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앙상블’이라는 이름으로 빛나는 31개의 보석…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2 14: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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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암전된 극장에 흥겨운 재즈풍 서곡이 울려 퍼지고, 배우들은 전설적인 연출가 ‘줄리안 마쉬’의 신작 소식에 기뻐하며 소리친다. 

 

막이 오르자, 무대 위에는 박자에 맞춰 일제히 바삐 움직이고 있는 탭슈즈들이 가득하다. 이곳은 1930년 뉴욕 브로드웨이, 대공황으로 인해 침체해 버린 공연계에 비친 새로운 희망 ‘프리티 레이디’의 공개 오디션장이다.

 

▲ 사진=CJ ENM, 샘컴퍼니


시골에서 막 상경해 뒤늦게 오디션장에 도착한 ‘페기 소여’는 오디션 시간에 늦어 좌절하지만, 극장 밖에서 만난 코러스 걸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끼와 탭댄스 실력을 보여주게 되고 이를 목격한 줄리안 마쉬는 그를 ‘프리티 레이디’의 마지막 코러스 걸로 기용한다.


그렇게 새로운 쇼가 무대에 오르고 공연되던 중, 페기 소여와 부딪힌 여주인공 ‘도로시 브록’의 발목이 부러져 쇼가 멈출 위기에 처한다. 줄리안 마쉬는 이번 사고를 페기 소여의 잘못으로 여겨 그를 해고하지만, 코러스들은 입을 모아 여주인공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로 페기 소여를 지목한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대공황에도 굴하지 않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줄리안 마쉬’와 주연을 맡아 스타가 될 일생일대의 기회를 마주한 무명의 코러스 걸 ‘페기 소여’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작품이다. 1980년 뉴욕에서 초연을 올렸고, 국내에서는 1996년 처음 소개되었다.
 

▲ 사진=CJ ENM, 샘컴퍼니

193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고전적인 분위기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브라스 세션이 돋보이는 재즈풍 음악과 군무로 소화할 때 진가가 드러나는 간결한 동작의 안무, 반짝거리며 찰랑대는 의상이 관객들을 그 시절 브로드웨이로 데려간다. 연출 역시 천장에 붙은 거울을 활용해 코러스 걸들의 다리로 일사불란하게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형태를 비추거나 그림자를 활용해 안무를 선보이는 등 원초적인 기술로 특유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고전 쇼의 요소 중 하나인 탭댄스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꽃이다. 수십 명의 배우가 열정적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만들어내는 웅장한 탭 사운드는 또 하나의 악기로 작용한다. 마치 협주곡을 연주하는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가 멜로디를 주고받는 것처럼 페기 소여가 현란한 탭을 소화하고, 그 뒤를 이어 앙상블들이 같은 리듬을 소화하는 패턴은 청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극중극인 ‘프리티 레이디’에 고군분투하는 코러스가 있다면 ‘브로드웨이 42번가’에는 앙상블이 있다. 유독 단체 넘버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그 누구보다도 31명의 앙상블이 빛나는 공연으로, 각각의 배우가 모여 만들어낸 군무와 탭 사운드로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 사진=CJ ENM, 샘컴퍼니

쇼를 위해 열정을 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작품은 어떤 공연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같은 결로 커튼콜에 앙상블들이 직접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손바닥을 부딪치고, 눈을 맞추며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박수를 받는 공연의 마무리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기본적으로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를 제작하는 예술인들의 시행착오를 그리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위기와 갈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는다.

스트레스 하나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토리를 전개하는 ‘브로드웨이 42번지’는 모두가 쉽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쇼뮤지컬의 속성에 충실하며, 서사보다는 쇼 적인 측면에 힘을 실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한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박칼린, 박건형, 양준모, 정영주, 최현주, 윤공주, 유낙원, 최유정, 장지후, 기세중 등이 출연하며 오는 9월14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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