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원스’는 거리의 기타리스트와 꽃을 파는 이민자의 운명 같은 만남과 끌림의 시간들을 그려낸 뮤지컬로, 2007년 아일랜드에서 제작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번 공연은 2014년 한국 초연을 올린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재연 시즌으로 화제를 모았다.
SWTV는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원스’의 ‘가이’ 역으로 활약 중인 한승윤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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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신시컴퍼니 |
한승윤은 2012년 밴드 루나플라이의 메인보컬로 데뷔했으며, 현재는 D82의 프런트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반평생 기타를 메고 살아온 그는 이번 ‘원스’에서도 통기타를 메고 무대에 섰다.
“기타 연주에 강점이 있어서 극 중 기타를 치는 작품들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원스’는 가장 난도가 높고, 음악적인 깊이가 남다른 작품이라 도전해 볼 수 있는 작품 중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그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되는 기분이죠.”
앞서 배우들이 직접 통기타, 피아노,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뮤지컬 ‘드라이 플라워’에서 ‘성호’ 역을 맡아 기타를 연주한 경험이 있는 한승윤은 “‘드라이 플라워’에서도 기타를 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말문을 열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뮤지컬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건 두 번째이지만 난이도는 확연히 차이 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드라이 플라워’에 참여할 때 주변에서 저한테는 쉬울 거라고 하셨지만 절대 쉽지 않았어요. 굉장한 난도가 있어서 기타 연습을 진짜 많이 했죠. 제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영향이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원스’는 레벨이 많이 달라요. 평소에 음악을 하면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많이 듣는데 그런 저도 쉽게 연주할 수 없는 음악이었죠. 아일랜드 음악의 색이 많이 담겨 있어서 좀 더 새롭고 신선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점 외에도 ‘원스’ 자체의 음악적 수준이 매우 높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한테도 큰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극을 구성하는 아일랜드 포크 음악에는 대부분의 록 밴드에는 포함되지 않는 악기인 바이올린, 우쿨렐레, 아코디언과 만돌린, 밴조와 같이 이름조차 생소한 악기들을 동반한다. 이미 밴드 활동을 하며 다른 악기와 합주에 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새로운 악기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한승윤에게도 색다른 감상을 안겨주었다.
“적응이 필요했다기보다는 그냥 너무 재미있었어요.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 감정이 크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던 게 훨씬 컸죠.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악기들이 한두 개가 아니고 정말 많은데 소리도 너무 좋고,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듣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미 훌륭한 연주자분들하고 맞추면서 즐거웠던 게 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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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신시컴퍼니 |
데뷔 때부터 기타와 함께했지만, 한승윤은 ‘원스’를 준비하면서 기타 연주에도 노력을 더했다고 말했다. “겉멋이 많이 들었었다”고 말하며 웃어 보인 그는 기초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면서 “어렸을 때는 오히려 깊이에 집중했던 것 같은데 사람이 익숙해지다 보니까 편한 대로 치게 되어서 기본적인 걸 많이 놓쳤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인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는 기타를 ‘인생의 동반자’라고 칭하기도 한 그는 뮤지컬 무대에까지 함께 올라가게 된 이 시점에서 기타에 대해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연인에 빗대기도 했다.
“연애할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1~2년 차에는 정말 상대방에 대해서 많이 안다는 생각이 들지만, 3~4년을 넘어가면 내가 정말 조금밖에 몰랐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기타도 마찬가지로 ‘나 그래도 좀 잘 치네’라고 생각하면서 자만하는 건 초반에 그랬던 것 같고, 지금은 오히려 아직 기타에 대해 알려면 정말 갈 길이 멀어서 진짜 많이 공부해야겠다 싶죠.”
‘원스’의 연습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한승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난이도’였다. 오케스트라가 따로 없으며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 악기 연주까지 책임져야 하는 작품인 만큼 준비 과정은 고될 수밖에 없었고, 그중에서도 한승윤은 앙상블을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꼽았다.
“지휘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 많은 악기가 하나가 되어서 무대를 만들어 가야 되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거든요. 실력도 실력이고, 연습도 연습인데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게 중요해요. 내 것만 하면 맞추기가 정말 힘들죠. 또 그렇게 많은 분을 앞에 두고 긴장된 상태로 무대에 서서 다른 사람의 소리에 집중한다는 게 정말 쉽지가 않았어요.”
