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오는 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사극 영화에 첫 발을 내디딘 배우 전미도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과 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비운의 왕 단종과 그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청령포로 유배를 떠나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단종과 함께 살았던 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를 중심으로 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팩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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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컷(사진: 쇼박스) |
전미도는 극중 단종 이홍위가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보살폈고, 숙부 수양대군에 의해 폐위된 후 오른 유배길에도 함께 한 궁녀 '매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20년 동안 뮤지컬, 연극 무대와 매체를 종횡무진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온 전미도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 인생 최초로 사극에 도전했다.
영화는 최근 언론배급시사회 등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전미도는 영화를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아마 제가 제일 많이 울지 않았을까 싶어요. 남자분들은 소리 내서 우시진 않잖아요. 근데 저는 마지막에 '어우 어떡하지…' 이러면서 막 울었다. 워낙 다들 슬프다고 하셔서 각오하고 휴지를 가지고 갔는데, 제가 우는 줄만 알았지 옆에 남자분들도 우시는 줄은 몰랐어요. 한 줄에 쭉 앉아 있었는데, 자꾸 남자분들 손이 올라가시더라고요. 그래서 휴지를 나눠드렸습니다.(웃음)"
전미도는 이 작품을 처음 제안 받았을 당시 출연을 고사했다가 다시 마음을 바꿔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이야기'였다.
"일단 이야기가 진짜 참 좋았어요. (엄)흥도가 처음에는 자기 자식 때문에 잇속을 차리려는 마음으로 유배지에 들어가지만, 나중에는 자기 아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단종을 아들처럼 품게 되는 그 마음의 변화가 참 좋더라고요. 분량과 상관없이 이런 따뜻한 이야기라면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교롭게도 그 시기에 들어온 작품들이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게 많아서 피로감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니 인간적이고 따뜻해서 ‘아, 이런 작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또 이미 유해진 선배님 등 좋은 배우분들이 캐스팅돼 있어서 함께 작업해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컷(사진: 쇼박스) |
출연 결정을 망설였던 또 다른 이유는 역시 매화의 존재가 역사에 기록 자체가 얼 마 남아 있지 않았던, 존재했던 사실 정도만 남아 있는 '궁녀'였기 때문에 작품에서 매화를 어떤 캐릭터로 그려내야 할 지에 대한 '막연함'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탓에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장항준 감독과 많은 대화가 필요했고, 첫 미팅에서 전미도는 장 감독과 긴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감독님이 한 번 만나자고 하셔서 5시간을 만났어요.(웃음) 체감상 50% 이상이 감독님 본인 얘기였고요. 작품 얘기도 많이 하셨죠. 그때는 매화 역할이 아직 매듭이 돼 있지 않았는데, 추가 씬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방향을 설명해 주셨어요. 그렇게 만나고 결국 결정을 하게 됐죠."
이번 작품이 주연급으로 출연한 첫 영화이자 첫 사극이기도 한 전미도는 사극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사극은 연극적인 면이 있잖아요. 제가 연극 경험이 있다 보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사극 특유의 ‘말맛’이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어요. 막상 촬영해보니 쉽진 않았지만, 사극에 대한 호감이 있었던 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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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컷(사진: 쇼박스) |
주로 무대 공연을 통해 작업을 해 온 배우였지만 영화를 만들어 가는 작업도 전미도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고 했다.
"몇 달간 지방에서 숙식하며 촬영하니까 영화 작업이 가족적이더라고요. 연극 작업과 비슷한 면도 많았고요. 감독님 덕분에 현장 분위기도 좋고, '첫 영화부터 복이 많다,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극중 매화는 대사가 많지 않지만 표정과 몸짓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배우가 채워 넣어야 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짧은 대사 안에서 미묘한 뉘앙스를 살리는 공부가 됐어요. 그리고 저는 조력자로서 너무 튀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매화는 기록상 이홍위가 유배를 떠날 때 자처해 따라나선 궁녀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궁녀로서 끝까지 주인을 모시려는 마음이 핵심이라고 봤어요.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면서, 시나리오에 없는 액팅도 넣어보고 했죠."
단종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궁녀인 만큼 유배지의 촌장인 엄흥도 역을 맡은 유해진과의 연기 호흡이 중요했다. 때문에 현장에서 유해진과 붙는 장면을 촬영할 때 전미도는 여러 시도를 했고, 그런 노력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실 제가 대사가 있는 씬은 유해진 선배님과 만나는 장면이 거의 유일했어요. 평소엔 표정과 눈빛으로 묵묵히 있는 매화가 엄흥도를 만났을 때는 가장 인간적인 면이 나오겠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를 준비했죠."
전미도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유해진의 배려에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컷(사진: 쇼박스) |
"예를 들면 흥도가 차려온 밥상을 제가 슬쩍 들춰보는 액팅이 있었는데, 시나리오에는 없는 행동이었어요. 궁에서는 늘 좋은 음식을 먹던 단종이니 허접하다고 느낄 수 있겠다 싶어서 매화가 뭔가 반응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대사를 하는 신이니 제가 액팅하면 선배님이 불편하실 수도 있잖아요. 근데 선배님이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하라'고 해주시고, 제가 던진 액팅을 다 받아주셨어요. 그래서 티키타카도 마찬가지로 살아난 거고요. 저는 선배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전미도는 촬영장에서 직접 경험한 유해진의 연기와 촬영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감정씬을 같은 날 찍었어요. 각자 감정을 쌓기 위해 공간을 돌아다니는데, 해진 선배님 옆모습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그 마음을 아니까요. 분장 받으면서도 눈물이 났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다슬기에 대해 설명하는 씬이 있어요. 대사를 매 테이크마다 다 다르게 요리하시더라고요. 문 앞에서 같은 대사를 여러 테이크로 다 다르게 하시는데, 옆에서 다 보고 있으니까 '다 괜찮다' 싶었어요. 감정에 집중할 때는 옆에 있기만 해도 감정이 전해지더라고요. 정말 많이 배웠죠."
