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예진, 온전히 나로서 다가간 ‘차미’…“꾸밈 없는 순수함 보여주고 싶었죠”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5-07-21 10: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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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차미’는 인간 임예진으로서도 의미가 깊지만, 배우 임예진으로서도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객석에서 쉴 새 없이 웃음이 튀어나오는 작품에 도전해 본 그는 대본을 읽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코미디인 줄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사진=PAGE1

 

“대본을 미호 입장에서 읽으니까 드라마가 엄청 강한 극이겠다고 생각했어요. 나 자신을 찾아가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있으니까 귀엽고 몽글몽글한 극이겠다 싶었죠. 처음에는 코미디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보니까 낯설고, 무섭기도 했어요. 근데 지금은 많이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분들이 정말 많아서 저도 같이 긴장이 풀려가는 것 같고, 이제야 코미디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극 중 차미에게 동경과 부러움을 느끼는 미호처럼, 배우로서도 차미는 고민이 많아지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엄연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호이지만, 높은 텐션으로 작품의 유쾌한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은 차미와 진혁이기 때문에 드라마를 잡아가야 하는 미호를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으로는 가려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동반한 것. 이 질문에 대해 특히 공감한 그는 “매 순간 고민했다”며 토로했다.

“저는 모든 사람이 다 차미 같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 차미호 같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연을 보러온 많은 차미호들에게 어떻게 공감을 끌어내고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했을 때 저랑 고대가 해야 할 건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이 드라마에 더 집중하고, 더 진심을 담아서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서 재밌는 걸 찾으려 하면 분명 이 극은 산만해질 거라는 걸 느꼈거든요.”

따라서 임예진이 선택한 방법은 온전히 나로서 다가가는 것이었다. 내가 이러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지 가정하는 ‘매직 이프’(Magic if)를 다른 공연보다 더 많이 활용했다고 말한 그는 무대 위의 차미호에 대해 “그건 저예요, 그냥 저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저 순간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대단한 걸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말에 집중하면서 진심으로 반응하려 했죠. 배우들마다 장면마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싶고, 그로 인해서 준비하는 게 분명히 존재하잖아요. 근데 ‘차미’에서는 내가 무언가를 계획하고 꾸미는 것 자체가 미호라는 캐릭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꾸며진 모습보다는 순수한 것들을 좀 더 보여드리고 싶었죠.”

같은 맥락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면 역시 기술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닌, 드라마적으로 미호에게 전환점이 되는 듀엣 넘버인 ‘너를 원해’를 꼽았고, 차미호로서 무대에 섰을 때 가장 와닿는 말로도 해당 넘버 속 고대의 대사를 언급했다.

“이 넘버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해요. 저한테 정말 중요하거든요. 미호가 나 자신을 깨달을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스크래치’에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 전에 ‘너를 원해’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거든요. 그때 미호는 다른 네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너를 너무 좋아한다는 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와요. 부족하고 못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이유 없이 그 자체로 좋아하고 사랑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게 되죠. 또 넘버 속 고대가 해주는 말 중에 ‘더 대단하고 다들 바라는 네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너를 너무 사랑해’라는 말이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쓰셨을까 싶을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에요.”

이날 임예진은 끊임없이 ‘너를 원해’를 언급하며 장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너를 원해’만 가면 미쳐버리겠어요”라고 말하며 웃은 그는 이 장면을 연기할 때 벅차오르는 감정에 대해 말했다.

“(홍)나현이가 사진을 올렸던 게 있는 것 같은데 ‘너를 원해’가 끝나고 뒤에서 계속 울고 있었어요. 바로 노래하러 나가야 하는데 감정이 북받쳐서 주체가 안 되더라고요. 희한하게 고대들이 하는 그 말이 들을 때마다 항상 새롭게 들려요. 다른 미호들도 다 그랬던 것 같아요. (이)재림이는 런을 보면서도 계속 울고 있더라고요. 미호들이 다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 안에서 힐링하는 것도 있지만, 관객과 호흡하며 힘을 얻기도 한다고 전한 임예진은 객석에 앉아 이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차미호에게 “있는 그대로 너무 아름답다고 말을 해주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최근에 공연했을 때 맨 앞줄에 앉아 계셨던 분 중 한 분이 저를 보면서 ‘너를 원해’부터 끝까지 계속 울고 계셔서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요. 그분이 눈물로 표현한 것처럼 다른 분들도 다 각자의 아픔이 있을 거라 생각을 해요. 물론 이 공연을 본다는 것만으로 바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는 못하겠지만, 고대과 차미가 하는 말과 미호가 하는 행동, 그리고 진혁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변화하고 사랑받을 수 있고, 그 자체로도 너무 귀중한 사람이라는 위로를 갖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영화 ‘서브스턴스’부터 연극 ‘애나엑스’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자기 과시와 자존감, 외모 강박에 대한 논제를 지닌 작품이 눈에 띄게 많이 등장하고 있고, ‘차미’ 역시 결을 같이한다. 이 중 영화 ‘서브스턴스’를 감명 깊게 봤다고 말한 임예진은 극장에서 느꼈던 깊은 공감을 털어놓았다. 극 중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스파클’과 마찬가지로 실제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였기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원래 폭력적이고 잔인한 걸 잘 못 봐서 뒷부분은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중간에 퇴장하지 못한 건 너무 공감이 많이 가서였어요. 특히 배우라면 정말 많이 공감할 것 같아요. 저도 옛날에 처음 배우를 시작했을 때는 내가 언젠가 늙고 못생겨지고,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오면 나도 언젠가 밀려날 거라는 막연한 공포나 불안이 있었어요. ‘서브스턴스’도 그런 두려움을 중점적으로 비추잖아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도중에 극장을 나오지 못했어요.”

이러한 이야기가 대두되는 현재에 대해 임예진은 “이 사회가 이렇게 됐다는 것 자체가 너무 통탄스럽다”며 SNS의 비판점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SNS로 돈을 버는 직업이 생긴 게 이런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SNS 속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맨날 여행 가고, 명품들을 갖고 부족한 게 없어보이니까 나도 저렇게 되고 싶고, 따라가고 싶은 막연한 동경이 SNS에서 나 자신을 과시하게 되는 데 많이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차미’는 2017년 트라이아웃(시험 공연)이 올려진 이후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대 사회와 공명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임예진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그렇다”면서, “‘차미’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시간이 더 지나도 정말 뚜렷하다”고 말하며 극장에서 만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혼란스러우면서 생각만 많은 나 자신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게 공연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최선을 다해 많은 위로를 드리겠습니다.”

한편 ‘차미’는 오는 8월24일까지 대학로TOM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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