이러한 이유로 애를 먹었지만, 공교롭게도 그가 이번 작업을 통해 음악인으로서 얻어간 가장 큰 수확도 ‘듣는 것’에 있었다.
“다른 사람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다 들었을 법한 얘기지만 실제로 이걸 해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봐요. 저조차도 많이 간과하고 음악을 했었죠. 저 자신이 부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내가 내는 목소리, 기타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과의 앙상블을 많이 놓치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원스’를 하면서 기본기를 너무 많이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덕분에 다시 기초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게 제 음악 생활에도 도움이 너무 많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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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신시컴퍼니 |
앞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김문정 음악감독이 “음악이 너무 싫어질 정도”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원스’의 연습실 현장은 조용할 틈이 없었다. 이에 대해 한승윤은 “산만한 환경이라 느낄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열정이고 애정이었다”고 표현하면서 합을 맞춰나간 과정을 전했다.
“될 것 같으면서 안 되고, 워낙 어렵다 보니까 다들 초반에는 답답해해요. 또 악기를 들고 있으면 손을 가만히 두기 힘드니까 무의식적으로 치고 있죠. 그래서 ‘쉴게요’라고 했는데도 모두가 쉰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대부분의 사람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어요. (웃음) 진짜 잘하고 싶은가보다. 대단하다 같은 생각이 들면서 저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가 맡은 역할인 ‘가이’는 작품의 주역으로서 본격적인 이야기의 문을 연다. 극 중 처음으로 부르는 솔로 넘버 ‘Leave’는 프리쇼와 본 공연을 잇는 연결고리로, 이 넘버에 대해 한승윤은 “모든 넘버가 중요하지만, 첫 곡이 그 공연의 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가장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관객분들하고 같이 즐기는 프리쇼가 지나가고 배우끼리 공연하는 나머지 프리쇼 세 곡을 시작할 때 제가 합류하거든요. 공연 초반에는 그 세 곡을 할 때 ‘‘Leave’ 첫 가사가 뭐였더라’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웃음) 너무 즐겁고 재밌는데 전 온전히 즐길 수 없는 가시방석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진짜 떨리죠. 그래서 더 열심히 발악하는 것도 있어요. 곡 자체도 음악을 그만두고 정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고 있어서 더 그런 감정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가 ‘Leave’를 부르는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며 객석 사이에서 등장하는 ‘걸’이 무대 위로 올라오며 시작되는 공연 구성은 보편적인 뮤지컬 작품과는 차이가 있다.
한승윤은 “프리쇼 때 객석에 조명도 켜져 있고 마이크를 그렇게 키우지 않아서 처음에는 집중이 안 된다는 말도 들었다”면서, “다 의도된 것이고 ‘원스’만의 방식인데 저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고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전하며 이러한 ‘원스’ 만이 지닌 매력에 관해 설명했다.
“‘원스’는 오케스트라도 없고 저희끼리 호흡해야 하잖아요. 그 호흡을 확장해서 관객분들까지 함께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서 공연을 끌어나가는 게 매회 할수록 느껴지죠. 그래서 관객분들의 리액션이나 눈빛에 따라서 공연의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원스’는 특히나 관객들이 이끌어가 주는 힘이 굉장히 커요.”
관객과의 호흡이 대두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밴드 공연의 속성과도 닮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밴드 공연과 ‘원스’를 모두 경험한 한승윤은 “너무 비슷하다”면서 두 공연의 공통점을 꼽기도 했다.
“밴드로서 페스티벌을 갔을 때 관객 한 명이 정말 열정적으로 반응하면 모두의 에너지가 올라가는 것처럼, ‘원스’도 관객들의 힘이 굉장히 세요. 또 변수가 정말 많아요. 변수가 많다는 건 장단점이 있지만, 배우로서 말씀드리자면 장점이 훨씬 큰 것 같아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머리가 하얘졌지만, 겪다 보니까 대처하는 유연함도 생기는 것 같고 같이 무대에 서는 전체 배우분들이 틀어진 걸 다시 잡아주기도 해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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