극중 매화는 단종에게 누나이자 엄마이자 친구와도 같은 다양한 모습의 존재다. 출연 분량도 적고, 대사 역시 적은 상황에서 이와 같은 모습을 모두 표현하기에는 역시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그 성격을 표현할 씬 자체가 많지 않았어요. 대사도 거의 없고요. 그래서 대본에 없는 작은 액팅들을 더 하려고 했던 거고요. 매화의 나이 설정도 애매해요. 단종과 가까운 누이도 아니고, 엄마처럼 아주 나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중간 지점’에서 둘 다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결국 저는 홍위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궁녀는 원래 그림자처럼 존재하잖아요. 보여도 보지 않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드러나진 않지만 홍위 옆에 그림자처럼 있다가, 홍위가 그 존재를 알아봐 주면서 비로소 존재감이 생기는 인물이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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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컷(사진: 쇼박스) |
극중 그림자처럼 함께 한 단종 역의 박지훈 배우에 대해 전미도는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물었다.
"저는 ‘약한영웅’은 봤어요. 그런데 ‘내 마음의 저장’의 그 배우라는 건 몰랐고, 가수 활동도 했던 건 현장에서 알았어요. 현장에서 지훈 씨가 굉장히 과묵하고, 나이대에 비해 무게감이 있었어요. ‘이 생활을 오래 했구나, 내공이 있는 친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집중도가 굉장히 좋았어요. 앞부분에서 거의 표정으로만 가잖아요. 그럴 때도 집중하는 게 촬영 내내 느껴졌고요. 저는 보필해야 하는 상대 배우니까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집중을 방해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는 게 ‘매화-단종 관계’에 더 맞겠다고 느꼈어요. 배려심도 많아서 현장에서 쉬는 시간에 작은 배려만으로도 교감이 쌓이겠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겠더라고요. 저는 그냥 지훈 씨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역사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조선 6대 왕 단종 이홍위는 세종대왕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세손이었다가, 재위 2년 만에 세상을 떠난 문종의 세자였다가, 12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즉위와 함께 궁중 암투에 내던져지며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1457년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어 17세에 생을 마감했다.
영화의 절정 역시 단종이 최후를 맞는 순간과 그 장면을 전후로 한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장면이다. 매화 역의 전미도 역시 단종과 함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중요한 장면을 담당했다.(세세한 표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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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컷(사진: 쇼박스) |
"제가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그 장면이 없었어요. 촬영감독님이 '매화 마무리가 없는 것 같은데 맺어주면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내셨고, 기록에도 궁녀들이 단종이 죽고 나서 스스로 자결했다는 얘기가 있어 그걸 차용해 넣자고 했죠.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서 글로 쓰셨고, 저는 너무 감사했어요. 원래는 매화가 단종의 마지막 서찰을 읽는 장면이 중간에 들어가기로 했는데, 편집하면서 '마지막에 몰아주는 게 좋겠다' 해서 뒤로 붙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영화지만 스스로 채워가야 하는 부분도 많고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았던 작품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아직 영화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찍기 어려웠던 씬도 있었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홍위가 강물에 떠내려가는 음식들을 마을 사람들이 걷어 모닥불 앞에 놓고 있을 때, 홍이가 등장하는 장면...어두운 데다 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아니고, 호롱불은 들고 있어야 하고, 자갈밭이라 평평하지도 않았어요. 제가 어디에 있어도 걸리적거리는 사람이 된 느낌이었고, 내가 카메라에 잡히는지도 모르겠고, 팔만 나오는지 뭔지… 동트기 직전에 찍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정말 정신없었어요. 테이크도 8~9번씩 가고 사람도 많으니 더 어려웠죠."
이렇듯 아직은 무대가 익숙한 배우이다 보니 영화 촬영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무대는 소극장과 대극장에서도 에너지가 다르잖아요. 카메라 앞에서는 어느 정도 에너지를 내야 하는지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카메라도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기서 찍고 저기서 찍고… 어느 정도 기술이 필요한데 아직은 그걸 다 신경 쓰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누군가는 찍겠지’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찍힌 걸 보면 ‘내가 계산했던 만큼 담기지 않았구나’ 싶을 때가 있죠. 그게 매번 숙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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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미도(사진: 쇼박스) |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미도는 '왕과 사는 남자'의 작업을 통해 영화의 매력을 확인했다.
"이번 영화 작업이 공연 작업과 비슷하다고 느꼈고, 제 성향과도 맞는구나 싶었어요. 영화 참 낭만 있다, 재미있다…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좋은 환경(배우·감독)이었던 것도 크고요. 이번 작품은 제 스펙트럼을 넓혀준 큰 기회였어요."
이어 전미도는 이번 영화 작업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공식적인 첫 영화가 따뜻한 영화고, 따뜻한 역할인 게 너무 감사해요. 초심의 마음으로 선택한 것도 있고요.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단계를 밟아가는 것도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첫 단추가 잘 꿰어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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