 남겼던 한옥의 창호와 자연광 속으로 40년 동안 세계를 돌며 변화한 작품들이 다시 돌아오는 셈이다.
나무기둥과 창호 사이로 들어온 자연광이 한지를 통과하고 금속 표면에서 다시 반사되는 순간, 전시장은 작품을 담는 그릇을 넘어 작품의 일부가 된다.
결국 김경신이 지난 40년 동안 탐구해온 것은 단순히 새로운 ‘한지공예’가 아니다. 전통이 현대가 되고, 동양과 서양이 만나며, 물질이 빛을 만나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한지는 그의 손에서 과거를 상징하는 재료가 아니라 미래로 이동하는 매체가 됐다.
'빛과 색깔, 그리고 조형'은 그런 점에서 한 작가의 회고전인 동시에 오래된 한국의 재료가 현대 조형예술 속에서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시다. 북촌 창호지를 통과했던 어린 날의 한 줄기 햇살이 40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북촌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은 빛이 아니라, 그 빛을 담아내는 김경신의 조형세계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이어진다. 23일 오후 4시 개막식에서는 테너 민정기와 바리톤 박태종의 축하공연이 마련되며 관람은 무료다.
[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온앤오프] 이틀간 17언더파를 몰아친 무서운 기세! KLPGA투어 이지현 프로와의 생기발랄 인터뷰](/news/data/20260908/p179568002465284_302_h.jpg)

![[쇼츠인터뷰] '시즌 5승 도전' 서교림, KG 레이디스 오픈 2R 믹스트존 코멘트](/news/data/20260828/p179560203264893_625_h.jpg)
![[맛.Zip] 처음 들어보는 신박한 스윙 꿀팁의 향연! KLPGA투어 이지현 프로의 실전 스윙](/news/data/20260828/p179546403548432_569_h.jpg)
![[쇼츠인터뷰] 김나영, KG레이디스오픈 1R 믹스트존 코멘트 "우승하러 왔어요"](/news/data/20260827/p179560203588524_249_h.jpg)
![[쇼츠인터뷰] '부상 딛고 시즌 최소타 타이' 현세린, KG레이디스오픈 1R 믹스트존 코멘트](/news/data/20260827/p179560202767765_951_h.jpg)






![[쇼츠인터뷰] 김민솔 한국여자오픈 우승 기자회견 주요 코멘트](/news/data/20260614/p179589003005017_827_h.jpg)
![[쇼츠뉴스] 유서연, 31개월 만의 톱10… KLPGA투어 덕신EPC 챔피언십 톱10 브리핑](/news/data/20260427/p179545802840315_298_h.jpg)
![[쇼츠인터뷰] '깜짝 우승 경쟁' 유서연 "좋아진 몸 덕분이죠"](/news/data/20260425/p179567404088248_286_h.jpg)
![[쇼츠뉴스] 현역 최강 여자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바움가드너 할머니는 한국인](/news/data/20260416/p179553002710599_119_h.jpg)
![[맛보기] KLPGA 안지현 프로의 6번 아이언 꿀팁 '힘 빼고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news/data/20260119/p179578202677172_368_h.jpg)




![[인터뷰] ‘디어 에반 핸슨’ 나현우 “과거의 실패도 지금의 저를 위한 과정이에요”](/news/data/20260908/p1065541001010385_707_h2.jpg)
![[인터뷰] ‘디어 에반 핸슨’ 꿈의 배역 맡은 나현우, “과거의 제가 ‘뮤덕’이라 고맙죠”](/news/data/20260908/p1065540448820845_193_h2.jpg)
![[인터뷰] K-장녀로 변신한 ‘경주기행’ 공효진…“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딸이죠”](/news/data/20260828/p1065598269268619_249_h2.jpeg)
![[인터뷰] ‘호프’ 조인성이 겪은 나홍진의 현장…“매 순간 재미있었죠”](/news/data/20260724/p1065590014415555_609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